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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에서 소멸까지 ⑦ - 만두]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이 고루 함유된 양질의 음식

등록 2005.12.16 17:08수정 2005.12.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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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쉽게 만나고 소비하는 것들일수록 그것의 원재료가 무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제품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무심히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공정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친숙한 제품의 탄생에서 소멸까지를 직접 제품의 입장이 되어 1인칭 화법으로 서술해보았다. 기획 일곱 번째 기사는 포장 냉동만두다. <편집자주>
해태제과 제공
서기 2세기경. 조조의 위, 유비의 촉, 손권의 오 세 나라가 천하의 패권을 놓고 공방을 거듭하던 삼국시대. 촉나라의 핵심 전략 브레인인 제갈공명이 위나라를 치기 위해 장도에 나선다. 정벌의 길에서 크고 거친 강을 만난 공명의 군대.

인근에 거주해온 남만인(南蠻人)들은 "이 강을 그냥 건너면 물의 신이 노해 전쟁에 지게 된다, 사람의 머리를 잘라 제사를 지내라"고 공명과 촉의 장수들을 부추긴다. 하지만, 자신의 몸과 다름없는 병졸이나 백성들을 함부로 죽일 수는 없는 일.

공명은 사람의 머리를 대신할 '그 무엇'을 만들어낸다. 양과 돼지를 잡아 그 고기로 소를 버무린 후 밀가루 피를 씌워 인두(人頭) 형태로 만든 것이다. 물의 신에게 올리는 제사는 사람의 머리 대신 이 제물로 행해졌다. 바로 그 제물을 '남만인의 머리'라 하여 만두(饅頭)라고 불렀다.

실수를 한 자신의 측근을 가슴 아파하면서도 결국은 목을 베는(泣斬馬謖) 잔인한 일면을 보여준 제갈공명. 이 일화에서는 그의 휴머니티가 읽히기도 하지만, 어쨌건 즐겁고 유쾌한 탄생설화는 아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찐 만두, 나는 냉동식품시장의 절대강자

서두가 장황했다. 추운 겨울날 어떻게 안녕들 하신지? 다들 짐작한대로 나는 만두다. 그중에서도 포장된 냉동만두. 지난해 나와 관련된 '무서운 파동'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기도 했지만, 아직은 총 5천억원 규모의 냉동식품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강자의 맥통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초보주부 선미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나를 구입해 냉동실에 넣어두고 남편 광식이를 기다리고 있다.


연말이라 부쩍 잦아진 송년모임 탓에 며칠째 귀가가 늦었던 광식이 오늘은 어쩐 일로 일찍 들어온다고 전화를 해왔으니, 모락모락 김 오르게 나를 쪄서 함께 소주라도 한잔 기울일 요량인 모양이다. 가난한 부부의 소박한 로맨스에 동참하게 된 형국이니 반가운 일이다.

찜통 위에 올려져 뜨거운 수증기 세례를 받기 전 맑고 찬 정신으로 나를 둘러싼 당신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려 하니 귀를 활짝 열고 즐겁게 들으시기 바란다. 먼저 나의 역사다.


문헌으로 볼 때 고려시대에도 나와 유사한 형태의 것을 먹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 내가 가진 모습과 비슷한 조상이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로 보면 무난하다. 당시엔 생선을 소로 사용한 어만두와 고기완자를 넣은 알만두, 전복을 넣어 고급화시킨 전복만두 등이 호평 받았다.

분류법은 크기에 따라 대만두와 소만두, 골무만두와 석류만두 등으로 나뉘었고, 피를 만드는 재료에 따라 밀만두와 감자만두, 메밀만두 등으로 분류됐으며, 속을 채운 재료에 따라서는 꿩만두와 쇠고기만두, 김치만두 등으로 이름 불렸다.

대량생산-대량유통 시스템 하에서 만들어지고 거래되는 나, 냉동만두는 1987년 해태제과가 냉동식품 시장에 뛰어들면서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제일냉동과 롯데햄우유도 내 친구들을 생산하기 시작해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성립된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나의 시장규모는 2500억원대. 이 시장의 24% 가량을 '고향만두'를 생산하는 해태제과가 차지하고 있고, CJ 백설만두, 풀무원, 삼포만두, 취영루가 그 뒤를 잇고 있다.

18년의 역사 속에서 제품의 종류도 다양화돼 현재는 교자만두, 손만두, 군만두, 물만두, 찐만두 등으로 불리는 내 형제들이 다양한 식성을 가진 사람들의 취향 만족에 힘쓰고 있다.

