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없는 대화, 길고 먼 대추리 협상

2차 협상부터 실랑이... "아직 '이주 합의' 안 됐다"

등록 2007.01.03 11:58수정 2007.01.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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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법원의 보석허가 결정으로 석방된 김지태 평택 대추리 이장(가운데) 등 주민대표단이 3일 평택시청에서 김춘석 국무조정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부단장 등 정부대표단과 만나 주민이주 등의 향후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법원의 보석허가 결정으로 석방된 김지태 평택 대추리 이장(가운데) 등 주민대표단이 3일 평택시청에서 김춘석 국무조정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부단장 등 정부대표단과 만나 주민이주 등의 향후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어제 내가 언론에 대고 뭐라고 했다는 것이냐? 강제집행을 안 하겠다는 말밖에 안 했다. 대화가 잘 진행되고, 엄동설한에 강제집행을 유보한다는 말이었다." (김춘석 주한미군 대책기획단 부단장)

"어제 너무 앞서가는 보도가 나왔다. '전격합의'로 보도가 나가니까 우리는 주민들에게 할 말이 없었다. '왜 주민들에게 이야기하지도 않고 합의했느냐'고 묻는데,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더라. 차라리 회의를 공개하자. 아니면 언론에 한 자도 내보내지 말아달라." (김지태 팽성주민대책위원장)


@BRI@불신의 벽은 높았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확장 계획을 두고 정부와 주민간의 대화가 6개월만에 재개됐지만 두 번째 만남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미군기지 이전 계획을 추진하던 정부쪽과 3년간 이에 반대한 팽성 주민대책위 대표자들은 3일 오전 10시 평택시청에서 2차 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민대책위 쪽은 전날 언론보도에 대해 정부쪽 관계자들에게 언짢은 심기를 드러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회의에서 주민 이주와 생계 지원 등 주민요구사항과 정부지원사항 등에 대해 대화를 시작하자는 데 합의했지만, 일부 언론에서 "주민들, 이주 원칙 동의" 등으로 한 발 앞서간 보도를 내보낸 것.

주민대책위는 정부쪽 처사를 문제 삼으며 "주민들이 이주에 합의했다는 등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지 않은 사항은 언론에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1월 중순께 합의 마무리"-"합의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a <font color=a77a2>손은 맞잡았지만... 주한미군대책기획단장인 유종상 국무조정실 기획차관이 3일 평택시청에서 주민대표단과 협상에 들어가기 앞서 김지태 평택 대추리 이장 등 주한미군기지 예정지 주민대표단과 악수하고 있다.

손은 맞잡았지만... 주한미군대책기획단장인 유종상 국무조정실 기획차관이 3일 평택시청에서 주민대표단과 협상에 들어가기 앞서 김지태 평택 대추리 이장 등 주한미군기지 예정지 주민대표단과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실제로 이날 협상 전부터 양 진영의 입장은 서로 달랐다.

김춘석 부단장은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1월 중순께 합의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지만, 김지태 위원장은 이주 합의 내용에 대해 "모른다"고 되풀이하면서 "아무 것도 합의된 것이 없다, 주민들의 의견도 아직 다 들어보지 못했다"며 입장 차이를 보였다.


김춘석 부단장은 회의 오프닝에서 "앞으로 합의가 안 되는 사안은 다음 회의로 넘기고, 다음 회의 일정도 서로 합의해서 결정하는 등 대표들의 요구사항을 취합해서 회의를 진행하겠다"며 "회의 중간에 (언론에) 공표할 사안이 있으면 합의해서 한두번 정도 발표하자"고 말문을 열었다.

김택균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어제 합의문만 내기로 했는데, 언론들의 보도가 틀리더라"면서 "어제 우리는 회의 내용에 대해 기자회견도 않고 인터뷰도 하지 않았는데, 부단장님은 언론에 (합의가 된 것처럼) 말씀을 하셨더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부단장은 이에 "강제집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을 언론에 밝혔을 뿐"이라고 항변했고, 참석자들은 회의 내용 공개 여부를 두고 15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은 결국 회의 내용에 대한 중간 브리핑뿐만 아니라 양측이 합의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일체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비공개 회의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대표단은 정부쪽에서는 김춘석 부단장을 비롯해 강수명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단장 직무대리, 최완규 평택시 국제교류 사업단장등이 참석했고, 주민대책위쪽에서는 김지태 위원장, 김택균 사무국장, 심영섭씨 등이 나왔다. 유종상 국무조정실 기획차관도 협상장을 방문했다.

전날 대표단은 정부 및 주민대표 각 3인이 참여해 주민이주와 생계지원 등 주민요구사항과 정부지원에 관해 대화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세대당 1500만원 지원 ▲이주단지 조성과 관련해 마을별 이주단지 조성(10가구 이상 신청시 추가 가능) ▲이주단지 내 마을회관 등을 협상 카드로 내놓을 예정이지만, 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a 3일 협상에 임한 주민대표단이 전날 언론보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김춘석 국무조정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부단장이 "강제집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을 언론에 밝혔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3일 협상에 임한 주민대표단이 전날 언론보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김춘석 국무조정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부단장이 "강제집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을 언론에 밝혔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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