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아파트의 묻지마 고분양가에 대해 지자체는 별다른 검증을 진행하지 않았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5월 1일 한국토지공사 국토도시연구원은 2000년 이후 전국 17개 택지개발사업지구(수도권 8개 지구)에서 공급한 228만평 약 8만 세대의 택지공급가격을 공개했다. 그동안 '땅 장사로 돈 번다'는 비판을 받았던 토지공사가 원가 비밀을 세상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자료에 따르면 토지공사가 공급한 택지지구 평균 택지비는 수도권의 경우 평당 229만원으로 수도권 평당 분양가 777만원의 29%에 불과했다.
사실 한국토지공사가 건설교통부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이 자료를 공개한 이유는 경기도 하남 풍산 때문이었다. 올 3월에 분양된 하남 풍산은 동부센트레빌과 삼부르네상스 등이 평당 1200원대에 아파트를 분양해 고분양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건설업체들은 고분양가의 원인을 "택지를 비싸게 공급 받았기 때문"이라며, 잘못을 토지공사에 돌렸다. 하지만 토지공사 자료 공개 결과 하남 풍산의 분양가 대비 택지비는 35%(평당 434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분양가 대비 택지비가 53%인 성남 판교와 비교해도 싼 가격이다.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러한 하남 풍산의 고분양가 분양은 주변 집 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안창도 하남YMCA사무총장은 "하남 풍산의 고분양가 때문에 1년 사이에(33평 기준) 주변 아파트 가격이 무려 1억 원 이상 뛰어올랐다"면서 "고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도 승인 권한을 가진 하남시는 오히려 시민들 편에 서기 보다 건설업체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가 하남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감리모집자 공고를 통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하남 풍산 공동주택지 8블록에 아파트 217세대를 분양할 예정인 D사는 3983평의 대지비 가격을 362억 7000만원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토지공사는 이 땅을 281억 2700여 만원에 공급했다. 땅 값에서도 81억 4000만원의 부풀리기가 진행된 셈이다. 금융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과한 금액이다. 이런 부풀리기는 고스란히 고분양가로 이어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대비지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에 대해 하남시 담당 공무원은 "그런 부분은 잘 모른다"면서 "형식적인 제출이기 때문에 검증이 어렵다"고 말했다. 부풀리기 자료 제출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당 공무원도 인정한 셈이다.
당선된 한나라당 지자체장 28명, 승인서류 공개 약속
경실련은 5·31지방 선거를 앞두고 서울, 경기, 인천의 기초단체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민간건설업체들의 분양승인 자료 공개와 검증에 대한 입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 후보 66명 가운데 30명(서울11, 경기14, 인천5)만이 설문에 응답해 90%인 28명이 분양승인 자료 공개와 검증을 약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후보 당시 토론회에서 "시장이 갖고 있는 사업 승인권을 행사해서 분양가의 적정성을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5·31 지방선거에서 서울, 경기, 인천광역단체장과 66개 기초단체장을 싹쓸이한 한나라당 단체장들이 지난 4년 동안 나 몰라라 했던 엉터리 고분양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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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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