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선 시민기자 "1년만에 앉아서 6천만 원 버니 사람이 맛이 가더라"오마이뉴스 김시연
A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몰린 모 대학 경제통상학부에 강의를 나가보니 학생들 60~70%가 이른바 '8학군' 출신이더라. 교육 격차를 피부로 느낀다. 이제 우리 아기가 32개월 됐는데 집 옮겨야 하지 않느냐고 벌써 재촉한다. 얼마 전엔 직장 동료가 29평짜리를 6억에 집을 사 강남에 입성했는데 정말 힘든 일 해냈다고 뿌듯해하더라. 강남 개발 30년에 한 세대를 넘어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집값 하방경직성을 형성하고 있다. 8학군이 깨지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계속 간다고 본다."
B "나도 상암동에 살다 분당이 교육환경 좋다고 해 비싼 값에 전세를 얻었다. 지금 전세 살고 있는 38평짜리 아파트 매매가가 IMF 때 1억8000까지 떨어졌는데 지금은 6억이고, 앞으로 9억까지 갈 거란 전망도 있다. 아는 사람은 3.30 대책 나온 뒤에도 같은 동에 집을 샀다. 이들에게 부동산은 주거용이 아닌 재테크용이다. 거기에 끼지 못한 나 같은 사람만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매물 싸게 내놓으면 부녀회에서 협박"
최 "아파트는 일단 환금성 좋다. 다세대나 단독주택을 사려면 주변 형세나 집 구조 등 꼼꼼히 따질 게 많은데 아파트는 전자제품처럼 어느 아파트, 몇 평, 몇 층 식으로 공식화돼 있다. 그래서 주식같이 사고파는데 부담 없고 수요자도 많아 쉽게 투기 대상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부동산은 파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팔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아파트 부녀회에서 매물거래업소, 시세제공업소라고 지역마다 선정하는데, 1000세대가 넘는 부개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중개소에 비용 내고 시세표 올리면 바로 인터넷 시세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호가를 2억으로 올리면 시세가 1억8000만원이라도 수요자들은 2억으로 알게 돼 있다. 오랫동안 물건이 안 나가 매물을 싸게 내놓기라도 하면 당장 부녀회에서 쫓아와 부동산중개업소를 협박해 못 내리게 한다."
A "예전에 아벨라 승용차 1년 세금이 25만원 정도였을 때 집 세금은 20만원 정도여서 이거 좀 심하다 생각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힘들지만,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을 현실화한 건 잘한 거다. 일부 기득권 저항 세더라도 이렇게 가야 한다.
그런데 요즘 정부가 거품 거품 하는 건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경험적으로 거품 얘기는 계속 나왔기 때문에 아파트 가진 사람들은 '또 그러네' 하고 냉소적으로 본다. 8·31, 3·30 대책 잘했는데 거품론을 부추겨 이상한 논쟁만 붙였다. 이러다 진짜 거품 꺼진다고 그 사람들이 정부 훌륭하다고 하겠나. 3·30 대책 나온 뒤 아직 세금 한 번 안 냈는데 시기적으로 이르다."
"1년 사이에 앉아서 6000만원 버니 맛이 가더라"
최 "용산에서 7년 동안 벤처 사업을 한 적이 있는데, 정보통신 분야는 워낙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 좀 벌었다 싶어도 새 장비 새 기술 따라가려면 남는 게 없다. 오히려 IMF로 부동산 가격 폭락했을 때 시세 8000~1억 정도 하는 32평짜리 아파트를 6500만원에 낙찰받았는데, 그게 1~2년 지나니 1억2500만 원으로 뛰더라. 가만히 앉아서 일한 것도 없는데 1년 사이에 6000만원이 오르니 사람 맛이 가더라. 그때부터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땄다.
정상적 경제활동을 통해 그 정도 재산 못 번다. 그러니 사람들 머리 속에 돈 버는 수단은 부동산이란 게 박혀버렸다. 그래서 샀을 때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지역이 어디냐부터 찾게 되고, 강남 등에 가수요가 붙으면서 거품이 생긴 것이다."
B "거품은 곧 깨질 거라는 걸 의미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계속 지켜보니 정부에서 거품이다, 상투다, 꼭지다 발표하고 나올 때마다 한두 달 뒤에 보면 부동산은 영락없이 폭등하더라. 왜 부동산이 오르는지, 왜 특정지역만 오르는지 알 사람은 다 안다. 거품론이 나온다는 건 더 오를 가치가 있으니까, 더 오를 거니까, 정부에서 이쯤에서 막자고 얕은 수 쓰는 거다, 사야되는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이게 어느 정부의 실책이라기보다 땅이나 주거지 중시하고 좁은 집 싫어하는 국민 성향 탓이 크다. 8학군 같은 교육여건도 무시 못한다."
이 "분당 죽전 송내 등 정부가 분산시킨다고 만든 신도시 주거지역이 거품을 증폭시키고 있다. 교육 등 주변 환경이 지역마다 골고루 나눠지지 않고 특별도시다 뭐다 해서 계속 일부 지역만 특화되는 건 문제다."
A "이미 집값이 올라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 부과대상의 과세표준을 낮추는 건 바람직하다. 공시지가 6억원 이상이라고 해야 (전국민의) 1~2%에 불과하다. 더 낮춰야 하는데 기득권층 저항 깨기가 쉽지 않다. 당장 세금 매긴다고 가격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이미 오른 데 대해선 조세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