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군 최전방 GP 내무반에서 일어난 최악의 수류탄,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주로 국방부 쪽의 주장으로 김 일병 개인에게 돌리는 경우다. 내성적이고 부적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른 하나는 군 기강 해이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인분 사건, 철책 절단, 방비 허술로 북한군 병사 월남, 어부 월북과 특수작전용 보트 분실 사건 등과 같이 군 기강 해이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체 시스템 문제이기 때문에 국방부는 물론 참여정부책임론까지 연결시킨다.
또한 군대 안의 인권이 열악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다.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었을 것이고 이 같은 사실은 국방부가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심한 언어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밝혀졌다. 심한 언어폭력은 인간의 수치심을 더 증폭시켜 육체적인 폭력보다 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벌어진 사건은, 여러 가지 원인이 한데 얽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김 일병이 전체 내부 반원들에게 총기난사를 했다는 사실은 다르게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대개 자신에게 가혹행위를 하거나 폭행을 가하는 선임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
김 일병은 자신을 괴롭게 하는 선임 몇몇이 아니라 지휘관에서 친구, 하급자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다. 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 자체에 대한 증오를 의미한다. 조직 전체에 대한 증오는 조직이 자신을 외면하고 괴롭게 한다는 소외 심리에서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속으로 김 일병이 혼자 소외 되어 있었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 소외만큼 사람에게 두렵고도 분노를 자아내는 것도 없다. 군복무를 하는 사병들을 괴롭히는 것이 이 소외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곳에서 사람들과 상황이 주는 소외는 외로움과 고독을 극대화시키고 다른 이들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무차별적인 대중 살상행위는 이때 벌어진다.
힘든 일이 있어도 사람은 소외되지 않았다는 심리가 있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주고 보듬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조직 전체에 그러한 사람이 없다면 소외감은 극대화 될 것이다. 소외감에서 인격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행태가 가해지면 극단적인 선택을 취하게 될 수 있다.
군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보아야 하는 부분은 이 소외의 심리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단지 인격모독의 욕설 대신 고운 말을 쓰고,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이 소외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군 기강을 바로잡아 군기를 엄하게 세운다고 이것이 없어질 리도 없다. 또한 개인의 성격이나 심리적 결함으로만 돌릴 때도 해결되지는 않는다. 물론 다 함께 개선해야 할 문제이다. 다만, 이러한 것들과 함께 소외 문제에 대해서 천착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이 군부대의 인권은 물론 전투력이나 안보를 해치는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계급이나 조직위계를 떠나 서로 사람과 사람, 인격과 인격이 소통하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서로 소외되지 않고 따뜻한 관계성 구축에 대한 모색을 의미한다. 반드시 엄격한 질서와 위계가 있다고 해서 소외가 심화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이해, 공감, 공유를 바탕으로 한 인격적인 관계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각 사단이나 예하 부대에는 임상 심리 전문가를 배치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아직도 심리 전문가를 정신이상 담당자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상인도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서 정신장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더구나 많은 군대내의 사건이 심리적인 오해나 편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선임이 진정 악당이라기보다는 어떻게 사람관계를 다루어야 될지 몰라 가혹행위와 욕설, 인격 모독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후임병도 그러한 관계 속에서 대처방향을 잡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군대의 문제는 인간관계의 문제가 크다. 선임 후임을 떠나 젊은 병사들에게 관계를 어떻게 맺고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멘토나 카운슬러, 그리고 실제적으로 체계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오해와 편견이 작용할 때마다 서로 따뜻한 피가 흐르는, 서로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임을 확인하며 의지해 힘든 상황을 함께 헤쳐 가는 힘은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관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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