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제박... '이재오 카드'로 박근혜를 견제한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박근혜·이명박 대리전되나

등록 2006.01.04 13:58수정 2006.01.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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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사실상 '투톱' 아니라 '원톱'체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의총에서 무언가를 논의하는 박근혜 대표와 김무성 전사무총장.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사실상 '투톱' 아니라 '원톱'체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의총에서 무언가를 논의하는 박근혜 대표와 김무성 전사무총장.오마이뉴스 이종호
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내에 '김무성 불가론'이 점점 퍼져가고 있는 가운데, 비주류와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 김 의원에 맞설 '대항카드'로 이재오 의원에 의견이 모아졌다. 사실상 '반(反) 김무성 연대'가 구축된 셈이다.

서울시장 출마와 원내대표 경선 여부를 두고 최근까지 고민을 해왔던 이 의원도 의원 다수의 설득을 받고 원내대표 출마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로써 오는 12일에 치러질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은 '이이제박'(以李制朴·'이재오 카드'로 박근혜 대표를 견제)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최측근이며, 이재오 의원은 대표적인 'MB(이명박)계'이다.

국발연·수요모임 "김무성은 안된다"

김무성 의원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는 이재오 의원.
김무성 의원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는 이재오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공동대표 심재철-박계동 의원, 이하 국발연)는 지난 2일과 3일 연달아 토론을 벌인 끝에 새 원내대표로 이재오 의원이 적격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지지의 뜻을 굳혔다. 바꿔 말하면 "김무성 의원은 안된다"는 얘기이다.

국발연 공동대표인 심재철 의원은 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정 사학법 문제로 여야가 교착돼있는 이 위기를 돌파할 인물은 사무총장, 원내총무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이재오 의원밖에 없다는 데 (국발연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한 반대의견도 숨기지 않았다. 심 의원은 "김 의원이 혁신안 처리 과정에서 막판에 원안을 뒤집으려고 하는 등 불신을 살만한 행동을 보였다"며 "그 같은 인식이 모임 내에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국발연이 '이재오 카드'를 미는 데는 박근혜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이유도 크다.


국발연 소속의 한 의원은 "(박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사실상 '투톱' 아니라 '원톱'체제"라며 "이는 박 대표에게도 좋지 않은 구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박 대표도 이제는 투쟁의 일선에서 물러나 새 원내대표에게 진두지휘를 맡기는 것이 좋은데 대여투쟁에는 이 의원 만한 인물이 없다"며 '이재오 인물론'을 피력했다.

'반김 연대'의 가능성은 역시 비주류이자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회장 박형준 의원)과 강경 보수 성향인 '자유포럼'(간사 이방호 의원)도 공동 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엿보인다. 이미 '김무성 불가론'을 바탕으로 물밑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재오 의원도 긍정적으로 출마 검토

김무성 의원의 '대항마'로 꼽힌 이재오 의원도 출마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서울시장 당내 후보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 의원은 최근까지도 지지 기반을 닦으며 활발히 선거 준비를 해왔다.

이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많은 이들이 당을 구하기 위해 희생을 요구하면 (원내대표 출마를) 고려해보겠다"며 "금명간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과 관련해서는 "그러나 이번 경선을 '주류대 비주류' 또는 '반박(反 박근혜)대 친박(親 박근혜)'의 구도로 끌고 가면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경계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김무성 의원 쪽은 "경선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내심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그같은 움직임을 '반 김무성 연대'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현 국면에서는 정치력으로 난국을 뚫고 나갈 김무성 의원이 적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무성 의원과 국발연·수요모임은 지난 해에도 한 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어 주목된다. 국발연과 수요모임은 당 혁신안의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비율과 관련해 원안을 뒤집으려는 김무성 당시 사무총장의 시도에 맞서 연대한 결과 결국 '승리'한 전력이 있다.

지난 2004년 12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주최한 이명박 서울시장등 단체장과 서울 국회의원들의 간담회 자리에서 나란히 앉은 박 대표와 이재오 의원. 이 의원이 "언론에서 박 대표와 사이가 나쁘다고 써서, 옆자리로 왔다"며 농담을 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주최한 이명박 서울시장등 단체장과 서울 국회의원들의 간담회 자리에서 나란히 앉은 박 대표와 이재오 의원. 이 의원이 "언론에서 박 대표와 사이가 나쁘다고 써서, 옆자리로 왔다"며 농담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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