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 치료 관련 서적공부를 통해 알코올 중독에 대해 깊이 알아가다 보면 단주에 도움이 된다
이정혁
우선은 A.A 모임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A.A의 정의는 음주를 조절하는 능력을 잃어 버리고, 음주의 결과로 여러 가지 문제에 처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 남녀들의 모임이다(출처: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 홈페이지). 쉽게 말해, 술을 조절해서 마시는 게 어렵고, 술로 인해 각종 사고를 일으킨 알코올 중독자들의 모임인 것이다. 연재글의 첫머리에서 나는 내 스스로가 알코올 중독자임을 시인했으며, 상담센터의 진단 및 상담 결과도 중등도 이상의 알코올 의존 및 남용을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으므로 알코올 중독자의 한 사람으로 모임에 참여할 자격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실제적으로 A.A의 멤버가 되기 위한 유일한 조건은 술을 끊겠다는 열망 하나뿐이다. 입원 기록이나 신분 증명, 기타 가입 절차 따위는 전혀 없다. 그저 본인이 술을 끊어야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 어느 모임이든 참석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대도시의 경우 매일같이 모임이 진행되므로 본인의 의지만 충분하다면 언제든 참석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도 단주의 열망을 가득 안고 인근 대도시의 A.A 모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아는 사람 만날까봐 다른 도시로 간 건 아니고, 불행히도 내가 사는 작은 도시에는 A.A 모임이 없다).
"제가 살기 위해 여기에 나옵니다"
정상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퇴근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길 고속도로 정체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모임 시작 시간이 7시인데 길 위에서만 한 시간 반을 허비했다. 거기에다가 내비게이션의 안내로 최종 도착한 곳은 쌩뚱맞은 아파트 단지 주차장. 근방을 삼십여분 헤매다가 우여곡절 끝에 모임 장소를 찾았다. 시간은 이미 8시를 지나고 있었다.
A.A 모임은 크게 공개모임과 비공개 모임으로 나뉘는데, 공개모임의 경우는 말 그대로 알코올 중독자와 그들의 가족, 술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술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도우려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공개된다는 말은 아니다. 지나가다 궁금해서 한 번 들러봤어요, 이러면 곤란해진다. 공개모임에서는 새로 나온 멤버들에게 A.A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하고, 일부 멤버들의 경험담을 공유하게 된다. 반면, 비공개 모임은 알코올 중독자에게만 해당된다. 비공개 모임은 중독자간에 경험담이나 현재의 상황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단주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다.
첫날은 때마침 공개모임이어서 사회복지사를 준비 중인 여 선생님 한분이 참관하고 계셨다. 거의 한 시간을 늦게 도착한 나로서는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굉장히 뻘쭘했다. 밖에서 5분 가량 서성대다가 겨우 용기를 내어 뒷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10분 가량 내년도 봉사자를 선출하고는 바로 모임을 정리하는 것이 아닌가? 자리를 정리하며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분들께 쭈뼛거리며 인사를 하고 모임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그저 참관인으로 참석한 줄 알았던 분들이 한두 분씩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