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언론인 거액 촌지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촌지망령' 되새겨 자정실천 시작해야

등록 2002.01.02 11:04수정 2002.01.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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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전 91년 12월 28일은 언론인들의 어두운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난 날이다.

지금도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현직 언론간부들은 이날의 악몽과 죄의식에 여전히 사로잡혀 지금도 가위눌리고 있다. 일부 현직 언론인들의 원죄인 그 사건은 '여수시 언론인 거액 촌지 사건’이다.

이 사건을 특종보도한 한겨레신문(박화강 기자, 안관옥 기자)은 91년 12월28자(토요일)에서 ‘전남 여수시가 91년도에 중앙과 지방의 신문사 사장, 간부, 기자들에게 모두 7600만 원의 촌지를 뿌린 사실이 27일 여수시 시의회 고효주 의원에 의해 밝혀졌다’고 숨가쁜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날 29일자 한겨레는 ‘13개사 간부와 출입기자들이 8700만 원의 촌지를 수수했다’고 더욱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보도사례비’와 ‘홍보활동비’, ‘특집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촌지를 수수한 언론사는 <동아일보><중앙일보><서울신문><경향신문><연합통신><문화방송><한국방송공사><광주일보><전남일보><광주매일><일간공업신문><남도신문><삼여신보> 등 13개사이다.

연합통신 현소환 사장과 광주일보 김종태 사장을 비롯한 13개사의 촌지수수 언론인 32명은 90년 1월부터 91년 12월 20일까지 시정홍보보도사례비, 홍보활동비, 시정역점시책특집료,해외시찰사례금, 언론인휴가비 등의 명목으로 1회에 2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도합 8707만 원을 받았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고효주 시의원 등은 여수시 문화공보실에 대한 행정사무조사특위 활동 보고서에서 32명의 촌지 수수자 가운데 가장 많은 촌지를 받은 언론인은 양도진 광주일보 여수주재기자로 홍보활동비 1638만 원, 보도사례비 500만 원 등 모두 2183만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혔다.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빛고을 신문(발행인 강요한)은 광주일보의 인쇄거부로, 매스컴 신문(발행편집인 이연원)은 연합통신 사장의 고발로 각각 폐간되는 비극을 맞기도 했다.


당시 빛고을 여수주재인 서선택 기자(호남매일)는 “지방의회가 최초로 탄생했으나 행정을 기자단이 송두리째 잠식해 절대권력을 휘두르자 급기야 일부 풀뿌리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의원들의 분노가 폭발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이 사건을 평가했다.

그는 또 빛고을 신문과 관련해 “광주일보 사장이 홍보활동비를 받은 것이 빛고을 신문에 실명으로 나가자 당시 윤전기를 소유한 광주일보측이 인쇄를 거부해 서울과 부산 등지로 전전긍긍했다”며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 그 회사들마저 신문을 안찍어준다고 통보해와 1년만에 폐간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매스컴신문의 이수영 기자(현 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는 “촌지사건보도로 연합통신 사장과 법정에 같이 서게 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며 “폐간된 신문을 찾기 위해 중앙박물관까지 연락을 해봤으나 찾지 못했다”며 숨가빴던 당시를 설명했다.

여수MBC가 촌지사건을 폭로한 고효주 시의원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보도와 관련해 성명을 냈던 당시 여수MBC노조의 이청연PD는 “언론의 어둠을 송두리째 들춰낸 일대 사건이었다”고 역설했다.

10년이 지난 2002년, 여전히 촌지관행은 언론인의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지만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새해에는 촌철살인의 정론직필을 구사해 희망을 비춰줬던 언론인 선배들이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촌지사건을 지방일간지로서 유일하게 보도한 무등일보, 그리고 언론사 카르텔을 깨고 ‘촌지 의혹을 밝혀라’라는 칼럼을 쓰신 위성운 부장(현 광주타임스 편집국장), 폐간된 빛고을 신문의 박호재 편집국장(현 전남매일 편집국장) 등 언론의 정도를 일관되게 걸어오신 분들의 선도가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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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창간 첫 잉걸기사를 작성한 사람으로서 한없는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호남매일 정치부 국회출입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저는 광주전남지역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비평과 자치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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