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대접 못받는 것도 서러운데 폭력까지..."

한원CC, 사설용역 동원해 캐디 폭행...경찰 '뒤봐주기' 의혹도

등록 2004.07.27 22:09수정 2004.07.2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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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원CC 경기보조원 노조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건물. 곳곳에 사쪽의 부당행위를 성토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한원CC 경기보조원 노조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건물. 곳곳에 사쪽의 부당행위를 성토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한원CC 노조 제공

"번쩍 들어올린 뒤 길바닥으로 내던지더라구요.", "순식간에 벌어져서 대응할 수가 없었어요. 인간 대접 못받는 것도 서러운데…."

사용자 쪽이 동원한 용역 깡패들에 의해 구타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 중인 골프장 용인시 남서면 소재 한원CC 경기보조원(골프장 캐디) 주성순씨는 울먹이듯 화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23일 금요일 새벽 도저히 믿기지 않는 '폭력'을 경험해야 했다. 단지 경기보조원의 용역전환을 요구하는 사쪽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당시 용역 깡패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현재 오산시 인근 정형외과에서 벌써 닷새째 치료를 받고 있다.

특수고용직노동자로 분류돼 노동 3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이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골프장 내에서 골퍼들이 친 골프공이나 클럽에 맞아 부상을 당해도 제대로 된 보장조차 받지 못하는가 하면,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유만으로 용역 깡패에 의해 구타를 당하는 경우도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나이든 캐디는 마음에 안 든다'는 골프장 회원들의 '이상한' 클레임 때문에 정년이 42~45세로 단축되는 등의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회원들 나이든 캐디 안 좋아 한다' 이유로 정년 42~45세로 단축

경기 용인시 남서면에 위치한 한원CC. 이곳에 근무하고 있는 여성 경기보조원들은 지난 23일 사용자 쪽의 일방적인 용역전환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사쪽이 동원한 폭력배에 폭행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경험했다. 이로 인해 10여명이 허리와 목, 머리, 어깨 등을 다쳐 현재 7명이 병원에 입원 중인 상황이다.


한원CC 사용자쪽은 경기보조원 노조의 규모가 점차 확대될 경우 자유로운 해고 자체가 힘들어질 것을 우려해, 노조 탈퇴를 종용해왔던 터였다. 이를 위해 사쪽은 경기보조원들의 용역화를 추진했고, 일부 경기보조원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자 급기야 용역 깡패까지 동원했다고 노조쪽은 밝혔다.

a 용인경찰서는 200명에 가까운 전경병력(왼쪽) 외에 일반 형사들도 골프장 주변에 차량(오른쪽)을 대기시켜 놓고 있어 과잉대응 논란을 빚고 있다. 현장은 용인경찰서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었다.

용인경찰서는 200명에 가까운 전경병력(왼쪽) 외에 일반 형사들도 골프장 주변에 차량(오른쪽)을 대기시켜 놓고 있어 과잉대응 논란을 빚고 있다. 현장은 용인경찰서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지난 23일 새벽 4시30분께, 한원CC 클럽하우스(본관) 1층 골프전동차 보관실 앞에서 사쪽의 용역전환 움직임에 맞서 밤샘 시위를 벌였던 한원CC 경기보조원 노조 임미옥 대외협력부장은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 자신이 어깨근육이 늘어나는 부상을 입은 피해자이기도 했다.


"용역직 전환에 반대하는 우리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여성 경기보조원 30명이 22일 밤부터 골프전동차 보관실을 봉쇄하고 밤샘 야외 농성에 들어갔다. 그날 모기장을 치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새벽 4시30분쯤 별안간 검은색 양복을 차려입은 건장한 체구의 남성 20여명이 야외농성장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농성중인 우리 경기보조원을 번쩍 들어올리더니 시멘트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이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촬영중이던 한 경기보조원은 카메라를 빼앗긴 뒤 길바닥에 내쳐졌고, 그들은 빼앗은 카메라를 산산조각 부숴 버렸다. 나는 빼앗긴 카메라를 되찾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팔을 붙잡혀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입었다."


