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출입기자에 촌지 살포

여름휴가비 명목... 언론개혁 한다더니

등록 2001.08.10 11:47수정 2001.08.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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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대체: 8월 10일 오후 5시30분)

민주당 출입기자실이 지난 7월 30일-31일 이틀에 걸쳐 출입기자들 상당수에게 개인당 30-50만원의 여름휴가비 명목의 촌지를 뿌린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9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휴가촌지'사건은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는 탈세언론사주 사법처리 정국에서 여당인 민주당과 출입기자들이 언론계의 대표적인 악습인 촌지를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배반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10일 <오마이뉴스>에 "나도 대변인실로부터 5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면서 "내가 아는 것만으로도 A, B, C 언론사 등 여러 곳 기자들이 촌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앙일간지 기자는 "대변인실로부터 기자들이 촌지를 받은 것은 확실하지만 몇 명이나 받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휴가때 그정도 주는 것은 관행이지 않느냐"면서 "한나라당도 그정도는 줬을 것"이라고 말해 촌지지급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그러나 전용학 대변인은 10일 오후 5시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당에서 그런 일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으로부터 촌지를 받은 언론사 가운데 조-중-동 등 이른바 여권과 대립관계에 있는 언론사 기자들도 포함되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각 언론사는 <오마이뉴스>에 관련기사가 1면에 보도된 10일 낮 이후 자사 민주당출입기자들에게 촌지를 받았는지를 확인하고 받았다면 되돌려주라는 지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한매일 정운현 미디어팀장(현직기자 중심의 '언론개혁 100인모임' 총무)은 "지금이 어느 때인데 촌지수수냐"면서 "같은 언론인으로서 탄식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 언론노조 최문순 위원장은 "언론개혁이 정치를 뒤흔드는 와중에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면서 "민주당이 주장해왔던 언론개혁 행위를 부정하는 자기모순, 자기분열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 "촌지를 받은 기자들은 지금이라도 돈을 다 돌려주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면서 "언론개혁이 자기 일이 아닌 것처럼 눈감고, 민주당을 감시해야하는 기자들이 돈이나 받아가면서 어떻게 정당한 기사를 쓸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언련 최민희 사무총장도 "언론개혁에 대해 언론 길들이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누가 촌지를 뿌리자고 결정한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기자들도 그런 돈을 의식없이 마구 받으면서 제대로된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기자적 양심은 어디갔는지 궁금하다"고 개탄했다.

민언련은 10일 '민주당은 지금 제정신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민주당이 뒤로는 기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촌지를 배포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 기자실 촌지사건'이 알려지자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언론개혁을 추진하는 집권당의 입장에서 과감하게 혁파해야 할 촌지문화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이 한심스럽다”면서 “국가보조금으로 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촌지를 준 것은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집권당부터 관행을 과감하게 뿌리치지 못하면 개혁은 하세월이며, 촌지를 받은 기자단도 스스로 반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 이재정 연수위원장도 “이번 촌지 사건은 일종의 관행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변인실의 촌지 살포 사실은 미디어비평지 <미디어오늘>이 8월 9일 발매된 신문에서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그러나 노동일보(8월 10일자) 외에는 이와 관련한 기사가 아직 실리지 않고 있다.

(기사 계속됩니다)

다음은 미디어오늘 기사 전문이다.

<미디어오늘> 8월 9일자에 실린 민주당 촌지살포기사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촌지를 뿌리는 관행은 없어졌다는 일반적인 판단과 달리 민주당이 여름휴가비 명목으로 200명이 넘는 출입기자들 중 상당수에게 촌지를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지난달 30∼31일 이틀에 걸쳐 대변인실 최모 국장이 출입기자들에게 개인당 30∼50만원 정도를 나눠줬다. 민주당이 제대로 배포했다면 최소 6000만원 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한 일간지 민주당 출입기자는 “대변인실에서 우리 신문사의 한 기자에게 ‘여름휴가비를 받아가라’는 연락을 했었다”며 “다른 언론사에도 그런 방식으로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앙언론사들에게는 이처럼 핸드폰으로 연락해 대변인실의 행정실로 불러 개인당 30∼50만원의 촌지를 나누어줬으며 지방지의 경우 권역별로 배포한 것으로 들었다. 기자실에 주로 상주하는 기자들에게 집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언론사의 한 기자는 “민주당측에서 문제가 될 만한 언론사에게는 배포를 하지 않았으며, 의도적이었는지 실수였는지는 모르지만 일부 지방지에도 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모 라디오방송사의 경우엔 기자실에 잘 드나들지 않은 기자들까지도 챙기는 ‘성의’를 보였으며 모 신문사의 경우에는 봉투를 돌려주자 액수가 작아 그런 줄 알고 봉투 숫자를 늘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언론사의 경우엔 기자 개인당 50만원, 지방지의 경우엔 30∼50만원의 금액이 지급됐으며 기자들이 받은 새천년민주당로고가 새겨진 봉투 안에는 7월 말 농협 국회지점이 발행한 수표가 들어있었다.

민주당이 촌지를 나눠준 사실이 전해진 뒤 기자실의 분위기는 ‘우리가 이런 것 받아도 되느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별 문제 없다는 인식이 대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촌지를 받은 일부 기자들 가운데서 이를 반납한 기자들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이를 반납하는 한편 회사에 이 사실을 보고하기도 했으며, 다른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휴가비를 받아가라는 전화를 받고 반발하기도 했다.

촌지를 거부했다는 한 기자는 “지난해에도 이런 식으로 지급됐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언론개혁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촌지를 지급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이러고도 민주당이 언론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기자는 “200명 가량의 기자들에게 그만큼의 금액을 줬으면 액수가 거의 1억원에 육박한다”면서 “대변인실 차원이 아니라 당 상층부가 지시해 특별예산이 편성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촌지 배포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대변인실의 최모 국장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식사비 정도 주는 게 있을지는 모르나 대변인실에서 돈을 돌린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전용학 대변인도 “지방에서 올라와 생활이 어려운 몇몇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조금 지원한 것은 있으나 당 차원에서 한 것은 없다”며 “이 정부 들어 당은 돈이 없다. 일부 개인적인 지원이 와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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