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가 열린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나소 콜로세움
장소영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가 두 차례 있었던 터라 전날부터 경찰의 삼엄한 경비와 교통 통제는 당연한 듯 보였다. 이른 아침부터 지지자들이 몰려들면서 두 개의 고속도로 나들목에서부터 차량 정체가 심각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인근의 아이젠하워 공원 내 대형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2km 정도를 걸어서 이동하고 있었다.
예약 확인 문자를 자세히 보니 좌석이 아니라 입장 가능한 신분 확인용 예약이었고 작은 글씨로 선착순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 오전 10시쯤 줄을 서기 위해 행사장에 도착했다. 이미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겹겹이 줄을 서 있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1만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6만여 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입장을 포기한 것은 긴 줄 때문만은 아니었다. 예약 티켓 덕에 정문 주차장은 통과했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9시간을 콜로세움 안에서 버텨야 하므로 물과 먹거리, 겉옷 등의 소지품을 가득 챙겨 백팩에 넣어갔는데 큰 사이즈가 문제였다. 투명한 가방이나 작은 가방만 검문에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친절한 안내원이 미리 이야기를 해주어 '줄 지옥'에 갇히기 전에 돌아설 수 있었다.
행사장 주변에서 만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트럼프를 포함한 미국의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왔다"는 이에게 미국의 가치가 무엇인지 묻자 갑자기 줄을 서야 한다며 되돌아갔다.
근사한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맨 젊은이에게 아직 이른 아침인데 그 복장으로 오랜 시간 기다리려면 힘들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해리스가 거짓말쟁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왔다"면서 "아무도 연설이 지루해서 자리를 뜨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보라. 10시간도 괜찮다"고 답했다. 지난 10일 있었던 첫 대선 토론에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유세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지루해서 일찍 자리를 뜬다'며 도발적으로 발언한 것을 빗댄 듯했다.
주차장에서 만난 한 지지자 가족은 "서둘러 왔는데 못 들어갈까 불안하다"면서 십대 자녀는 학교도 빠지고 왔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부모가 책임지는 중요한 사회문화 행사 참여는 정당한 결석 사유가 된다. 개봉을 앞둔 트럼프의 흑역사를 다룬 영화 <어프렌티스>에 대해 물었더니 "모른다"면서 "그게 뭐든 문제없을 것이다. 암살 시도도 이겨냈다. 우리는 더 강하게 뭉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행사장 입장에 실패하고 행사 시간에 주변에 머물렀다는 한 청년에게 연락해 보았다.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지지자들이 워낙 많아 모니터는 물론 편의시설이 부족했다고 했다. 또 다른 청년은 행사장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 질겁했단다. 이왕이면 지지하는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를 위해 질서도 잘 지키고 정리까지 잘하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침략" 막겠다고 약속한 트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