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모임의 소식지멤버들의 회복 경험담이나 기타 수필, 시등이 소개된다
이정혁
A 선생님은 현재 단주 1년째다. 13개월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A.A모임에 참석하며 단주를 지속하고 있다. 그의 첫 병원 생활 동기는 강제 입원이었는데, 퇴원 후 가족들에게 분노와 원망이 심했다고 한다. 그 후 단주를 결심하고, 종교의 힘에 의지하고자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억지로 병원에 처넣어지고 나자,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디다. 3개월 만에 퇴원하고 나서 집 근처에 있는 교회를 찾았지요. 한 두 달은 견딜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저녁예배 가는 길목에서 포장마차를 발견했습니다. 그때부터 꼬박꼬박 술을 마시고 교회에 가는거라. 그런 날이 몇 번 반복되고 나자 담임목사님께서 다른 신도들에게 피해가 되니 교회에 나오지 말아달라고 정중히 부탁하시더군요. 그리고 나서 얼마 후에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단순하게 종교에 의지해서 술을 끊겠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와 같은 경험은 다른 멤버들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교회나 성당, 절에 다니면서 술 끊기를 기도했던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자들은 자신의 믿음과 신의 가호만으로는 단주가 불가능했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물론, 신에게 의지하며 단주의 길에 접어든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분들께는 크나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또한, 그분들의 의지 역시 높이 살 만하고 본받을 일이다. 더불어, 알코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가능성은 줄어드는데, 그날 모임에 참여했던 열한 명의 멤버들에게는 불행히도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다.
현재 A선생님은 주로 아이스크림에 의존하며 갈망을 억제하고 있으며(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모임의 멤버들은 사탕이나 캐러멜 등을 거의 입에 달고 산다. 단주 경력이 수 년 넘는 분들에게도 알코올에 대한 갈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증거다),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 모임에 나오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오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왕복 네 시간의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A.A모임을 통해서만 단주를 지속할 수 있었다며 그 시간과 노력을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오후 6시면 불안, 결국 술에 취해 잠이 듭니다"B군은 젊다. 이제 갓 삼십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그의 고민은 조금 남다르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면접이라는 걸 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면접 때마다 술을 마시고 갔습니다. 남들보다 스펙도 미약하고, 경험도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심리적 압박감이 매우 컸지요. 면접관이 술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면, 전날 밤의 과음 탓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는 술기운을 빌려 과장되게 연극을 합니다."그렇게 어려운 면접을 보고 운좋게 채용이 되고 나서도 문제는 똑같았다. 첫 출근 전날 또 다른 두려움이 찾아오는 것이다. 출근해서 실력이 드러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심리적 압박감은 다시금 술을 찾게 만들었다.
"평상시 같으면 술을 절대 안 주죠. 하지만 취업해서 첫 출근한다고 하면 부모님이 술을 사다줍니다. 오후 6시쯤 되면 시계초침 소리에 불안해져요. 그때부터 심장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소주 한 병 정도 마시고 좀 안정이 되는 듯하다가 밤 10시가 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죠, 그러면 또 한 병... 그렇게 새벽 두세 시까지 마시다가 결국 술에 취해 잠이 듭니다."결과는 참담했다. 출근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지 못하면, 회사에서 전화가 오고,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내일부터 출근하겠습니다, 라고 둘러대지만, 그 날도, 그 다음 날도 동일한 과정은 반복된다. 이틀 정도 지나면 더 이상 회사에서 전화가 오지 않는다. 그리고 나면 자괴감에 다시 술을 찾게 된단다.
B군은 현재 취업한 직장에서 2주째 근무 중이다. 2주간 야간 작업까지 병행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시간을 내어 A.A 모임에 참석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모임에 나와야만 술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