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총장 '억류' 일주일만에 끝나

총장 병원후송... 학생들, 교직원들 "술 추태" 주장

등록 2005.06.20 18:03수정 2005.06.21 02:04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14일부터 영남대 총장의 '억류' 사태로 촉발됐던 무용학전공 통폐합 갈등이 일주일만에 일단 정리됐다. 하지만 통폐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14일부터 영남대 총장의 '억류' 사태로 촉발됐던 무용학전공 통폐합 갈등이 일주일만에 일단 정리됐다. 하지만 통폐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 서태영

학생들의 총장 '억류'로 불거졌던 영남대 무용학전공 통폐합 사태가 총장의 병원 후송으로 일주일만에 양측의 대치상황이 일단 종료됐다. 하지만 통폐합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여전히 충돌의 불씨는 남아있다.

영남대 총장 '억류' 일주일만에 해소

20일 새벽 국제관 회의실에서 학생들과 대치하고 있던 영남대 우동기 총장이 호흡 곤란과 어지럼증을 호소해 영남대의료원으로 이송돼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이로써 일주일 가량 지속된 영남대 통폐합 사태는 일단 끝이 났다.

사태가 불거진 것은 지난 14일. 이날 오후 5시 영남대 무용학전공 학생과 학부모 대표는 국제관 회의실에서 우동기 총장과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면담 자리에서는 '통폐합 원칙 고수'와 '통폐합 철회'를 주장하는 양측간 입장만 반복했다.

결국 면담 2시간여만인 저녁 8시쯤 우 총장이 면담장을 떠나려고 하자, 학생과 학부모 50여명이 총장에게 "통폐합 철회를 위한 면담을 계속 해야한다"면서 길을 가로막았다. 이에 우 총장은 회의실로 돌아가 문을 걸어 잠그고 학생들은 회의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주일을 맞고 있던 20일 새벽까지도 양측은 협상을 벌이지 않은채 맞서왔고, 결국 농성을 벌이던 학생 10여명도 탈수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통폐합 갈등, 여전히 불씨 남아


a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농성이 사흘째 벌어지고 있던 지난 16일 당시 모습. 학생들의 뒷편으로 보이는 문 안으로 영남대 우동기 총장이 '억류'돼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일부 보직교수 등 교직원들이 회의실을 비롯해 농성장 주변에서 "술을 먹는 등 추태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농성이 사흘째 벌어지고 있던 지난 16일 당시 모습. 학생들의 뒷편으로 보이는 문 안으로 영남대 우동기 총장이 '억류'돼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일부 보직교수 등 교직원들이 회의실을 비롯해 농성장 주변에서 "술을 먹는 등 추태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 서태영

일단 표면화된 양측의 대치 상황은 끝났지만 여전히 양측의 충돌이 재연될 불씨는 남아있다. 이미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 농성하려는 등 '통폐합 철회'와 통폐합 논의를 위한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영남대 무용학 전공은 지난 2002년도부터 체육학부에서 체육학 전공과 분리돼 매년 40명씩 정원을 뽑아왔다. 그러나 영남대측은 최근 2006학년도 학생정원 조정안을 마련하고 무용학 전공을 폐지해 체육학 전공과 통합시키는 안을 마련했다.


영남대는 자체 정원 조정위원회에서 무용학전공의 지원율과 등록율을 비롯해 앞으로 경쟁력을 검토한 결과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지난 2003년도와 2004년도에서도 정원이 미달되는 사태를 빚어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학은 지난 16일 교무위원회 차원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원조정(안)을 관련 부서, 학과(부) 및 소속 교수 등과 협의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빈틈없이 추진하고 원칙에서 벗어난 비이성적 태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통폐합은 원칙"... 학생 "불과 3년만에 통폐합"

하지만 학생들은 대학측이 학생들의 의견은 일절 묻지않은 채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며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장세윤(22·4학년) 대표는 "통폐합을 진행하면서도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입장도 묻지 않았다"면서 "대학이 불과 3년전 무용학 전공을 분리해 뽑고도 이제는 장사가 안된다고 해서 학생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졸속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학생들은 또 "대학측이 통폐합 이후에도 현재 재학생에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한다"면서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졸업한 학과가 없어진다면 이미지가 실추되고 취업 등에서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처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감금이라니?... 교직원들이 술 마시고 추태 부렸다"
농성 학생들, 일부 언론 보도에 불만... 학교측 "술 먹은 건 사실이지만"

▲ 영남대 무용학전공 학생들이 일주일째 총장과 대치하며 농성을 벌이던 국제관 앞.
ⓒ서태영

사상 초유의 학생들의 총장 억류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농성을 벌였던 학생들은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14일부터 영남대 국제관2층 회의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이 학교 무용학 전공 학생과 학부모들은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대학측과 일부 언론에서 총장이 '감금'됐다는 표현을 쓰면서 학생들을 매도했다"면서 "언론이 취재는 했지만 사태의 과정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특히 학생들은 "오히려 일부 보직교수와 직원들은 학생들의 농성장 주변에서 술을 마시는 등 추태를 부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언론에서 학생들이 총장을 감금했다는 점만 부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성에 참여한 학생 이아무개(22)씨는 "농성 이틀째인 지난 15일 밤 9시쯤 학생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총장이 있는 회의실 옆에서 보직교수 등 3~4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면서 "술을 마시는 현장을 본 나에게 한 보직교수가 '너도 술 한잔 먹어라'고 권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농성장 주변 뿐만 아니라 총장이 머물고 있던 회의실에서도 교직원들이 술을 마시고 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학생들은 "당시 교직원들이 회의실에 나오면 얼굴이 붉어져있었고 술과 고기를 굽는 냄새를 농성장에서도 맡을 수도 있었다"면서 "한 보직교수는 학생들에게 '말조심하라', '조용히 해라'는 등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또 "총장이 14일 면담에서도 통폐합 내용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통폐합 고수 입장만을 밝힌 채 회의실을 빠져나가려고 했고, 회의실 문을 잠근 것도 총장 스스로가 한 일"이라면서 "총장이 학생들에 대해 비난여론을 의도적으로 만들기 위해 장기 농성 사태를 만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대학 한 관계자는 "감금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쓴 적이 없다"면서 "교직원들이 회의실을 출입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의 농성으로 공식적인 업무도 할 수 없었고 총장 업무가 파행적으로 간 것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술을 마셨다고 지목된 한 보직교수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술을 마신 적은 결코 없었다"면서 "하지만 일부 교직원들이 회의실인 아닌 농성장 주변에서 서비스로 온 술을 한 두잔 먹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보직교수는 또 "학생들이 학교 업무를 마비시키고 총장님을 감금한 사실을 더 주목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일부 학부모들이 오히려 술을 먹고 교수들에게 행패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덧붙이는 글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