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공원', 진정 '군민의 뜻' 맞나?

찬성 측 "군민의 뜻" 강조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교사선언 등 '아니다'

등록 2007.02.13 14:55수정 2007.02.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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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합천군 율곡면 일대에는 '일해공원'에 찬성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황강 옆에 있는 새천년생명의숲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이 과연 합천군민의 뜻인가?

심의조 합천군수와 한나라당·무소속 합천군의원뿐만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전사모), 전 전 대통령의 생가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군민의 뜻'이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 찬성보다 반대가 많으며, 지역 유지들이 '100인 선언'을 하는가 하면 지역 초·중·고 교사 3분의 2가량이 '일해공원'에 반대하고 있다.

'일해공원' 논란과 갈등은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합천군이 설문조사 계획을 세운 사실이 <오마이뉴스>에 보도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일해공원' 찬성 측은 '군민의 뜻' 내지 '다수결의 원칙'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근거들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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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의회 의원 11명 중 한나라당과 무소속 9명의 의원들은 지난 1월 '일해공원 찬성' 성명을 발표했다. ⓒ 합천군청


'일해공원' 찬성 측 "설문조사 결과 다수 군민이 원해" 발표

심의조 군수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 때 '일해공원은 군민의 뜻'이라 강조하면서 명칭 고수 입장을 보였다. '일해공원' 지지 성명을 낸 '전사모' 회원들은 지난 1월 12일 합천 '지지 집회' 때 "군민 과반수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합천군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태껏 그 당시 사업명칭인 새천년생명의숲 공원으로 일컬어오다 2006년 12월 공원명칭 선정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회수된 유효설문의 56%를 얻은 '일해공원'을 최종결정하고 1월 29일 공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무소속 합천군의원 9명(총 군의원 11명, 2명은 반대)은 '일해공원' 지지 성명을 내고 "설문조사 결과 다수 군민이 원하는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결정하는 것이 대통령 브랜드를 살리는 방법 중의 하나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대한노인회 합천지회는 지난달 30일 합천군청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명칭 확정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군민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합천군 새마을지회는 1월 22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설문조사 대상이 군을 대표하는 기관사회단체장과 선출직 의원 전원 등 여러 분야에서 선정되었음에도 소수 군의원이 공원명칭 설문조사에 새마을지도자만 참여한 것처럼 발표하고, 또 참여해서는 안 되는 듯 폄하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힌 바 있다.

11일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가 '현대사 바로알기 놀이마당' 행사를 위해 전 전 대통령 생가마을인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를 찾았을 때 일부 주민들은 "군민 과반수가 찬성했는데 왜 반대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율곡면새마을협의회 등에서는 율곡면 일대에 "합천군민의 자존심 '일해공원'에서 비롯된다"고 쓴 현수막을 내걸어 놓고 있다.

그런데 합천군은 4개 예비명칭(황강·군민·죽죽·일해)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설문조사를 하면서, 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당시 합천군은 도·군의원과 기관사회단체장, 마을이장, 새마을지도자, 농업경영인, 바르게살기협의회, 자원봉사단체 관계자 등 1364명을 대상으로 했다.

전체 설문조사 대상자 중 새마을지도자는 절반이 넘는다. 당시 591명이 답변했는데, '일해공원' 응답자는 그 중에서도 51.1%였다. 합천군에서 공원명칭을 정하기 위해 전체 군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지금 일각에서는 전체 군민을 대상으로 한 것처럼 간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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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공원' 반대 단체들은 합천군청에서 기자회견 등을 열고 '일해공원'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일해공원'이 군민 뜻이라 보기 어려운 근거 많아"

'일해공원'은 군민의 뜻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2일 합천지역 초·중·고 교사 280여명이 '일해공원' 반대 선언을 했다며 그 명단을 공개했다. 합천지역의 전체 교사는 370여명인데, 3분의 2가량이 참여한 것.

교사들은 선언문에서 "전 전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불법 비자금 조성과 80년 광주학살의 죄목으로 내란반란의 수괴 등으로 이미 실정법의 심판을 받고, 전직 대통령의 예우 또한 박달당했으며,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에도 이를 반영해 서술돼 있다"면서 "학생들의 야외학습 장소 등으로 사랑받는 새천년생명의숲이 역사의 죄인인 전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불린다면 학생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또 이미 강석정 전 합천군수와 윤한부 전 합천군의회 의장, 권문상 변호사, 김병화 민주평통합천회장, 박수자 전 합천군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등 합천 지역 인사들은 '일해공원 반대 100인 선언'을 했다. 이 선언에는 해인사 승가대학 소속 승려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일반 군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기관인 경남리서치는 지난 2일 경남도민 600명(표준오차 ±4%, 95% 신뢰수준)과 합천군민 220명(표준오차 ±6.93%, 95% 신뢰수준) 등 총 82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경남도민 65.8%가 '일해공원은 부적절하다'고 답변한 반면 '적절하다'는 19.0%에 그쳤다('모르겠다' 10.3%, 기타 4.8%). 또 합천군민들은 오차범위이기는 하지만 '적절하다'(40.0%)보다 '적절하지 않다'(46.4%)는 반응이 더 많았다('모르겠다' 11.8%, 기타 1.8%).

경남도민 62.3%는 '일해공원' 명칭을 '철회하고 재선정해야 한다'고 답했고, '안 해도 된다'는 19.8%('모르겠다' 8.3%)였으며, 합천군민의 경우 철회 찬반이 각각 40.9%로 같은 비율이었다.

합천군민운동본부 관계자는 "합천군이 설문조사를 할 때도 특정계층만 대상으로 했는데 회수율 또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응답자 중 간신히 절반 정도가 '일해공원'에 찬성한 정도였다"면서 "그런데도 '일해공원' 찬성 측은 '군민의 뜻'이거나 '다수결 원칙' 등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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