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말아 먹는 냉면, 끝내줍니다

[맛집탐방] '별난 냉면' 퍼레이드 ①

등록 2005.06.27 15:31수정 2005.06.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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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내용물로 구성되어 있는 김치말이 냉면
독특한 내용물로 구성되어 있는 김치말이 냉면유영수
장맛비가 시작돼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몸을 움직이기만 해도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에 곤혹스러움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심지어 대구 일원에서는 때 이른 열대야 현상으로 잠 못 이루는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는 보도까지 접할 수 있었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에는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냉면과 팥빙수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진정한 마니아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냉면을 즐긴다지만, 뭐니뭐니해도 모든 음식은 제철이 따로 있는 법 아닌가.


특히 필자와 같이 면을 유독 좋아하는 이들은 평소에도 하루에 한 끼 정도는 밥 이외에 면류 음식을 먹어줘야 행복하기 때문에, 냉면삼매경에 빠지기 좋은 여름이 한편으론 반갑기까지 하다.

하지만 기발하고 독창적인 음식들이 인기몰이를 하는 요즘, 밋밋하고 평범한 냉면은 웬지 재미가 없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지역에 따라 혹은 먹는 방법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한 냉면들 중에, 평소 접하기 힘든 '별난 냉면'들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김치말이 냉면'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사람들의 식성이 워낙 제각각이어서, 냉면을 싫어하는 이는 없을 것 같아도 간혹 냉면을 즐겨 먹지 못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들도 이 김치말이 냉면의 유혹에는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데….

그 비밀은 김치말이 냉면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특이하고 맛있다고 소문난 김치말이 냉면을 맛보기 위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토요일 저녁 멀리 신사동까지 찾아가는 수고로움도, 잠시 후면 즐길 수 있을 맛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행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유영수
독특하게 장독들이 출입구 위에 올려져 있는 음식점 '전원' 내부에 들어서니, 워낙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고깃집이어서인지 아직 식사하기엔 이른 시간임에도 고기를 먹는 손님들이 꽤 눈에 띈다.


이쪽에서는 차돌백이, 저쪽에서는 한우등심 다들 고기의 맛을 음미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고기를 먹고픈 유혹에 잠시 빠지기도 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당히 김치말이 냉면을 주문했다.

주먹밥을 말아 먹을 때 얹어 먹으면, 그 맛을 배가시키는 배추김치가 반찬으로 나온다.
주먹밥을 말아 먹을 때 얹어 먹으면, 그 맛을 배가시키는 배추김치가 반찬으로 나온다.유영수
잠시 후 테이블에 올려진 냉면의 내용물을 보니 김치말이 냉면의 비밀은 간단히 풀어진다. 시골 동치미 육수에는 냉면과 배추김치 그리고 열무김치가 자리하고 있었고, 특이하게도 주먹밥이 한 덩어리 놓여져 있는 게 아닌가.


우선 시원하게 얼음이 띄워져 있는 동치미 육수를 한 모금 들이킨다. 먼 길을 찾아오느라 끈적끈적해진 목덜미가 아련하게 뻥 뚫리는 걸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냉면 면발을 맛볼 시간. 배추김치와 열무김치를 번갈아 냉면과 함께 먹어보니, 쫄깃하고 새콤한 맛이 괜찮긴 한데 그 유명세에 비한다면 그다지 깊은 맛은 없는 듯하다. 냉면전문점이 아니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냉면 위에 주먹밥이 떠 있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란.
냉면 위에 주먹밥이 떠 있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란.유영수
냉면을 다 먹은 후 이번엔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인공 '주먹밥'을 말기 시작한다. 꼬옥 말아진 주먹밥은 쉽게 으깨어지지 않는다. 적당히 나누어 놓은 후 반찬으로 나온 배추김치를 곁들여 한 입 먹어보니, 그 맛이 아주 일품이다. 주먹밥 자체가 생소한 필자에게도 시원한 동치미 육수에 말아진 주먹밥의 맛은 별미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유영수
일반적으로 냉면을 먹은 후 쉽게 찾아오는 공복감을 채워주기 위해, 냉면사발에 항상 반 개씩 들어 있는 삶은 계란도 이 집에서는 별로 먹을 필요가 없다. 냉면 한 그릇만으로도 아니 사리를 추가하지 않아도, 부른 배를 두드리며 행복한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지하철 3호선 신사역 4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파리바게뜨'가 보인다. 그 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한참을 내려가면 '동신한증막'이 나오고, 다시 왼쪽으로 100m쯤 걸어가면 연두색 간판이 보인다. 김치말이 냉면은 6천원이다.

덧붙이는 글 지하철 3호선 신사역 4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파리바게뜨'가 보인다. 그 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한참을 내려가면 '동신한증막'이 나오고, 다시 왼쪽으로 100m쯤 걸어가면 연두색 간판이 보인다. 김치말이 냉면은 6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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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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