사쪽은 “경기보조원들의 불법행동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며 용역 깡패를 동원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임 부장은 사쪽이 이처럼 용역까지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불법행동 때문이 아니라 노조의 무력화에 있다고 주장했다.

용인경찰서, 30여명 시위에 200여명 경찰병력 동원 '과잉대응' 논란

이 과정에서 용인경찰서의 '직무유기'와 사쪽과의 유착의혹이 경기보조원들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농성을 벌이고 있었던 한 경기보조원은 "연락을 받고 출동한 용인경찰서 소속 순찰대원들은 사쪽이 동원한 폭력배들의 폭행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세명의 경기보조원들도 똑같은 진술을 했다.

a 임미옥 한원CC 경기보조원 노조 대외협력부장. 임 부장은 지난 23일 사쪽이 동원한 용역 깡패에 의해 어깨근육이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다.

임미옥 한원CC 경기보조원 노조 대외협력부장. 임 부장은 지난 23일 사쪽이 동원한 용역 깡패에 의해 어깨근육이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오마이뉴스> 기자가 26일 오후 5시께 한원CC 노조 사무실을 찾았을 때, 용역화에 반대하는 경기보조원 30여명의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200여명 가까운 전경들과 형사들이 골프장 내 주차장 인근에 대기하고 있었다.

주요 국가기관도 아닌 사설 골프장에, 그것도 여성 경기보조원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며칠째 이곳에 200여명의 경찰병력을 대기시킨다는 것은 다소 의아스런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용인경찰서 소속 형사들은 골프장과 노사 교섭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대기하고 있기도 했다. 심지어 용인경찰서장이 며칠째 현장에 직접 나와 지휘를 하고 있었다.

임미옥 부장은 "여성 경기보조원 30여명을 감시하기 위해 전경 200여명에 정보계 형사, 용인경찰서장 등이 벌써 며칠째 하루 종일 대기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용인경찰서 과잉대응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용인경찰서 "전화상으로 얘기하기 힘들다" 즉답 피해

골프장에 전경들이 대거 투입된 이유와 관련, 용인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경기보조원들이 용역화 되는 과정에서 반발해서 그렇다"고 밝혔다. 또 경찰서장이 직접 골프장 현지에 나가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화 상으로 얘기하기가 힘들다"며 즉답을 피했다.

경찰서의 또다른 한 관계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서장님이)거기 계속 계시는 것"이라며 "원래 서장님은 큰 일이 있을 때 현장 지휘를 직접 나간다"고 해명했다.

이날 오후 6시쯤 사쪽의 해명을 듣기 위해 기자가 교섭장에 도착햇을 때 교섭은 때마침 정회 중이었다. 교섭장 주변에 있던 한 경기보조원에게 정회 이유를 묻자 그는 "교섭장에 골프장 회원이 사쪽 대표로 참석해 노조대표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정회가 선언됐다"고 말했다.

a 오산시 인근 병원에 입원중인 한원CC 경기보조원들.

오산시 인근 병원에 입원중인 한원CC 경기보조원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마침 교섭장에는 사쪽 대표 3명이 자리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우 아무개 한원CC 대표이사에게 '지난 새벽 폭력사태 등이 발생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그는 "나에게 취재거부권이 있다, 말하지 않겠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노사교섭장에 골프장 회원 사쪽 대표로 참석... 대표이사 "취재 거부권 있다"

다른 한 관계자에게 "협상장에 골프장 회원이 있다는 데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그는 "내가 회원인데, 나는 주주자격으로 참여했다"며 본인이 회원임을 시인했다. 그는 이어 "오늘은 협상 테이블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참석해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골프장의 노사대립은 사측이 노사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사태가 빈발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남여주CC에서는 최근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사쪽이 일방적으로 탈퇴를 종용, 직장이 폐쇄되는 상황까지 간 적이 있고, 여주CC의 경우 사용자쪽이 골프장 관리직과 영업직에 대한 용역화를 시도해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한성CC와 유성CC 등에서도 최근 2∼3년간 경기보조원이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임을 악용해 사쪽이 임단협 체결을 회피하거나 노조를 탄압했던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a 지난 23일 경기보조원들은 사쪽이 동원한 사설 용역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 사진은 폭행을 당한 뒤 병원의 치료를 받고 노조 사무실로 돌아온 당시의 경기보조원들.

