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다

인턴 6주간의 웃음과 눈물,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

등록 2007.08.13 20:37수정 2007.08.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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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밤이었다. 얼마 전 여행을 다녀왔던 동생이 말한다.

"언니, 오늘 집에 오다가 여행 갔다 온 거 생각하면서 좋아했거든. 근데 만약 언니가 전에 다니던 대학 졸업했을 때 임용 붙었으면 언니도 같이 여행갔을 텐데. 그럼 벌써 교직 3년차라 돈도 좀 모았을 거 아냐."

동생의 이 말에 동감하고 지난 날을 후회했을까? 대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나는 01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2005년 졸업한 뒤에도 재수를 하며 중등임용을 공부하다 떨어지고 삼수의 길에 접어들면서 사립고등학교에 기간제교사로 있었다. 그리고 올해 사수생이 될 뻔했다가(?)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생각 없이, 비교적 평탄하게 살았던 나에게 지난 3년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한 시간이었다. 특히 작년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사실은 많이 배웠다) 나의 부족함과 삶에 대한 근본철학이 없음에 뼈저리게 괴로워했었다.

'학생 때 열심히 살았으면 지금처럼 이렇게 헤매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간절히 알고 싶었으나 답을 찾기 힘든 이 질문을 풀기 위해 더 많이 경험하고 싶었다. 직접적으로 사회에 뛰어들어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갈증을 풀고 싶었기에 마음 깊은 곳에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토익공부하고, 책 읽고, 아르바이트 하며 방학을 보낼 수도 있지만 좀 더 넓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소중한 시간을 오마이뉴스에서 보낼 수 있었다.

1.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생각들. 아직도 더 알고 싶어

인턴 첫 날 회의실로 들어갔던 때가 기억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월요일이었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하게 인사했던 12명. 사람은 사람에게 배운다고 하지 않는가. 각기 배경도, 성격도 다른 12명이 6주 동안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듬뿍 정이 들었다. 다들 그립고 버팀목이 될 든든한 존재들이다.

교육을 맡은 선배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2주간의 교육을 시작으로 우리 동기는 물도 떠주고 맛있는 것도 사먹으며 서로를 격려했고 곧 각 부서에 배치되었다.

사회부에 배치되어 처음으로 주현, 재인, 예지와 같이 '영어강의'를 주제로 기사를 썼다. 기사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쓰기 위해 생각한 '조삼모사' 시리즈 패러디를 만들며 계속 웃고 즐거워했던 기억들. 기사가 포털사이트에도 전송되어 배치되었을 때 그 설레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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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부서배치를 받고 사회부에서 생활하던 때. 간혹 인턴기자가 생활하던 곳에서 회의가 있으면 이렇게 밖에서 노트북을 키고 앉아 기사를 쓰기도, 아침을 먹기도 했다. ⓒ 김미정

처음에는 내가 취재를 하고, 내 이름으로 작성한 기사를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사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기자는 좋은 일만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없기에, 도저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여러 분쟁이나 걱정스럽고 답답한 사건에 대해서도 알려야 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처음에는 기사가 메인탑에 올라가면 뛸 듯이 기뻐하고 캡처해서 저장도 했지만 나중에는 그런 기사가 올라도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중요한 건 '탑에 배치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내가 그 기사에 최선을 다하며 현명하게 성찰하며 쓰려고 했느냐, 이 기사가 끼칠 영향에 대해 충분히 고려했느냐'였다. 100% 완전한 만족은 없겠지만 기사를 송고하면서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느끼면 그 기사가 나에게는 '가장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오마이뉴스는 호기심이다

오마이뉴스는 나에게 세상을 좀 더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을 알려주었다. 평생 배워도 모자란 지식과 경험들, 온갖 것들이 어우러진 이 세상에서 '더듬이'를 세운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닐까.

어제 부모님의 여름휴가로 집에 홀로 있다 고3인 동생의 배웅을 하러 새벽 1시 거리로 나섰다. 한적한 길을 걷고 있는데 가까이 한 모녀의 모습이 보인다.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는 길이다. 박스 안에 가득 있을 찬거리, 군것질 거리들. 순간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마트에 다녀오셨나요? 새벽에 마트에 가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열대야를 피하러 가신 건가요?"라고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번쩍 느꼈다.

아. 오마이뉴스는 나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자세를 키워주웠다.

3. 오마이뉴스는 기록을 남긴다

적자생존.
요즘에는 적자생존을 '적지 않는 자 생존하지 못한다'는 말의 준말로 사용한다고 한다. 6주 동안 썼던 2권의 취재수첩. 이 안에는 그 동안 내가 느끼고, 만나고, 경험했던 모든 일이 녹아 있다.

가장 인상깊은 기록 중 첫번째, '똘기충만'. 세상은 정형화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똘기를 가지고 새로운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자는 뜻이다.

둘째 '최대한 쉽게 써라'이다. 기자에게 가장 아픈 말은 기사를 읽은 독자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할 때이다. 남에게 우쭐할 수 있는 '나를 만족시키는 기사'를 쓸 것이냐, '독자를 만족시키는 기사'를 쓸 것이냐. 답은 독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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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6명이 함꼐 했던 인천국제공항 24시간 체험. 밤새 동영상을 찍어 피곤했던 귀자의 모습, 유쾌상쾌 귀여운 활력소 승민이, 우리의 잠자리가 보인다. ⓒ 김미정

4. 오마이뉴스는 쉴 틈 없는 긴장감이다

성급한 성격이라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바로 끝내려 하나, 그 과정에 지쳐 중간에 포기할 때가 있다. 여러 가지로 생각은 많지만 바로 실천하는 힘이 부족하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다. 그러나 열개의 공상보다는 하나의 실천이 빛을 발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것임을 오마이뉴스에서 배웠다.

기획기사를 구상하면 바로 사전취재를 해보고, 계속 취재목적을 생각하며 기사를 쓰려고 행동해야 한다. 또 미리 생각했어도 실천으로 옮겨 기사를 쓰지 않으면 기회는 없어진다는 것을 통해 실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항상 실천한다는 것이 긴장감으로 쉴 틈 없이 피곤하게 살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욕심을 내고 책임을 지켜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은 나에겐 큰 수확이었다.

5. 자기 인생 제대로 살기도 힘든데 왜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피곤하게 살아야 하나?

기자라는 직업을 생각하면서 많이 고민했던 질문이다. 처음 오연호 대표기자가 우리에게 던졌던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를 이끌어주었던 선배는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사람이 세상을 밀고 나간다'고 답해주었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나만의 온전한 대답을 찾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마이뉴스에서 6주간의 인턴생활을 끝낸 지금, 동생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야겠다.

"돈을 조금 늦게 버는 것은 괜찮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모르고 졸업하는 것은 너무 무서운 일이야. 그래서 난 다시 학생이 돼서 정말 행복하고 오마이뉴스 인턴을 하면서 그 방법을 배웠어. 이건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아주 큰 선물이야"

나에게 오마이뉴스는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다
#인턴 기자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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