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희씨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

미 경찰, 수사초기 '자살'... 유족들, '계획적 타살' 의혹제기

등록 2001.01.09 09:52수정 2001.01.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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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출장길에 숨진 미군무원 박춘희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미국 경찰당국이 초기에 주장했던 자살 결론을 사실로 인정하더라도 박씨가 자살한 과정을 설명하는 현지 경찰의 주장은 빈틈이 많다. 버지니아주 경찰은 당시 박씨가 타고 가던 리무진 택시의 운전사인 파키스탄인 아슬란 타놀리(44)가 "박씨가 달리는 택시에서 갑자기 뛰어내렸다"고 진술한 부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당시 박씨의 숙소를 향해 버지니아주 495번 고속도로를 달리던 택시의 속도는 시속 115km대였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숨진 박씨의 남편인 남학호(42. 화가)씨는 "4∼50 킬로그램 밖에 나가지 않는 연약한 여성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의 문을 어떻게 열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경찰의 자살 추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남씨는 택시운전사 아슬란이 당시 "박씨가 갑자기 뛰어내리는 동시에 'Wrong Wrong out(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외쳤다"고 증언한 부분에 대해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생사에 갈림길에 선 사람이 그 긴박한 순간에 영어로 말할 수 있을 것이냐"며 택시기사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을 문제삼았다.

특히 사건발생 후 있었던 미국 현지의 사체 부검결과 밝혀진 사인과 상처의 흔적이 자살로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버지니아시립병원의 부검결과에는 사인이 뇌진탕과 목뼈 골절로 나타난다. 남씨는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아내의 시신에서 오른쪽 부분만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면서 "살아서 뛰어내린 것이라면 이러한 상태가 되지 않을 것"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허점이 지적되고 있는 자살주장은 사건 발생 전 박씨의 행적을 살펴본다면 그 타당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사건 발생 후 발견된 박씨의 소지품을 살펴보자. 소지품에서는 박씨가 미국행 비행기안에서 나눠주는 비스킷을 먹은 후 남은 것을 그대로 챙겨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델레스 공항에서는 숙소에서 먹기 위해 식사대용으로 빵을 사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남씨는 "아내가 죽을 작정을 했다면 이런 음식물을 남겨 놓을 필요가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2년 동안 준비해 온 미 국방부 초청 현지교육을 위해 방문한 출장지를 자살 장소로 선택한 것은 자살의 가능성을 희박하게 한다. 박씨가 2년 동안 준비해 온 현지교육을 받기 위해선 3차에 걸친 까다로운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이렇게 어렵게 '출장길 자살'을 선택할 이유가 있냐는 점도 자살 주장에 의혹을 더한다.


뿐만 아니라 박씨의 죽음엔 타살의 증거가 발견돼 더욱 유족들의 '의문사'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 출동한 현지 경찰은 박씨의 것으로 추정됐던 '남성용' 안경을 수거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 도착했던 남씨와 유족들에 의해 박씨의 유품 중에 박씨가 사용하던 안경이 뒤늦게 발견됐다. 이로써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수집된 '남성용' 안경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 훼손된 안경의 수거로 사건 현장엔 박씨와 운전사 아슬란 외에 제3의 인물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외에도 유족들은 미육군 제20지원단 사령부 복지지원센터(FMD) 예산담당관으로 일해오던 박씨가 사건발생 전 이전 직장 상사였던 미국인 M씨와 다소 불화가 있었고, 사건 발생 당시 M씨가 미국 현지에 있었던 점 등을 들어 미군내의 비리관계에 얽힌 '계획적인 타살'을 주장하는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조속한 수사 매듭이 필요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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