다양한 포장 냉동만두들.
다양한 포장 냉동만두들.해태제과 제공
해태제과 제공
맛난 만두소, '신선하고 깨끗한 재료'만이 비법

붕어빵의 핵심이 단팥에 있고, 라면 맛의 비밀이 국물에 있다면 나의 알짬은 피와 소다. 그럼 이제부터 좋은 피와 소를 만드는 비결을 공개한다. 귀 쫑긋 세우시라.

좋은 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합에 숙성에 신경 써야 한다. 단순하게 밀가루에 물을 부어 반죽하면 될 거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밀가루에 적당량의 찹쌀가루를 첨가하고, 물 역시 천천히 조금씩 양을 조절해 적당히 차진 상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밀가루의 숙성은 장국에 끓여먹을 것인지, 쪄먹을 것이지, 구워먹을 것인지에 따라 그 기간이 다른데 이는 나를 만드는 기업의 노하우인지라 정확한 시간까지는 알려줄 수가 없다. 자주 만들어 먹으면서 경험을 쌓아가는 게 쫄깃하고 쉽게 찢어지지 않는 피를 만드는 왕도다. 그게 힘들고 귀찮다면 포장된 나를 가게에서 사 먹어도 무방하다.

다음은 소. 이건 별다른 비법이 없다. '신선하고, 깨끗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원칙만 지키면 된다. 고기는 도축한 지 일주일 이내의 것을 사용하고, 야채는 다소 비싸더라도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것을 쓰면 된다. 당면 역시 마찬가지. 깨끗한 물에 불리고, 올리브유로 볶는 것이 맛있는 간식을 만나기 위한 첩경이다.

신선하고 깨끗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지난해 만두파동을 통해 여실히 증명됐다. 내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지저분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일파만파로 사람들에게 퍼졌고,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됐다.

당시 나를 만들던 영세업체들은 줄줄이 도산했고, 대기업들 역시 절반 이상 깎여나간 매출액 탓에 골머리를 싸맸다. 그때 통절한 반성을 한 업체들은 이제 무엇보다 '위생'과 '선도 높은 재료선택'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매출 1위인 고향만두를 생산하는 해태제과의 경우 2001년부터 '위해요소 중점관리시스템(HACCP)'을 가동해 내 탄생의 시초가 되는 원료 생산에서부터 마지막 유통 단계까지 위생안전 확보에 진력하고 있다. 또한, 내 속에 들어가는 새송이버섯과 숙주, 애호박 등도 신선도가 높은 것을 사용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를 굽거나 데쳐서 먹고 싶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지만, 말로만 해서야 어디 확실하게 믿을 수가 있나. 하여, 지금부터 나를 만드는 각종 공정을 순서대로 찍은 5장의 사진을 보여주고자 한다. 깨끗한지 더러운지, 청결한지 불결한지 독자들께서 직접 판단하시라.

해태제과 제공

해태제과 제공

해태제과 제공

해태제과 제공

해태제과 제공
납작 군만두부터 고기가 전혀 안 든 만두까지, 골라먹는 재미도

사람마다 다른 것이 입맛인지라 나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취향도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거기에 발 맞출 수밖에 없는 게 생산업체들의 입장. 최근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을 배려한 '고기가 전혀 안 든 만두'라는 제품이 나왔고, 후라이팬에 구워먹기 편하도록 납작하게 만든 군만두전용 제품도 출시됐다.

끓는 물에 퐁당 담갔다 꺼내먹는 조그마한 몸피의 물만두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김치로 소를 만든 김치만두, 손으로 만든 듯한 모양과 맛을 지닌 손만두 등은 꾸준히 인기를 누리는 제품들.

나를 즐기는 마니아 중에는 대량 생산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나보다는 판매하는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 맛을 지닌 내 친구 수제만두를 한 수 윗길로 치는 사람도 있다. 틀린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대량으로 생산하고 유통되는 나는 제품 하나하나가 맛과 품질에서 균일화 돼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역시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될 일이다.

내가 지닌 영양성분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으로 대신하자. 최민식의 신들린 듯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거기서 오대수라는 인물로 분한 최민식은 15년 동안 군만두만을 먹고도 멀쩡하다.

재료만 제대로 된 걸 쓴다면 나는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이 고루 함유된 양질의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영화는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초인종 소리에 선미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 광식이를 맞는다. 가스 불 위에서는 벌써 나를 요리할 물이 펄펄 끓고 있다. 오늘 저녁엔 무뚝뚝한 광식이가 처음 연애를 시작하던 그 때처럼 선미의 입에 따끈하게 김 오르는 나를 넣어줘야 할텐데.

빈한하지만 충만한 둘의 사랑과 입 속을 행복하게 해줄 나로 인해 매서운 겨울추위가 조금은 누그러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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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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