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더도 말고 올해만 같아라

[2005 지상파 방송사별 드라마 결산(2)] KBS 편

등록 2005.12.28 21:54수정 2005.12.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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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방송가에서도 유난히 화제와 논란의 대상에 올랐던 드라마들이 많았다. 케이블 등 다채널과 뉴 미디어의 득세로 지상파 방송사가 전반적인 시청률 하락세를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시청자들을 눈물과 웃음에 빠뜨렸던 한국 드라마의 세계. 올 한해 지상파 방송 3사 화제의 드라마들의 면면과 방송사별 특성을 다시 돌아본다...<글쓴이 주>

가족 드라마와 시대극은 우리가 전문이지

쾌걸 춘향
쾌걸 춘향KBS
올 시즌 KBS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예능 부문 전반을 통틀어서 고른 지지를 얻었을 뿐 아니라, 타 방송사처럼 조기종영의 악순환도 드물었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MBC-SBS에 비하여 약세를 보이던 드라마 시장에서 <해신> <장및빛 인생> <부모님 전상서> 같은 굵직한 히트작을 잇달아 배출하며, 다양한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연초 KBS 독주체제의 신호탄을 알린 것은, 트렌디드라마 <쾌걸 춘향>의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캐스팅 문제로 톱스타를 확보하는데 실패하며, 비교적 지명도가 떨어지던 한채영-재희-엄태웅을 내세운 <쾌걸춘향>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만화 같은 이야기 전개와 재기발랄한 캐릭터의 매력에 힘입어 SBS <세잎클로버>와 MBC<영웅시대>를 제치고 내내 독주했다. 드라마의 세 주연배우들은 나란히 확실한 인지도를 확보하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불멸의 이순신
불멸의 이순신KBS
KBS의 강세를 이야기하면서 시대극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가을부터 방송을 시작한 <해신>과 <불멸의 이순신> 두 작품은 한국 역사에서 '바다의 신화'를 창조했던 두 영웅, 장보고(최수종)와 이순신(김명민)의 일대기를 다룬 대하사극으로, 장대한 스케일과 전쟁 액션의 스펙터클로 특히 젊은 세대와 남성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끌어들이며 인기를 모았다.

사극의 보증수표 최수종은 다시 한번 시청률 파워를 입증했고, 무명의 김명민은 이 한 작품으로 새로운 스타에 등극했다. <불멸의 이순신>이 전기 드라마와 전쟁 액션의 형식에 충실한 정통 사극이었다면, <해신>은 역사적 상상력과 무협 스타일의 도입이 돋보이는 퓨전 사극으로 주목받았다고 할 수 있다. 두 작품은 사극이라는 장르가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블록버스터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님 전상서
부모님 전상서KBS
시대극과 함께 KBS 드라마의 대표 장르로 인기를 모았던 것은 바로 '가족드라마'였다. 2004년 <애정의 조건> 이후부터 1년 반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주말극의 독주체제는 올해도 변함이 없다. 김수현 작가의 저력을 재확인시킨 <부모님 전상서>와 후속작 <슬픔이여 안녕>은 나란히 시청률 수위를 차지하며 KBS표 가족드라마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일일극 시장에서도 <금쪽같은 내 새끼>의 바통을 이어받은 <어여쁜 당신>이, 방영 7개월 동안 MBC <굳세어라 금순아>가 선두를 지킨 가운데서도 꾸준히 20% 내외로 안정적 시청률을 기록했고, 후속작 <별난 여자 별난 남자>는 <맨발의 청춘>을 한 자릿수 시청률로 밀어내고 30%가 넘는 지지로 독주하고 있다.


장밋빛 인생
장밋빛 인생KBS
그러나 역시 올해 KBS의 최대 흥행작은 수목극 <장밋빛 인생>이었다. 최진실의 스타파워가 돋보인 <장밋빛 인생>은 통속적인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무려 시청률 40%를 넘기는 빅 히트를 기록하며 하반기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부모님 전상서>에서 <장밋빛 인생> <황금사과>에 이르기까지, 항상 '가족'과 '소시민'의 애환을 주된 테마로 내세우는 KBS 가족드라마의 특성은, 눈물과 감성을 자극하는 신파적인 복고주의에 있다.


지극히 통속적이지만, 우리 일상의 현실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우리 이웃들의 고난과 극복, 휴머니즘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따뜻한 이야기 전개가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최진실, 김희애, 오연수 등 이제는 원숙한 매력을 자랑하는 30대 여배우들의 안정된 경륜도 단연 돋보였다.

'마니아'의 가능성, '트렌디'의 부진

이 죽일 놈의 사랑
이 죽일 놈의 사랑KBS
모든 면에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것 같은 KBS 드라마에서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젊은 세대의 감성을 좌우하는 트렌디드라마 시장에서의 극심한 부진, 연초 <쾌걸 춘향>의 반짝 성공 이후, KBS는 올 한해 유독, 정통 멜로 혹은 발랄한 청춘 드라마 쪽에서는 눈에 띄는 히트작을 단 한 편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박선영과 류수영 주연의 <열여덟 스물아홉>, 강타와 김민선의 <러브홀릭>, 김남진-김효진의 <그녀가 돌아왔다>, 장나라-류시원의 <웨딩>, 비와 신민아의 <이 죽일놈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KBS는 꾸준히 월화드라마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디드라마를 선보였지만, 시청률 면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도, 완성도 면에서 눈에 띄는 참신함도 건져 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작품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스타에게만 의존한 부실한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 현실성이 결여된 채 뼈대만 앙상한 내러티브의 범람 같은 약점이 두드러지며, 젊은 세대의 감성에 어필할만한 요소가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부활
부활KBS
그러나 올해는 역시 수치상의 시청률과 별개로, 충성도 높은 고정팬들을 중심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마니아 드라마로 올라선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부활>이다.

6월 첫 방영 당시만 하더라도 <해신>의 후속작이라는 부담과,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독주라는 이중고 속에 한 자릿수 시청률을 맴돌며 부진했으나, 탄탄한 스릴러 구조와 엄태웅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곁들여진 완성도 높은 구성으로 호평 받는데 성공했다.

일찌감치 이 드라마의 진가를 알아본 팬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고, <부활>은 결국 화려한 '패자부활전'을 이루어냈다.

<부활>의 진정한 성과는, 인기는 끌었어도 전반적으로 참신함과 실험정신이 부족한 통속적인 작품 일색이던 KBS에서 모처럼 시청률과 별개로 완성도 높은 참신한 드라마를 만들어낸 것. 또한 시청자들이 직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양질의 드라마를 찾아 나서려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의 반영에 의미를 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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