지난 23일 경기보조원들은 사쪽이 동원한 사설 용역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 사진은 폭행을 당한 뒤 병원의 치료를 받고 노조 사무실로 돌아온 당시의 경기보조원들. ⓒ 한원CC 노조 제공


"회원이 나이든 캐디 마음에 안든다며 42세 이상 해고"
이영화 골프장단일노조(준) 사무국장

골프장단일노조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이영화 준비위원회 골프장단일노조(준) 사무국장. 그는 최소한의 고용을 보장받고 인격적인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경기보조원 노조의 설립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일을 하는데 있어 회원들의 클레임이 많이 들어오는데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그만둬야 하는 쪽은 항상 경기보조원"이라며 노조설립의 첫번째 목적으로 고용안정을 꼽았다.

'노조의 힘'을 빌리지 못하면 사쪽이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경기보조원의 신분을 악용해 마음대로 해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무국장은 골프장에서는 회원들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기보조원의 잠정적인 정년이 42~45세로 정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용불안에 벗어나기 위해 노조를 설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영화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경기보조원(캐디)는 현재 특수고용직노동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노조 설립이나 가입이 안되지 않나.
"경기보조원은 노조법상 노동자라는 판례가 있다. 하지만 95년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라는 판례가 나온 적이 있다. 이 대법원 판례 하나 때문에 사업주들은 이를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법에서 노동자가 아니라고 명시된 것은 없다. 또한 임금의 형태가 회원들로부터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불의 목적성을 봐야 한다. 왜 돈을 주냐.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것이다. 그 액수를 회사가 정해 주고 있다. 그 노동의 대가의 변동은 골프장협회에서 정한다. 담합을 하는 형태로 그린피와 캐디피를 정한다는 말이다. 만약 그 이상을 더 받거나 하면 회사에서 쫓겨난다. 엄격한 의미로서 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이 세금납부를 피해가기 위해 손님들에게 직접 주게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한원CC 통장으로 모아서 준다."

- 현재 4대 보험은 적용을 받고 있나.
"못 받고 있다."

- 골프장 내에서 사고도 많다고 하는데, 상해보험 정도는 들어야 하지 않나.
"일단 골프장 내에서는 사고가 크게 난다. 사쪽은 개인적으로 상해보험을 들라고 경기보조원들에게 강제한다. 그나마 노조의 힘에 밀렸을 경우 상해보험 정도를 회사쪽에서 들어준다. 88CC, 익산CC 가 그렇다."

- 경기보조원들이 노조를 만들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가장 큰 이유는 고용불안이다. 일을 하는데 손님들의 불만이 많이 들어온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그만둬야 하는 쪽은 경기보조원이다. 납득할 만한 이유로 징계된다면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징계위원회 조차도 열리지 않는다. 캐디 가운데 우두머리격인 캐디마스터에 불손하게 대응하거나 할 경우에도 바로 해고된다.

그리고 술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골프회원들이 나이든 캐디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년을 42세를 정하고 있다. 그 연배를 넘으면 해고이다. 스카이밸리CC에서는 45세를 근거로 3명을 잘랐다. 작년 한원CC는 42세가 되는 경기보조원 10여명을 잘랐다. 고용불안에 벗어나기 위해 노조를 설립할 수밖에 없다. 또하나는 인격적인 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 정부는 230여개에 달하는 골프장 인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럴 경우 고용상의 어떤 파급효과가 생긴다고 보나.
"새로 생기는 골프장의 특징은 경기보조원을 용역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이 많이 늘어나면 용역업체 직원임이 명확하기 때문에 고용관계도 명확해 진다. 그만큼 고용상태는 더욱 불안해 진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용역철폐 투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지금도 고용형태가 다른 형태로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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