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아구찜40년을 아버지의 술 뒷바라지 하시면서 해장과 관련된 음식의 달인이 된 엄마, 연당여사. 부디 남은 여생 행복하게 오래 사소서.
이정혁
나이가 들어 완력으로 아버지에게 대항할 정도가 되었을 때, 그동안 어머니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은 먹먹했고, 죄의식도 컸습니다. 술 취해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하여, 파출소를 전전하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차라리 자식들 놔두고 도망이라도 갔으면,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예비군 훈련까지 갔었다는 일화는 요즘 들어도 쓴웃음과 함께 마음 한편이 헛헛해집니다.
저는 요즘도 명절이 달갑지 않습니다. 전쟁 고아에 유복자셨던 아버지의 인생사는 명절 때 친척 하나 없는 집안 분위기 속에 침통하게 흐르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매년 명절 때마다 이어졌습니다. 명절날,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린 건 단지 공부를 위함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자랐습니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그 뒷수발 드느라 등골이 휘는 어머니 신경쓰게 해드릴까, 사소한 주먹질 한 번 안 하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술을 접하게 되고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가고….
아버지, 해가 바뀌어 제 나이가 불혹이라는 마흔입니다. 남은 인생 똑같이 살고 싶지 않아서 단주를 결심하였습니다. 또한 저의 단주 과정이 아버지께 어떤 자극이 되길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예전만큼 심하진 않으시지만, 요즘도 저희 가족은 위태롭기만 합니다. 단란한 가정에서 곱게 자란 아내보기가 민망할 때도 많습니다. 기분 좋게 시작한 술이 결국은 화로 번지는 것을 이제는 끝내야하지 않겠습니까?
알코올 중독은 심각한 질병입니다. 암이나 고혈압과 같은 신체적 질병이며, 가정 파탄을 초래하는 사회적 질병입니다. 또한, 의지만으로 절대 치유될 수 없는 고약한 질병입니다. 하지만 가족과 전문가의 도움, 그리고 다른 알코올 회복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합니다.
남은 여생 어찌 사시렵니까? 이렇게 살다가 가련다 하시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어집니다. 알코올에 의한 합병증으로 고통 속에 눈감으시겠습니까? 앞으로 20~30년 남은 여생 부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부디 술로 인해 잃어버렸던 인생을 되찾으소서.
2014년 1월 10일, 이 땅의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에게 알코올중독자 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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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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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고 사과하는 어머니... 아버지, 계속 그리 사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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