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아호' 딴 공원? "국민 우롱하나"

민주노동당 2일 논평... 열린우리당 경남도당도 논평 준비

등록 2007.01.02 18:18수정 2007.01.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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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 황강변에 있는 새천년생명의숲 공원 안내판.
경남 합천군 황강변에 있는 새천년생명의숲 공원 안내판.윤성효
경남 합천군(군수 심의조, 한나라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일해, 日海)를 딴 공원명명작업을 추진하자 정치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동당(아래 민노당)은 2일 중앙당 차원에서 논평을 냈으며, 열린우리당 경남도당도 논평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정호진 민노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합천군이 새천년생명의숲 공원 명칭을 일해공원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은 군민을 모욕하는 것이자 전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질타하고 "'일해'공원으로 명칭 변경을 강행하는 합천군의 그 이유가 군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대외적인 관심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것에서 할 말을 잃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BRI@민노당은 "27년이 지난 지금도 깊은 상처와 아픔이 가시지 않은 광주학살의 최고 책임자이자 민주주의를 왜곡한 독재자를 찬양하고 미화하겠다는 합천군의 망동은 이유를 막론하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뿐만 아니라 나랏돈을 제 집 곶감 빼먹듯 부를 축적하고도 '가진 돈이 29만원밖에 없다'며 국민들 앞에 치켜 든 고개를 수그릴 줄 모르는 당사자에게 사실상 공원을 헌정하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노당은 "'일해'공원 명칭 변경에서 보여준 심의조 합천군수의 태도는 본인이 찬양하는 당사자를 닮기라도 하듯 반대와 논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독단적·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심 군수는 청산과 폐기 처분 대상인 학살과 독재, 지역주의를 부활시키며 합천군민과 전 국민을 우롱하고 모욕하려는 망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노당은 논평 마지막 부분에서 "학살자의 성역화로 5공 망령과 보수 세력의 놀이터로 역사를 파괴하려는 망동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일해' 공원 명칭 변경을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 합천군위원회는 지난 28일 설문조사 결과 '일해공원'이 가장 많이 득표하자 성명서를 내고 '일해공원 반대'를 표명했다.


열린우리당 경남도당과 합천당원협의회도 '일해공원'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낼 채비를 하고 있다. 경남도당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만 나오고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 진행 과정을 지켜본 뒤 공식 입장을 내자는 의견도 있다"고 밝히고 "공원 명칭이 '일해'로 되어서는 안 되기에 성명 발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기 고장 출신이 대통령이었다는 부분이 합천 지역 사람들에게 많이 어필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의 경우 과거가 아직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았기에 그의 아호를 따서 공원 명칭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5·18유공자 동지회, 5·18구속 부상자회, 5·18기념재단, 6·15공동위 광주전남본부, 광주전남시민단체협의회, 광주전남희망연대(준) 등의 단체는 지난달 28일 "'일해'라는 말만 들어도 분노가 끓어오르는데 공원이라니"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합천군은 2004년 황강변 옆에 완공된 새천년생명의숲의 공원 명칭을 정하기 위해, 지난달 마을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조사 대상자 1364명 중 절반에 못 미치는 591명에게 답변을 받았는데 '일해공원' 51.1%, '황강공원' 29.8%, '군민공원' 8.6%, '죽죽공원' 1.9%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

합천군은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군정 조정위원회와 군 의회에 보고하는 과정을 거쳐 공원 명칭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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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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