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택지지구 농성철거민들 "억울하다...용역직원 사인 규명해 달라"

열우당 인권특위·국가인권위 등 오산 수청동 철거민 농성장 방문

등록 2005.05.27 20:45수정 2005.05.27 21:56
0
원고료로 응원
a 철거민과 철거용역반원이 대치했던 101동과 102동 건물 사이에서 발견된 사체 주변에 있었던 소화기와 철거장비.

철거민과 철거용역반원이 대치했던 101동과 102동 건물 사이에서 발견된 사체 주변에 있었던 소화기와 철거장비. ⓒ 김경호

열린우리당 인권특위(위원장 이원영)와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오전 10시 오산 수청동 철거민 농성장을 방문, 오산택지개발지구 내 철거민-용역 대치과정에서 발생한 16일 용역직원 사망사건과 경찰 새총 공격으로 인한 농성주민 피해실태 등을 청취했다.

관련
기사
- 오산택지지구 농성철거민들 "억울하다...용역직원 사인 규명해 달라"

이날 인권특위는 새총으로 인해 다치거나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농성주민들의 진료를 위해 진료진 2명을 데리고 농성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원영 특위위원장은 오전 10시50분께 농성장이 위치한 수청동 우성그린빌라 101동 출입구에 도착해 "일단 농성장 주민들의 인권상황과 요구사항을 들어보겠다"며 해당 지역구 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과 국가인권위 위원, 오산지역 비상대책위, 수청동 사건 진상조사단이었던 오산자치시민연대, 진료진 등과 함께 농성장으로 들어갔다.

"골프채로 공을 쳐서 공격하기도 했다"

농성장에서 진료와 요구사항에 대한 의견을 듣는 얘기가 오가는 도중 농성주민 가운데 일부는 농성장과 망루가 위치한 101동 건물 앞에서 102동 건물 앞으로 이동해 경계태세를 갖추었고 대부분 신분 노출을 꺼려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농성자 가운데 한 사람은 "경찰이 5월 초부터 엊그제까지 새총으로 밤낮 없이 공격했다"며 "밤에는 수면을 방해했고 낮 2시~3시께 일부 간부로 보이는 사람들은 전경 20~30명 앞에서 골프채를 세트로 들고 와서 농성장을 향해 쳤다"고 말했다. 특히 "골프공이 농성장 건물 옥상을 넘어가면 '나이스 샷' '굿 샷'이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농성주민은 또 "경찰의 골프공 공격으로 농성자 4명이 코뼈와 어깨를 다쳤다"며 "경찰은 골프공뿐 아니라 건물 앞에 놓인 너트와 차돌로도 새총을 쏘았다"고 말했다.


농성 주민은 어떻게 경찰 간부인줄 아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평직원은 여기 들어오지 않는다"며 "그래서 간부로 짐작했다"고 말했다.

"부검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혀 달라"


a 열린우리당 인권특위 이원영 위원장이 농성주민들과 면담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인권특위 이원영 위원장이 농성주민들과 면담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경호

오산 수청동 철거민 사건 진상조사단으로 참여했던 오산시민자치연대 곽상운 운영위원장은 오전 11시50분께 농성장에서 나와 "농성자들은 용역철거반원의 죽음에 사죄했다"며 "하지만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시너를 뿌려 죽였다는 식의, 정확한 사인 규명 없이 살인자로 모는 언론보도에 억울함을 호소했다"면서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또 "농성자들 가운데 여성을 포함해 3명이 골프공에 맞아 부상을 입어 진료를 받았고 생필품 보급 등 기본적인 인권 보장을 요구했다"며 "농성자들은 택지개발로 인한 근본적인 보상 문제를 지적하면서 일방적으로 자기들을 범죄자로 몰지 말고 협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 진료진 등과 농성장으로 들어갔다가 오후 12시30분께 면담을 마치고 나온 이원영 특위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농성자들은 철거용역원의 사망은 가슴 아프지만 부검을 통해 직접적인 사망원인을 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사망위치가 101동과 102동 중간이고 철거용역반이 102동에 올라가 대치하면서 돌을 던지고 소화기를 던졌기 때문에 그 것에 용역반원이 맞아서 의식불명 또는 바로 사망했을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는 것.

이 위원장은 "사망과정에 의혹이 있어 유족이 원하지 않더라도 특위차원에서 검찰에 부검을 촉구 하겠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으니 지금부터 주민들을 범죄자로 규정할 수는 없다, 인권 개선과 함께 현행법이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주공과 협상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농성장 면담을 마친 열린우리당 인권특위와 국가인권위는 오후 1시12분께 농성장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설치된 경찰 상황실 옆 전경 버스 안에서 주공단장과 경찰이 참석한 가운데 당시 상황설명과 주공의 보상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기본 생계와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사전 계고와 행정대집행 절차를 지키지 않고 망루 철거를 위해 철거용역반을 투입한 주공과 진입을 시도한 주공을 제지하지 않은 경찰이 무리한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이날 주공단장은 보상과 관련 당초 양보 없는 보상방안에서 후퇴해 "인터넷 시대인 만큼 사람이 실제 그 곳에 살았다는 객관적인 증빙이 가능하다"며 "실제 명의가 주거권자가 아니더라도 살았던 흔적이 입증되면 다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현실은 진실을 버겁게 받아들이려고 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항상 진실의 무게는 실천하는 사람들의 조그마한 생명력으로 존재하곤 한다. 함께 나누고 함께 진실을 캐내는 속에서 가까이 하고 싶다. 이제는 선,후배들과 항상 토론하면서 우리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싶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