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에 참석한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서 고인들의 영정앞에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묵념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연천군 최전방 GP 총기난사 사고는 지난 25일 여덟 희생자들의 합동 영결식으로 일단락 됐다. 논란을 빚었던 사고의 원인은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 김 일병의 성격 결함 탓으로 결론 났다. 사고가 일어난 지 나흘만에, 세 번에 걸친 조사 결과 발표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이런 수사 결과는 추락한 군대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회복시켜줬다. 또한, 하루아침에 '언어폭력'의 가해자가 되어 사망한 장병과 그 유가족들의 실추된 명예를 다시 세워줬다. 군 당국은 오직 사건을 일으킨 김 일병 한 명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유가족들의 분노와 여론의 높은 비판을 비껴갔다. 과연 여덟 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공의 적은 김 일병 하나였을까.
너무도 완벽한 군대에서 일어난 대형 사고?
군 당국이 지난 23일 발표한 종합수사 결과는 애초 1차 수사결과 발표 때와 내용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총기를 난사한 김 일병의 범행 동기와 대해서는 선임병들의 언어폭력 때문이라는 처음 발표를 완전히 뒤집었다.
23일 홍종설(준장) 육군 헌병감은 "친근감의 표시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을 김 일병은 내성적 성격 때문에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심정적인 충격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발표한 언어폭력은 '친근감의 표시'라는 용어로 바뀌었다. 또한 "김 일병은 전투게임을 즐겨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공상을 추구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생존한 병사들도 종합수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 군 당국과 비슷한 말을 했다. 병사들은 모두 "부대 분위기는 좋았고 김 일병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또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큰 혼란 없이 침착성을 발휘해 용기 있게 대응했다고 증언했다.
종합해 보면 평소 소대원들은 서로 사이가 좋았고,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설명대로라면 대한민국 군대가 꿈꾸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완벽한 군대의 모습을 파괴한 건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김 일병 하나였다. 그렇다면 이토록 완벽한 군대에 대해 군 당국은 불과 3일 전에 어떻게 이야기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