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압박에 무리한 영장 청구?

법원, 지충호씨 구속-박종열씨 불구속... "지씨-박씨 연관성 설명 자료 없다"

등록 2006.05.23 12:46수정 2006.05.24 11:42
0
원고료로 응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 등)로 체포됐던 지충호씨가 23일 저녁 구속수감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 등)로 체포됐던 지충호씨가 23일 저녁 구속수감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2신 보강 : 23일 저녁 7시]

법원 "지충호씨는 구속, 박종열씨 불구속"


법원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힌 지충호(50)씨에 대해 2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지씨를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했다.

그러나 유세장에서 난동을 부리다 지씨와 함께 붙잡힌 박종열(52)씨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지씨와 연관성을 설명할 자료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기각 사유다.

서울 서부지법(송경근 판사)은 이날 오전 11시 303호 법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전날(22일) 검찰은 지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박씨에 대해서는 재물손괴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 역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씨는 지난 20일 저녁 7시 25분께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오르려던 박 대표에게 흉기를 휘둘러 얼굴에 11㎝ 길이의 자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의 '재물손괴' 혐의는 연단에 올라가 마이크 등 기물을 파손한 행위에 대한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선거자유방해죄를 말한다.


"박씨의 난동은 일반적 상식으로 봐도 경범죄 수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사건 당일 현장에서 난동을 피우다 붙잡힌 박종열씨는 영장이 기각돼 귀가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사건 당일 현장에서 난동을 피우다 붙잡힌 박종열씨는 영장이 기각돼 귀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합수부의 지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공범 증거 등이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단순 난동 혐의를 받고 있는 박씨에 대해서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한나라당의 압박에 따른 무리한 방침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살해기도 정치테러 진상조사단' 김학원 단장은 이날 오전에도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에 배후가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처음부터 이 사건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라고 생각을 하고, 여러가지 방증을 수집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단장은 '배후설'이나 '조직적 범죄' 등을 뒷받침할 자체 수집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용의자 지모씨의 행적과 관련 각종 의혹을 보도한 언론 기사만을 강조할 뿐이었다.

합수부 스스로도 박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강한 자신감을 보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김정기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어떻게 보면 (박씨의 죄질이) 가볍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선거라는 국가적 행사장에서 야당 대표가 연설하는 장소를 파괴·방해한 혐의는 크다고 판단해서 지씨와 함께 구속 영장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곽규호 주임검사는 "박씨의 경우 박근혜 대표에 대한 피습사건에 가세해서 그런 행위를 한 점이 특별히 더 인정된다"며 "법률상 공모가 아니라 가세를 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합수부 스스로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반면 이날 영장심사를 담당한 송경근 판사는 "박씨의 경우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도망의 우려 및 전과가 없다, 소란을 부릴 당시 이미 정상적인 유세가 불가능했으며 지씨와 연관성을 설명할 수사 자료가 없기 때문에 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송 판사는 또 "▲박씨의 행동이 취중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이는 점 ▲소란행위의 정도 및 손괴행위로 인한 피해액이 중한 편이 아닌 점 ▲본안 재판에서 예상되는 양형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박씨의 영장 기각에 대해 한 변호사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봐도 박씨의 행동은 경범죄 수준"이라며 "법 집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형평성인데, 검찰의 정치적 고려에 의한 영장 청구를 법원이 법적인 기준을 적용해 제대로 되돌려 놨다"고 평가했다.

한편, 법원은 지씨의 구속영장 발부 이유에 대해 "동종전과가 수차례 있고 복역 당시 교정공무원을 폭행하는 등 반사회적 성격이 심각하며 유세 장소와 시간을 확인하고 흉기를 구입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기 때문에 죄질이 극히 무겁다고 본다"고 구속사유를 설명했다.


[1신 : 23일 낮 12시 45분]

법원, 지충호씨 영장실질심사... "국민들에게 잘못했다고 전해달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습격한 용의자 지충호씨가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습격한 용의자 지충호씨가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김준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 혐의를 받고 있는 지충호(50)씨가 23일 오전 11시부터 30여분간 서울서부지방법원 303호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합동수사본부는 전날(22일) 저녁 박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지씨에 대해 살인미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현장에서 함께 난동을 부린 박종열(52)씨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날 지씨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지씨는 법정에 들어가기 전 "잘못했다,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제가 잘못했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서울지법은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를 이날 오후 결정할 예정이다.

지씨는 범행동기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민주주의를 위해 그랬다, 전두환 정권 때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데 한나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또 "오세훈 후보를 염두에 뒀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시45분께 법정을 나선 박씨측 변호인은 "구속 적부심 결과를 지켜봐달라"는 짤막한 소감을 밝힌 채 황급히 법정을 떠났다.

합수부, 지씨 돈거래 내역 집중 조사

이에 앞서 합수부는 생활보호대상자임에도 고가의 휴대전화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지씨의 개인 수입과 지출 내역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승구 서부지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18만원을 매달 (국가에서) 지급받는데 어떻게 70만원짜리 DMB폰과 한달 15만원 상당의 통화료를 지급했는지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지씨는 휴대전화를 할부로 산 것으로 알려졌지만, 합수부는 지씨의 통장이나 신용카드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씨가 애초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했던 것과 관련해 "아직 확인하지 못한 숙제"라며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주요한 사항이라 지씨의 동선이나 행적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지씨가 현장 주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6개를 먹는 모습이 촬영된 CCTV 결과에 대해서는 "당뇨 증세가 있는데다 본인이 긴장을 한 탓에 목이 말라 그랬던 것 같다"며 공범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부인했다.

합수부는 지씨와 함께 연행된 박씨가 매달 열린우리당에 2000원씩 당비를 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흔적이 없는 점에 비춰 ARS방식으로 돈을 냈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또 박씨가 인터넷을 통해 정치적 성향의 댓글을 게시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과 게재 경위를 캐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4. 4 한강 노벨상에 숟가락 얹는 보수, 그들에게 필요한 염치 한강 노벨상에 숟가락 얹는 보수, 그들에게 필요한 염치
  5. 5 윤 정부가 일선부대에 배포한 충격의 간행물 윤 정부가 일선부대에 배포한 충격의 간행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