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 의회 주별 대표단의 다수당 분포
밸럿피디아
어떤 결과가 나오든 트럼프가 대승을 거두지 않는 한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이미 '급진 좌파 광신도'에 대비해 선거일에 방위군을 동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러닝메이트인 J.D.밴스 상원의원도 16일 "2020년 대선 투개표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며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졌다는 것을 부정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미정부는 1월 6일 선거인단 투표 집계와 의회 승인 과정을 '국가 특별안보 이슈'로 정하고 잔뜩 긴장 중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진다면 불복한다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퓨리서치가 지난 10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질 경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응답자가 무려 74%에 달했다. 반면 해리스의 불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27%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4년 전 대선 불복은 미국 경제에도 손실도 입혔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2021년 의사당 폭동으로 야기된 직접적인 경제 손실이 5억 달러에 달한다고 봤다. 실제로 민주주의의 위기와 경제 타격은 서로 맞닿아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그의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인 경제 발전은 민주주의의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함께 노벨 경제학상 수상한 사이먼 존슨 교수도 트럼프 대선 불복에 우려를 표했다. 존슨 교수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제도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번 대선은 미국 민주주의에 가장 심각한 압박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트럼프가 수많은 거짓말과 무수히 많은 민·형사 기소에도 대통령에 재선된다는 사실이 지지자를 비롯한 사회에 미칠 총체적 영향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언론인이자
<꺼져가는 민주주의 유혹하는 권위주의>를 쓴 앤 애플바움은 진실 왜곡이 당연시되는 분위기 확산을 지적했다. 애플바움이 만난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선거유세에서 바이든의 말 더듬기를 조롱하는 유세를 봤음에도 그런 사실을 아예 기억하지 못하거나 녹화본을 보여주면 오히려 '조작 아니냐'며 진실을 부정했다.
일반 지지자뿐 아니다. 15일 공화당의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트럼프가 한 "내부의 적이 중국 같은 외부 적보다 나쁘다"란 발언이 결국 정적을 폭력적으로 진압해야 한다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사람들은 일부만 보고 전체를 평가하려 한다"며 회피했다.
'미국의 권위주의'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소련 출신 영국 언론인 피터 포메란체프는 "(트럼프의 입에서) 진실은 더이상 정보와 분석이 아닌 주장과 편들기가 되어버린다"며 밴스 부통령 후보가 트럼프의 허풍과 거짓말을 '지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밴스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는 설이 "만들어낸 이야기 아니냐"는 CNN 앵커의 질문에 "맞다, 미국 국민들에게 가해지는 고통에 주목을 끌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이야기를 만들어내겠다"고 당당히 답했다. 포메란체프는 "'대안 진실'을 진실로 인식하는 현상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흔하다"고 못 박는다.
최근 행사차 한국을 방문한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신뢰라고 하는 건 사회공학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분열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분열과 불신을 조장하고 진실의 개념을 바꾸는 정치가 가져오는 경제적 파장이 어떨지, 11월 5일 미 대선 결과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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