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대 생가에서 신경림, 백낙청, 고은 선생등과 안내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정용국
나는 조국방문기념이라는 글귀를 보았을 때 무척 생경하다고 느꼈는데 내가 그 문구 속에서 북측 사람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속내를 알게 된 것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나서 한참이 지난 후였다. 우리가 재일 동포도 아닌데 '조국방문' 이라고 쓴 것은 아마 남쪽이 미국의 압제 하에 있다고 보는 북측의 속내를 표현한 것이었으리라.
나는 이 자리에서 남과 북의 지도자들에게 권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유엔에 가입하기까지 한 만큼 일단 서로 존중하는 뜻에서 남은 북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으로 북은 남을 '대한민국'으로 불러주자는 제안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기에는 복잡한 심경이 깔려 있다는 것을 필자는 잘 안다. 북은 남쪽이 조선의 일부라는 뜻에서 '남조선' 이라고 하고 있으며 남은 북쪽을 대한민국의 일부이므로 '북한' 이라고 부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로 흡수, 통합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으니 이것이 당연한 호칭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은 말로는 통일인데 그 방법이 상이한 것이다. 그러니 통일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 평화통일을 모색하되 현실을 존중해서 각자 정식 국가명칭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찝찝하게 언제까지 서로 싫어하다 못해 경멸하는 '남조선과 북한'을 고집할 것인가.
이 단어 속에는 너무 많은 아집들이 똬리를 틀고 들어앉은 채 각자의 속셈에 눌려있는 것이므로 원칙론을 적용하여 '조선' '한국' 이라는 호칭을 교체 인정하자는 것이다. 영원히 분단을 고착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상호존중을 우선으로 하자는 것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