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가게인 '트라이드 앤 트루'한나영
"나영, '트라이드 앤 트루 (Tried & True)'의 데브예요. 애날리아가 자기 입양 서류를 나영이 번역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혹시 이번 토요일에 올 수 있어요?"
지난 수요일 밤, 가족들과 함께 콘서트에 가는 도중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이곳 해리슨버그의 중고 알뜰 가게인 '트라이드 앤 트루'의 매니저인 데브.
'트라이드 앤 트루'는 이미 내 기사
<쓰던 거라서 찜찜하다고요?>로도 소개가 되었던 재활용 가게다.
이곳은 비록 중고품을 팔지만 깨끗이 손질되어 있고 아름다운 음악이 언제나 흘러나오는 카페 같은 느낌의 가게다. 게다가 우리 집에서 걸어갈 수도 있어서 이따금 내가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 전, 이 가게에 새로운 캐시어(현금출납계원)가 들어왔다. 나와 같은 동양인의 용모를 가진 젊은 아가씨였다. 하지만 원어민의 발음을 구사하는 걸 보니 동양계 미국인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 아가씨를 그 후로도 몇 번 더 봤지만 아가씨는 별 말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중국인이세요?"
"아니요. 한국 사람인데요."
"저도 한국에서 태어났는데요."
"어머 그래요? 그럼 한국말도 할 줄 알아요?"
"아니요. 전혀 못해요. 한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어요."
먼 이국땅에서 이렇게 입양된 한국인을 만나면 가슴이 아프다.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마음이 짠해진다. 내 잘난(?) 조국이 그 조국의 아들 딸 하나 제대로 품어주지 못해 낯선 먼 나라로까지 이들을 보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런 서늘한 마음은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지난 10월,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만난 3살된 한국인 입양아 메이시(소희)를 만났을 때도 그랬고, 메사누튼 도서관에서 만난 아줌마 로라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그리고 애날리아가 세 번째였는데 세 번 모두 마음이 무거웠다.
어렸을 때 입양된 이들은 한국말을 전혀 못했다. 하긴 이들에게는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 나라'라는 한국이 그저 세계에 널린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일 뿐으로 특별한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여대생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