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홍보행사 취재기자에
호텔비 · 술값 등 거액 향응접대

언론노조, 해당기자 징계 · 명단공개 등 방침

등록 2002.03.29 22:51수정 2002.04.02 09:35
0
원고료로 응원
▲삼성전자가 출입기자들에게 수백만원대의 술과 숙박을 제공했다고 밝힌 <참여사회> 4월호.
기자들이 한 기업체의 홍보성 행사를 취재하면서 공짜로 일류호텔 숙박은 물론 거액의 향응 접대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 기자들의 '취재윤리'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국언론노조가 '자정선언'을 발표한지 채 반 년도 안된 시점에 재발한 것으로 언론계 차원의 실질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 생활가전 전략발표회를 개최하면서 취재기자들에게 1천여만 원대에 달하는 식사와 술, 그리고 숙소 등을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9일 삼성전자와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전남 광주공장에서 미래전략발표회를 열면서 전자를 출입하는 중앙일간지와 경제지, 케이블TV 소속 기자 23명에게 거액의 향응을 접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 발행 월간지 <참여사회> 4월호는 '광주무등파크 호텔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S전자가 주관한 생활가전 전략발표회에 23명의 기자들이 참여했으며 이들에게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식사와 술, 잠자리가 제공됐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측이 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향응'자리에는 취재기자를 포함 삼성전자 임직원 20여명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측이 이날 유흥.접대비로 지출한 금액은 기자들의 호텔비(278만3000원)를 포함 1천여 만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에서 내려간 기자들이 투숙한 광주무등파크 호텔 관계자는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월20일 삼성전자쪽에서 호텔 객실 42개를 예약했으며 15일 밤늦게 전자쪽 직원과 기자들이 체크인했다"면서 "비용은 전자쪽에서 카드로 했으며 자세한 내용은 고객 비밀상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임직원과 출입기자단이 지난 15일 머물렀던 광주무등파크호텔 전경과 내부.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광주공장에서 전자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네트워크 총괄 한용외 사장이 직접 나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미래사업 전략발표회'를 통해 사업계획을 설명했는데 이 내용은 이틀 뒤 18일자 일간지, 경제지의 산업면 머릿기사 등 '비중있게' 게재됐다.

주요 중앙 언론사 가운데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과 문화방송(MBC), 한국방송(KBS), 서울방송(SBS), 연합텔레비전뉴스(YTN), 기독교방송(CBS) 등 7개사 기자는 이날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5일 삼성전자 광주공장에서 출입기자단을 초청, 디지털 가전 미래전략사업 발표회를 가졌고 일반적인 기업홍보 활동이었다"면서 "출입기자단에 제공된 향응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자정선언 어긴 향응접대 기자 명단 밝히겠다

한편 지난해 11월 23일 전국언론노조가 창립1주년을 맞아 선포한 '자정선언'에서 취재원이나 활동대상으로부터 제공되는 어떤 형태의 금품, 향응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정선언'은 또 공연장·경기장·음식점 등의 무료입장이나 할인조차 거부토록 하고 있으며, 선물의 경우 취재 및 보도활동에 영향을 주지않는 범위내에서 달력, 필기구, 열쇠고리 등 1만원 미만의 선물만 받을 수 있다고 엄격히 규정했다.

전국언론노조측은 당시 '자정선언'을 선포하면서 "조합원들이 이를 어길 경우 징계는 물론 명단과 비리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5일 삼성전자의 '미래전략발표회'는 18일자 주요신문의 경제면에 비중있게 실렸다. 사진은 삼성전자 기사가 18일자 매일경제(위)와 서울경제 산업면 머릿기사로 실려 있다. ⓒ오마이뉴스
이번 사건과 관련, 김용백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향응접대를 받은 기자 가운데 조합원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할 계획"이라며 "해당자가 있을 경우 자정선언에 규정된 대로 징계조치는 물론 명단과 함께 비리내용도 반드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취재기자들에게 거액의 향응을 접대한 사실이 <참여사회>에 보도된데 이어 MBC '미디어비평'팀이 취재를 벌이자 삼성전자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참여사회>의 보도와 관련, 삼성전자 법무팀이 보도내용에 대해 법률적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MBC '미디어비평'팀은 29일 밤 11시 5분 관련내용을 머릿기사로 방영했는 데 <참여사회>측이 제공한 동영상도 같이 내보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