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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경기도 연천군에 소재하고 있는 모 사단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선임자들의 언어폭력을 참지 못해 수류탄 및 총기를 난사했다고 합니다. 그 피해도 8명 사망, 2명 중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번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국민들 앞에 명백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접하면서 다시 한번 군대문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은 거의 모두 느끼는 것이지만 군대에서는 일상적 폭력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구타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언어 및 다른 방식(왕따, 성폭력)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군에서는 폭력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폭력문화 근절을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까지 변한 것은 제대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폭력문화를 구조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상만을 보고 대책 안을 내놓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겠지요.
군대 내 폭력문화 구조적 근절 대책 필요
특히 무기를 직접 다루고 있는 군대에서는 폭력문화를 근절할 수 있는 시급한 대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군 생활을 먼저 경험한(94년 3월- 96년 5월) 사람으로서 현재 군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책을 말해 보고자 합니다.
이런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첫 번째로 원시적인 내무반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부대에서도 한 내무반에서 수많은 인원(25여 명)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좁은 공간의 내무반에서 많은 인원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런저런 사고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군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훈련이 아니라 내무반 생활이었습니다. 하루종일 훈련에 시달리다 내무반으로 들어오면 선임병들의 온갖 지시에 따라야 했습니다. 그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못하면 갖가지 욕이나 폭력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잠을 잘 때 너무 피곤해 코를 곤다고 해서 맞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꿈 속에서조차 불안감에 시달리며 잠을 자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선임병들에 대한 감정이 좋아 질 수가 없는 것이지요.
가정에서 상습적인 구타 및 언어 폭력을 당하는 어린이들이 느끼는 심정이라 할까요? 이런 것이 지속되면 어떻게든 감정이 폭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정이 폭발하면 탈영, 자살, 선임병 구타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로 통해서 반드시 내무실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군대 및 교도소를 제외하고는 10명 이상의 인원들이 함께 잠을 자고 있는 곳은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일반적인 기숙사도 2-4인 실로 정착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하루속히 군대에서도 소수인원들이 내무실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여 폭력 문화를 근절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시급한 것이 제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지금도 군대에서는 소원수리라는 제도를 통해서 사병들의 애로점에 대해서 장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치는 거의 유명무실한 제도입니다.
저도 군 생활 동안 공식적으로 소원수리를 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인 있지만 한 번도 애로점을 써 본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신분 노출을 방지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대 내에서 소원수리가 나오면 부대장이 책임을 지니 장려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그러니 폭력을 당하고 나면 그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사라집니다. 집에다 얘기하려고 해도 걱정하실 부모님 생각에 대부분 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혼자서 고민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언로가 막히니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제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철저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이번 사건도 언어 폭력에 대한 얘기가 미리 접수가 될 수 있었다면 이런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부패방지법' 형태의 법 군대에도 필요
그 형태는 공무원들의 내부제보를 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인 '부패방지법'과 같은 법이 군대에서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폐쇄적인 군 문화 개선입니다. 군대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부대 내에서만 생활을 하게 됩니다. 특히 아무런 일정이 없는 주말에도 내무반이나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폐쇄적인 군 정책이 더욱 사병들을 힘들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교들이나 부사관들은 근무가 없는 주말에는 부대 외 가까운 거리까지는 외출이 허용됩니다. 그 외출을 이용해서 일주일 동안 받았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병들에게는 이런 장치가 없습니다. 누군가 면회를 와야만 외출이 가능합니다. 지인들이 먼 곳에 사는 사병들은 휴가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현실이 이러니 사병들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런 스트레스로 인해 일과가 없는 주말에 구타 및 얼차려와 같은 사고가 더욱 많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부대 내에는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겨두고 외출을 허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극단적인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것입니다. 병력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주말에 외출을 금지하고 있는 지금의 정책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런 폐쇄적인 병력관리 정책이 사고를 조장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말한 세 가지 개선 안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사고방지를 위해 좀 더 근본적인 개선 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군 수뇌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좀 더 혁신적인 사병인권 개선 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지게 된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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