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류가 우리시대에도 '장발장'을 만들 수 있다?

왜 검찰과 국세청은 묵묵부답인가. 누가 우리시대에 '장발장'을 만드는가

등록 2001.03.22 15:04수정 2001.03.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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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도소를 '인생막장'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교도소하면 강도살인범에 흉악범으로 가득 찬, 어두컴컴한 곳을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어두컴컴하지도 않을 뿐더러 강도, 살인범 등 중범들로 채워져 있지도 않다. 주로 '잡범'들로 채워져 있는데, 사기, 절도 등의 범죄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기 혹은 절도 관련 범죄자라고 하면 무시무시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몇백만원 혹은 비싼 옷 몇 벌 등 경한 절도나 사기행각을 벌이다 잡혀들어온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옛날에 어떤 남자는 빵 한 조각을 훔쳐 먹고 오랫동안 옥살이를 하여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는데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결핍된 자들'에게는 가혹한 것 같다. 그래서 감옥에 가면 유행하는 몇 가지 말들이 있는데 "사람을 한 명 혹은 소수 죽이면 살인자고, 전쟁을 일으켜 다수를 한꺼번에 죽게 하면 영웅이 된다"거나 "수백억원을 사기치면 경제사범이고, 몇십만원 훔치다 잡히면 도둑놈이 된다"는 류의 말은 '잡범'들이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자주 하는 말들이다.

정권 이상의 권력, 정권이 바뀌어도 '탈법'을 동원해 이어지는 재벌세습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 특히 삼성 이재용 씨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보며 왜 '장발장'이 떠올랐을까.

이재용 씨는 33세, 지난 3월 11일 일요일 삼성전자 경영전략담당 상무보로 선임했다고 삼성이 밝힌 이건희 회장의 장남, 약 40조원의 삼성재산 상속을 둘러싼 '갈등'의 초점에 서 있는 사람, 현재 하버드대에서 수학하고 있다는 이재용 씨. 신데렐라식 신파드라마의 주인공같은 그의 이력 때문에 순진한 신데렐라들이 가슴 조일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재용 씨가 '왕자'가 된 이면을 살펴보면 '선망'은 곧 '분노'로 바뀌고 말 것이므로.

보통 재벌들은 공익재단이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을 이용해 계열사 지배수단으로 삼거나, 상속·증여세의 탈세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철 회장이 3남인 이건희 회장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애용했던 창구는 '공익재단법인'. 소유 주식을 상속세법상 상속, 증여세가 면제되는 공익법인에 출연한 뒤 공익재단법인 이사장 자리를 물려주는 방법을 썼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하고 있다.


이병철 회장 사망시 유족들이 신고한 상속 재산은 237억2300만원. 자진납부 상속세액은 150억18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회장 사망 당시 삼성그룹은 32개 계열사에 자산이 11조원이었고 매출액도 17조원이 넘고 있었다. 상속재산 신고액 237억원과 실제 자산 11조원의 상속재산 공백은 무엇으로 메꿀 수 있었을까.

이건희 회장의 '탈세 상속' 방법은 '사모전환사채(CB)' '유상증자 후 실권주 몰아주기'였고 세법을 교묘히 악용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탈세'로 이재용 씨는 보통사람과 출발선이 다른, 오늘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지난해 10월 29일 검찰 특수부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시가보다 80% 싼 가격에 발행하여 소액주주들에게 30억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유일반도체 장성환 사장을 특가법상 배임혐의로 구속했다. 삼성 SDS가 이재용 씨에게 주식을 저가발행했던 '전적'을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 왜 검찰은 삼성 SDS 관계자들은 처벌하지 않는 것일까.

이재용 씨 불법세습문제는 '조세정의, 공평과세' '법의 형평성' 측면에서 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반드시 더해져야 할 것이 있다.

사회정의.
이 말이 함축하고 있는 현실적 의미는 가혹하다. 누군가 부당이익을 취하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유일반도체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30억원 가까이의 피해를 입었다. 이재용의 탈세 상속은 얼마나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인가. 국세청과 정부, 검찰은 묵묵부답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정의'나 '제대로 된 복지'가 불가능하다. 피해자 중 몇 명은 우리 시대의 '장발장'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돌을 던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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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언련 사무총장, 상임대표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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