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 제공
서기 2세기경. 조조의 위, 유비의 촉, 손권의 오 세 나라가 천하의 패권을 놓고 공방을 거듭하던 삼국시대. 촉나라의 핵심 전략 브레인인 제갈공명이 위나라를 치기 위해 장도에 나선다. 정벌의 길에서 크고 거친 강을 만난 공명의 군대.
인근에 거주해온 남만인(南蠻人)들은 "이 강을 그냥 건너면 물의 신이 노해 전쟁에 지게 된다, 사람의 머리를 잘라 제사를 지내라"고 공명과 촉의 장수들을 부추긴다. 하지만, 자신의 몸과 다름없는 병졸이나 백성들을 함부로 죽일 수는 없는 일.
공명은 사람의 머리를 대신할 '그 무엇'을 만들어낸다. 양과 돼지를 잡아 그 고기로 소를 버무린 후 밀가루 피를 씌워 인두(人頭) 형태로 만든 것이다. 물의 신에게 올리는 제사는 사람의 머리 대신 이 제물로 행해졌다. 바로 그 제물을 '남만인의 머리'라 하여 만두(饅頭)라고 불렀다.
실수를 한 자신의 측근을 가슴 아파하면서도 결국은 목을 베는(泣斬馬謖) 잔인한 일면을 보여준 제갈공명. 이 일화에서는 그의 휴머니티가 읽히기도 하지만, 어쨌건 즐겁고 유쾌한 탄생설화는 아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찐 만두, 나는 냉동식품시장의 절대강자
서두가 장황했다. 추운 겨울날 어떻게 안녕들 하신지? 다들 짐작한대로 나는 만두다. 그중에서도 포장된 냉동만두. 지난해 나와 관련된 '무서운 파동'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기도 했지만, 아직은 총 5천억원 규모의 냉동식품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강자의 맥통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초보주부 선미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나를 구입해 냉동실에 넣어두고 남편 광식이를 기다리고 있다.
연말이라 부쩍 잦아진 송년모임 탓에 며칠째 귀가가 늦었던 광식이 오늘은 어쩐 일로 일찍 들어온다고 전화를 해왔으니, 모락모락 김 오르게 나를 쪄서 함께 소주라도 한잔 기울일 요량인 모양이다. 가난한 부부의 소박한 로맨스에 동참하게 된 형국이니 반가운 일이다.
찜통 위에 올려져 뜨거운 수증기 세례를 받기 전 맑고 찬 정신으로 나를 둘러싼 당신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려 하니 귀를 활짝 열고 즐겁게 들으시기 바란다. 먼저 나의 역사다.
문헌으로 볼 때 고려시대에도 나와 유사한 형태의 것을 먹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 내가 가진 모습과 비슷한 조상이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로 보면 무난하다. 당시엔 생선을 소로 사용한 어만두와 고기완자를 넣은 알만두, 전복을 넣어 고급화시킨 전복만두 등이 호평 받았다.
분류법은 크기에 따라 대만두와 소만두, 골무만두와 석류만두 등으로 나뉘었고, 피를 만드는 재료에 따라 밀만두와 감자만두, 메밀만두 등으로 분류됐으며, 속을 채운 재료에 따라서는 꿩만두와 쇠고기만두, 김치만두 등으로 이름 불렸다.
대량생산-대량유통 시스템 하에서 만들어지고 거래되는 나, 냉동만두는 1987년 해태제과가 냉동식품 시장에 뛰어들면서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제일냉동과 롯데햄우유도 내 친구들을 생산하기 시작해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성립된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나의 시장규모는 2500억원대. 이 시장의 24% 가량을 '고향만두'를 생산하는 해태제과가 차지하고 있고, CJ 백설만두, 풀무원, 삼포만두, 취영루가 그 뒤를 잇고 있다.
18년의 역사 속에서 제품의 종류도 다양화돼 현재는 교자만두, 손만두, 군만두, 물만두, 찐만두 등으로 불리는 내 형제들이 다양한 식성을 가진 사람들의 취향 만족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