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새우회살아있는 새우를 껍질만 벗겨서 회로도 즐김
이정혁
나는 왜 술을 끊으려고 하는가? 앞으로 연재하게 될 내용에 앞서, 도대체 이 인간은 무엇 때문에 술을 끊을 결심을 했는가 궁금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들도 물론 술을 끊기로 결심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불혹의 마흔을 코앞에 두고, 술자리 다음 날 여론의 주인공이 된다는 건 무척이나 볼썽사나운 일이다. 그 외에도 한번 마시면 아침이 올 때까지 끝장을 보려는 일명 '노 브레이크'의 술버릇, 기억 '통편집'의 분량이 점점 늘어만 가는 노화에 대한 두려움, 노화와 맞물려 그동안 버텨내면서 주인이 정신 차리기만 손꼽아 기다리던 오장육부 장기들의 불길한 반란 신호까지 대려면 이유는 많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는 남자 나이 마흔.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는 단주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거사를 준비하는 건 아니다. 본인의 의지로는 절대 술을 끊을 수 없는 동네 아저씨, 좀 더 세밀하게 치고 들어가면 경력 20년짜리 진상 술꾼이 이제라도 정신 차려보겠다고, 외부의 도움을 받아 술을 끊는 과정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해보고 싶은 것이다.
본인은 애주가라고 생각하고, 술김에 친 미미한 사고들은 애교로 넘겨주길 은근 바라는 이 땅의 수천 수만 주당들에게, 그건 좀 아니지 않냐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 아니냐고 에둘러 얘기해보고 싶은 것이다. 행여라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변 시선이 신경쓰여 용기내기 어려운 분들에게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었다'는 꿈과 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그마한 실천의지라도 싹 틔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슨 통계나 조언 따위로 글을 따분하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나라 알코올중독자 수가 어떠니, 사회적으로 주폭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냐느니, 술 소비량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꼰대' 같은 내용은 일절 배제하기로 한다. 한동안 술을 끔찍이도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서 같은 애주가들에게 충고나 조언 따위 거들먹거리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저 "당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저씨가 술 한번 끊어보겠다고 '알코올 탈출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준비 중이니, 보고 재미있으면 당신도 한번 도전해보십시오", 이게 내가 딱 하고 싶은 말이다.
"빈 병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