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 과정(왼쪽)을 거쳐 세 겹의 옷을 껴입는 포장 과정.롯데제과 제공
이제 벌거벗은 나를 옷 입히는 과정이 남았다. 포장기를 거치며 나는 옷을 세 겹에 걸쳐 입는다. 가장 안쪽이 내포, 중간에 껴입은 것이 외포, 겉옷은 볼케이스로 불린다. 마지막 옷을 입은 나를 박스에 포장하는 게 마지막 단계다.
이렇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태어난 나이니, 보다 매너 있고, 얌전하게 나를 씹어줄 사람에게 팔려갔으면 하는 게 당연한 바람이다. 앞서 내가 행복하다고 말했던 것도 바로 그런 사람이 날 씹어줬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내 마지막을 아프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마치며 내가 지닌 몇 가지 좋은 기능을 들려주려 한다. 물론, 세상 모든 제품에는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내가 내 험담을 할 순 없으니 오늘은 좋은 쪽으로의 기능만 말하는 걸 이해해주길.
나는 소화기능을 돕는다. 잘 씹는 습관을 길러주고 타액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 뇌세포를 자극해 일의 능률을 높이고, 졸음을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는 1987년 일본산업의학재단의 실험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이외에도 입안의 유해균 부패를 막아주고,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해 입 속을 깨끗하게 해준다.
자, 장황한 자랑까지 마쳤으니 이제 난 휴지통에 버려질 시간까지 영화배우 P의 재킷 속에서 혼자만의 상념에 젖어들어 보련다. 길고 긴 내 라이프 스토리를 지겨워하지 않고 들어줘서 고맙다.
| | 1년에 1900억원어치가 팔리는 롯데껌의 어제와 오늘 | | | 70년대엔 껌 삼총사...21세기 껌업계의 화두는 '자일리톨' | | | |
| | ▲ 생산 년대별로 분류해 본 껌. | ⓒ롯데제과 제공 | 1967년 처음으로 껌을 생산한 이후 롯데껌이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는 건 72년 영등포에 공장을 신축하고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라는 3총사를 내놓으면서다. 이 껌들은 껌판에 특유의 무늬를 새기고, 방수포장을 해 현재 생산되는 껌들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이후에도 이름도 재밌는 '왔다껌'을 비롯, '이브껌' '수노아껌' 등의 히트상품을 출시했다. 8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는 각종 기능껌들이 선보였는데 스트레스 해소, 치석 제거, 구취 예방 등의 효과를 선전하며 나온 껌 중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화이트-E껌'의 인기가 높았다.
21세기에 접어든 껌업계의 화두는 단연 '자일리톨'이다. 롯데만이 아니라 해태 등 껌제조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50% 이상이 자일리톨이 함유된 껌이다. 최고 인기 품목임은 불문가지. 자작나무와 떡갈나무 등에서 추출하는 자일리톨은 충치를 예방하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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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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