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요지서' 논란 재판부 재배당 자진요청

[담배소송] 원고측 법관기피신청 '각하'될 듯

등록 2004.12.06 22:15수정 2004.12.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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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KT&G(옛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한 공익소송인 이른바 '담배소송'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조관행 부장판사)가 원고측 변호인단으로부터 '재판부 기피신청'을 당한지 20여일만에 자진해서 사건을 재배당하도록 법원장에게 요청, 다른 재판부가 재판을 맡게됐다.

서울중앙지법은 6일 오후 "담배소송 사건 심리를 맡고 있는 민사합의12부가 계속해서 맡을 경우 원고측 변호인이 재판부를 불신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결과가 의미 없을 수 있다고 재배당해줄 것을 알려왔다"며 "다른 담배소송을 맡고 있는 재판부에 사건을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민사합의12부의 '담배소송' 사건을 민사합의13부(재판장 최성준 부장판사)에게 재배당했다. 민사합의13부는 민사합의12부의 '재판부 기피신청' 사건을 심리중이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법관기피 신청 결과를 불복할 경우 기피신청 문제가 대법원까지 갈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본안 심리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기까지 지연될 수밖에 없고 마침 유사사건을 심리중인 다른 재판부가 있어 함께 심리하도록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 재배당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기피신청'을 당한 민사합의12부는 지난달 5일 '담배소송'과 관련해 서울대 의대 교수 5인이 작성한 감정서 원본(A4용지 62쪽 분량)을 직접 요약하면서 왜곡된 '요지서'(A4 4쪽)를 작성, 법원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원고측 소송관계인들은 지난달 11일 "(재판부가) 감정서 원문의 전체 취지와 주요 핵심 내용은 제외했고 주로 피고측에 유리하다고 인정되는 지엽적인 내용만 발췌했다"며 "감정서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을 첨가해 흡연의 중요성을 약화시키는 요지서를 작성해 기자들에게 배포했다"고 재판부 기피를 신청했다.

그러자 법원측은 "쌍방의 이야기를 듣고 기피사유가 될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통상 바로 처리되는 '재판부(법관) 기피신청'에 비해 법원은 이번 기피신청에 대해서는 한달 가까이 시간을 끌면서 사건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다 법원은 기피신청 절차와는 전혀 상관없이 해당 재판부에 대한 의견을 갑자기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원고측의 '재판부 기피신청'은 재판부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이유없다"는 판단으로 '각하'될 것으로 보인다.

기피신청한 원고측 변호인단 "법원의 갑작스런 결정 이해할 수 없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원고측 변호인단은 "기피신청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법원은 그동안 의도적으로 전혀 아무런 말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정확한 절차진행'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 전에 이런 조짐이 있었으나 (법원이) 판단을 미루며 주춤하다가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린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원고측 변호인단은 "법원은 소송 자체를 다른 재판부로 옮기면 자연스럽게 기피신청이 각하될 것을 노렸던 것 같다"며 "기피신청 절차를 진행하면 분명 해당 재판부 과실이 드러날 것으로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원고측 변호인단은 "이런 식으로 담배소송 심리를 다른 재판부에 재배당하면 앞으로 재판부가 당사자들에게 불신을 받아 기피신청을 당하게 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판사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고측 변호인단은 "법원이 과오를 뉘우치지 않고 권위만을 세우려는 태도는 오히려 우리나라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반발을 예고했다.

한편 <한국일보> 7일자 보도에 따르면 사건을 새로 맡게 된 민사합의13부 재판장인 최성준 부장판사는 "넘겨받은 소송자료가 방대하긴 하지만 '담배소송'을 맡아 심리해왔으므로 더욱 신속하게 기록을 검토하겠다"며 "법관기피 신청의 발단이 된 원고들의 신체감정서 원본은 양측이 다 동의하고 있으므로 이를 판단의 근거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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