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여년전 강원도 전방부대의 연대본부 인사과에서 사병인사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내 업무 중에는 신병교육을 마치고 전입해오는 초임병들과 3박4일 동안 함께 생활하며 신상파악 및 소양교육을 하고 자대배치 자료를 준비하는 일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번 총기난사에 대한 뉴스속보를 듣는 순간, 사고부대는 수색대대일 것이며, 사망 장병들이 모두 상병이었으므로 사고자는 일병일 것으로 직감했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그 사고자 일병은 흔히 말하는 '꼬인 군번'이 맞는 것 같습니다.
GOP 경계부대는 주기적으로 교체되고, 편제상 더 많은 인원을 인가받게 되는데, 평상시 인원만 가지고 있던 부대는 투입 직전에 신병을 연이어서 받게 되며, 이렇게 채워질 때까지 충원되다보면, 한 동안은 신병이 안 들어옵니다.
이러다보면 균형 있는 계급배치가 깨져 하위계급군에서 선후임이 결정되면서 때로는 상병 달 때까지 내무반에서 막내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한두 달 늦은 입대 탓에 후임병들은 힘든 역할을 더 오래 할 수밖에 없지요.
나는 2천명이 넘는 신병을 만나면서 차츰 '관심사병'을 가려내는 눈이 생겼고, 방침에 따라 이런 신병들은 GOP부대에 배치하지 않거나 후순위 배치를 건의합니다. 민통선 이북 'GOP부대는 일상적으로 실탄과 수류탄을 접촉'하기 때문입니다. 가혹행위가 있었느냐, 언어폭력이 원인이었느냐, 그것은 덜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부대적응력이 떨어지는 사병을 전방에 배치하고 이를 방치한 것에 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신병교육 후 사단사령부에서는 개별 병사의 특성을 고려해 자대배치를 해야 하는데, 수백 명의 대집단에서 이런 개별적 특성에 대한 배려가 미흡해서 부득이 배치됐더라도, 대대-중대-소대생활을 통해서 특이 관찰사항이 발견되었을 때에는, 우선적으로 군사경계선 이남으로 보내는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나는 96년에 제대할 때까지 군에서 2명의 친구를 잃었습니다. 1명은 고교동창인데 옆 사단에서 훈련 중 지뢰를 밟았고, 다른 한명은 신병교육대 동기인데 자대배치 2주 만에 근무 중 총으로 자살했습니다.
후자의 친구는 훈련과정에서 늘 뒤쳐졌던 이른바 '고문관'으로 불렸습니다.
당시 우리부대 신병교육대는 악랄하기로 소문났으니, 훈련마다 지옥 같은 기합을 받고 또 받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의 GOP 투입직후 자살'은 이미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근무하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만약 김 일병이 '관심사병'으로 분류되었다면, 만약 김 일병의 근무지가 GP가 아니었다면.
그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이 짐은 너무 무겁겠군요.
덧붙이는 글 | 사고부대는 전방사단 직할 수색대대이고, 기자는 전방사단 예하 보병연대에서 '10여년 전'에 근무했으므로, 공간적 또는 시대적 환경과 역할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