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스타에 웃고 스타에 울고

[2005 지상파 방송사별 드라마 결산(3)] SBS 편

등록 2005.12.29 21:00수정 2005.12.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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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방송가에서도 유난히 화제와 논란의 대상에 올랐던 드라마들이 많았다. 케이블 등 다채널과 뉴 미디어의 득세로 지상파 방송사가 전반적인 시청률 하락세를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시청자들을 눈물과 웃음에 빠뜨렸던 한국 드라마의 세계. 올 한해 지상파 방송 3사 화제의 드라마들의 면면과 방송사별 특성을 다시 돌아본다...<글쓴이 주>

우먼파워 돋보인 한 해

그린로즈
그린로즈SBS
표면적으로 SBS 드라마 시장의 올해 기상도는 KBS 같은 꾸준한 호황도, MBC 같은 급격한 기복도 없는 무난한 '평년작' 정도로 정의내릴 수 있다.

2004년 <파리의 연인> 이후로 이렇다할 빅 히트 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SBS는 올해도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KBS <장밋빛 인생>에 견줄만한 작품은 없지만, 각 방영시간대별로 <프라하의 연인>이나 <봄날> <패션 70> <불량주부> <그린로즈> <토지> <하늘이시여> 같이 평균 20% 내외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흥행작을 꾸준히 내놓으며 사랑받았다.

봄날
봄날SBS
주목할 만 한 것은, 주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여성 톱스타들의 '우먼파워'가 SBS 드라마의 성적표를 크게 좌지우지했다는 점이다. <모래시계> 이후 10년 만에 <봄날>을 통해 연기자로 복귀한 톱스타 고현정을 필두로, 전도연, 신애라, 이요원처럼 한동안 TV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던 여성 스타들이 대거 SBS 드라마를 통해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여성 스타들은 대부분 변함없는 미모와 한층 원숙해진 연기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며 드라마의 흥행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드라마의 비중이 오로지 '스타'에게만 치우쳐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을 주었다.

불량주부
불량주부SBS
각각 고현정, 전도연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봄날>과 <프라하의 연인>의 경우, 한때 시청률 30% 고지에 육박하며 주말극 선두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진부하고 느린 구성, 전작의 설정을 답습하는 뻔한 클리셰의 남발 등으로 주춤하며 여배우들의 스타파워를 입증하는 정도에서 그쳤을 뿐, 작품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SBS 드라마의 강점은, 역시 독특한 소재주의와 만화 같은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영상미에 있다. 부부간 전형적인 성 역할의 전복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웃음을 자아낸 코믹 홈드라마 <불량주부>,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들의 사랑과 야망을 다룬 퓨전 시대극 <패션70>, 복수와 음모, 추리극이 어우러진 정교한 남성 스릴러로 사랑받은 <그린 로즈> 등은 아이디어와 스케일에 강점을 보이는 SBS 드라마의 개성을 잘 보여준 사례라 할 만 하다.

부실한 제작관행, 비현실적인 설정의 남발로 위기


패션 70
패션 70SBS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의거한 '고무줄 편성' 논란, 주먹구구식 제작관행으로 인한 설화 등 각종 방송사고 및 악재에 있어서는 사실 SBS도 MBC 못지않았다. 특히 당위성이 떨어지는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인 구성, 볼거리에만 치우친 선정적인 설정의 남발은 드라마 시장의 지나친 상업화를 비판하게 만들기도 했다.

올 시즌 SBS가 '절대 약세'를 보였던 시간대는 바로 수목극 시장이었다. 연초의 <유리화>에서 시작하여 <홍콩 익스프레스> <건빵선생과 별사탕> <돌아온 싱글> <루루공주>에 이르기까지 부진을 거듭했다는 것은, SBS의 주요 인기 장르였던 젊은 세대 취향의 트렌디드라마가 올해는 철저히 외면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루공주
루루공주SBS
특히 <루루공주>는 올해 '최악의 드라마 교본'이라 불릴 만큼 악재를 도맡아놓고 저질렀다. 방영 초기부터 '캐디 비하 논란'과 도를 넘어선 PPL(간접광고), 비현실적인 여성 캐릭터와 이야기 구조를 놓고 설화에 휩싸이더니, 방영 말미에는 여주인공 김정은이 이해할 수 없는 드라마 제작 관행에 불만을 표시했던 글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코너에 몰리기도 했다.

시청률이라는 잣대에 따라 원칙 없이 조기종영과 연장방송을 남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목극 <돌아온 싱글>과 금요드라마 <사랑한다 웬수야> 같은 작품들은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고정 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기종영을 강행한데 비해, 월화극 <불량주부>와 <패션 70>은 인기를 내세워 무리한 연장방송을 추진하는 이중적인 행태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프라하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SBS
숱한 악재와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그래도 SBS 드라마의 현재는 긍정적이다. 사극인 <서동요>를 비롯하여, <하늘이시여> <마이 걸>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같은 기존 작품들이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안정된 시청률을 유지하며 내년 초까지 인기몰이를 지속할 태세다.

그러나 최근 SBS 드라마에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의 남발로 인한 식상함, 여전히 두드러지는 지나친 간접광고 등은 분명 시정하고 넘어가야할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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