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폭행치사' 강릉 여중생 석방됐다

강릉지청 9일 구속 취소... 죄명도 '존속폭행치사'로 변경

등록 2005.05.09 13:57수정 2005.05.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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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휘둘러온 알콜중독자 아버지를 넥타이로 목 졸라 살해한 강원도 주문진읍의 여중생 이아무개(15)양의 일기장 내용 일부이다. 이양의 아버지는 이양이 다니는 학원까지 찾아가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3월 10일 이양의 일기장에는 '술 먹고 찾아와 나 때리고'라고 적혀 있다.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휘둘러온 알콜중독자 아버지를 넥타이로 목 졸라 살해한 강원도 주문진읍의 여중생 이아무개(15)양의 일기장 내용 일부이다. 이양의 아버지는 이양이 다니는 학원까지 찾아가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3월 10일 이양의 일기장에는 '술 먹고 찾아와 나 때리고'라고 적혀 있다. ⓒ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사대체 : 9일 오후 6시 40분]

상습적인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살해해 구속됐던 강릉 여중생의 구속이 취소됐다.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은 9일 오전 11시 보도자료를 내고 "알코올 중독으로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여중생 이모양의 구속을 취소하고 불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검찰은 죄명을 '존속살해'에서 '존속폭행치사'로 변경했다. 검찰이 죄명을 바꾼 이유는 ▲피의자(이양)가 피의자의 조부모에 대한 폭력을 모면하기 위한 방어 목적의 범행인 점 ▲범행 직후 스스로 2회에 걸쳐 112에 신고한 점 ▲경찰 도착시까지 피해자가 완전 사망하지 않았던 점 등 때문.

이와 함께 검찰은 구속 취소 및 불구속 기소에 대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려운 점 ▲피의자가 범죄전력이 전혀 없고 만 14세 8개월의 중학교 3학년 재학생인 점 ▲경찰의 신속한 현장 도착과 후송 조치가 이뤄졌다면 피해자의 사망을 회피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검찰, '존속살해'에서 '존속폭행치사'로 불구속 기소

검찰은 이양에 대한 정신적·심리적 상태를 파악한 결과 전문기관에 상담을 의뢰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의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로 진단됐다"며 "지속적인 정신과적 면담과 관찰, 치료 및 안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양의 구속취소가 알려진 뒤, 이양의 석방 운동을 벌여왔던 김향숙 강릉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장은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일단 (검찰에서) 죄목을 변경한 것과 불구속 기소한 것은 잘된 일이다. 특히 죄목을 존속폭행치사로 바꾼 것은 살인보다 폭행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김 소장은 또 "여중생 공대위는 실질적으로 이양이 가정폭력을 당했기 때문에 재판과정에서 '정당방위로 무죄'를 주장하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일 것"이라며 "오늘 검찰이 발표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검찰 스스로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이양의 무죄를 주장했다.


공대위 "검찰 결정 환영... 무죄 운동 펼칠 것"

김 소장은 "다만 검찰에서는 이양이 14년 동안 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양의 일기장,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양이 집에 들어가기 전 항상 할머니께 전화를 걸어 본 뒤 들어갔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검찰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일부 언론 등에 알려진 바와 달리 피해자가 피의자를 10여년간 장기간에 걸쳐 직접적으로 폭행해 온 것은 아님"이라고 전했다.

이양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홍지훈 변호사는 같은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검찰의 결정은 들끓는 여론에 대해 검찰이 화답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전제한 뒤 "'살해'는 의도적으로 목숨을 끊은 것이고 '폭행치사'는 폭력을 행사했는데 사망했을 뿐 살의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에 따르면 '존속살해죄'는 7년 이상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지만 '존속폭행치사죄'의 경우 5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형을 내릴 수 있다.

담당 변호사 "검찰, 여론에 화답한 것으로 의미 크다"

이양은 지난달 20일 알코올 중독으로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일삼던 40대 아버지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네티즌의 대대적인 구명운동이 벌어졌다.

<오마이뉴스>는 19일 이양의 일기장을 최초 보도("술먹고 학원 찾아와 발로 차고... - 아버지 살해한 여중생의 일기장)하는 등 6회에 걸쳐 관련 기사를 게재, 여중생 구속 수사의 부당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킨 바 있다.

한편 9일 오전 석방된 이양은 가족들과 함께 모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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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첫 보도] 여중생의 일기장 "술먹고 학원 찾아와 발로 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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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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