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부려놓은 마늘을 다시 손보고 있습니다.이승숙
마늘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일일이 다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고 그리고 항상 흙먼지를 덮어쓰고 일해야 한다. 그래서 마늘 일을 하고 나면 온 몸에 흙먼지가 뿌옇게 묻어 있다. 나중에 세수를 하면서 코를 풀면 코에서 검은 흙먼지가 계속 나오고 침을 뱉어도 흙먼지가 섞인 침이 계속 나온다. 요즘에는 그래도 욕실도 있고 보일러 시설이 되어 있어서 뜨거운 물로 목욕이라도 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현충일을 앞둔 지난 주말, 우리 부부는 의성 시댁에 내려갔다. 올해는 날이 조금 빨라서 마늘이 아직 조금 덜 여물었다 하셨다. 하지만 일손이 내려온 김에 며칠 일찍 마늘을 캐기로 했다. 아버님께서는 "이틀만 더 있다 캐면 딱 좋겠는데..." 하셨다.
지난 6월5일 월요일에도 우리 식구들은 식전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전기솥에 밥을 앉혀놓고 바로 들에 나가서 일을 했다. 그날은 우리 어머님이 중요한 일로 낮에 출타를 해야 하는 날이라서 아침부터 더 바쁘게 일을 했다.
"어머님, 그리 일하고도 춤 출 수 있겠어요? 몸이 뻐득뻐득해서 춤 못 추겠다."
"그케 말이다. 안 그래도 몬 해서 넘들 하는 거 보며 따라가는데 우얄랑공 모르겠다."
어머님과 내가 말을 주고받는데 저 쪽에서 마늘을 줍던 아버님이 "무신 장한 일 하러 간다꼬 그 카노. 춤추는 기 무신 자랑이라꼬" 그러시며 괜히 지청구를 하신다.
"아이고 아버님 그게 아입니더. 춤이 아이라 운동이라 카이꺼네요. 저는 마 어머님이 너무 훌륭해 보입니더."
참말로 나는 어머님이 대단해 보였다. 그 연세에 그리고 쉴 틈 없이 농사 일 해내느라 바쁘신데 언제 댄스 스포츠를 배우셨는지 정말 장하고 대단해 보였다.
우리 어머님은 올해 68세이신데 올 봄부터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생활체육을 배우러 나가셨다 한다. 작년부터 의성군 보건소에서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했는데 우리 어머님은 작년에는 못 배웠다 하셨다. 먼저 시작하신 분들이 운동으로 아주 좋다 하시며 배울 것을 권해서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1주일에 2번씩 면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 나가서 배우셨다고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댄스를 겸한 운동을 하니 허리 아프던 것도 덜 아픈 것 같고 회원들과 이야기 나누는 재미도 참 좋았다고 하셨다.
"어머님, 인자 고만 하세요. 준비하셔야죠. 저는 좀 더 있다 가서 사진 찍어 드릴게요."
한나절 일 못하는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더 몸을 재빠르게 놀리시는 어머님을 보내드리고 우리는 계속 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