천년고도 경주에 일제 신사(?) 건물이 ‘우뚝’

경주시 서부동 소재. 인근주민“참배하러 들락거린 일본인들을 자주 봤다”고 증언

등록 2005.05.06 19:53수정 2005.05.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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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서부동에 있는 일본신사로 사용된 걸로 추정되는 건물
경주시 서부동에 있는 일본신사로 사용된 걸로 추정되는 건물추연만

한 눈에 일본건물임을 알수 있다.
한 눈에 일본건물임을 알수 있다.추연만

일제 강점기에 세운 신사(神社)로 추정되는 건물이 경주시내 한복판에 아직도 우뚝 서 있어 일제잔재 바로잡기가 시급하다.

관공서가 즐비한 경주시내 한복판인 경주시 서부동 93번지에 소재한 이 건물은 언뜻 봐도 일본식 목조건물이란 걸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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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튀어나온 꼭대기와 사방을 찌를 듯 솟아오른 지붕은 인근 건물과는 뚜렷한 차이를 나는 건축양식이다. 양쪽 모퉁이 용마루와 기와문양은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건물 본관은 고급스런 자재가 사용됐고 겉모양은 포항시 구룡포읍 등에서 봐 온 일본식 건물과 너무나 비슷해 이 건물이 일제가 특별한 용도로 지은 것이란 짐작이 들었다.

“일제 때 지은 건물로 당시 ‘일본 절’로 사용된 걸로 안다.” 이 건물에 관한 물음에 인근 주민들은 일제가 지은 절이란 대답을 했다.

18세에 결혼해 지금까지 이 마을에 사신 할머니(90세)는 “일본사람들이 들러 절하는 걸 자주 봤다”고 하시며 “일본인들은 꼭 기모도 복장을 하고 절을 했으며 어떤 날은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렸다”고 생생한 증언을 하셨다.

할머니는 “조선인 복장을 한 사람들은 없었다. 일본사람이 다닌 절로 알고 있었고 건물에 들어간 조선인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기억을 하셨다.


경주 서천둔치에서 한 일본인 화장식 장면도 생생히 전달한 할머니는 “경주에 힘센(?) 한 한국인이 황성공원에 일본신사를 크게 세웠다“고 덧붙이셨다.

기와와 자재들이  고급(?)스럽다
기와와 자재들이 고급(?)스럽다추연만

본관 건물의 코끼리 문양(왼쪽)과 건물주위에 떨어진 지붕기와
본관 건물의 코끼리 문양(왼쪽)과 건물주위에 떨어진 지붕기와추연만
한편 이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경주해병전우회 허 부회장은 본관과 부속건물을 보여주시며 “이 땅은 기가 세다. 곧 이사할 예정이다”고 귀띔했다. 4년 전, 사무실을 옮긴 후 자잘한 불미스런 일과 전우회가 침체된 이유로 사무실을 옮긴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근처는 신라시대 유적이 도처에 출토되고 있다. 신라선조들이 지은 건물터에 일제가 지은 신사가 있던 절을 해병전우회가 사무실로 사용하는 건 모순”이고 입장을 밝혔다.

건물 본관 앞에는 건축물 받침돌로 사용된 걸로 추측되는 석조물이 여러 점 보였다.

이 건물은 1928년에 세워졌고 인근 포항신사(포항시 수도산 소재)는 1926년 3월 31일에 건립된 것이 확인됐다.

한편 이 건물이 일제신사로 사용된 논란과 관련해 경상북도 문화예술과장은 “경주시 서부동 건물은 일제가 어떤 용도로 쓴 건지 기록이 없다. 다만 경주시 황성공원 안 충혼탑 자리에 있던 신사는 해방 후 철거한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일제는 지역별로 대표 신사뿐 아니라 사찰이나 개인건물 등 여러 형태로 신사를 운영한 걸로 안다. 현장조사로 제대로 파악한 후 이 건물을 어떻게 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경주시 문화재 관계자는 “이 건물은 일본 사찰인 걸로 알고 있다. 확인할 자료는 아직 없으며 구전에 의존한 파악이다.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아 관리가 허술한 것이 현실이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한편 광복60주년기념 문화사업추진위원회는 지난 달 27일 “경북 경주와 포항 구룡포 전남 고흥 소록도 등에 남은 신사는 일제문화잔재의 대표적 사례로 이를 청산해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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