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 "울산과학대, '지성의 무덤'인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농성 관련, 교수협의회·총학생회 비판

등록 2007.03.14 15:04수정 2007.03.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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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대 강의동에는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에게 농성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총학생회 등에서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울산과학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노동조합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는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한 가운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아래 민교협)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지성의 전당'이어야 할 울산과학대를 '지성의 무덤'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BRI@민교협은 성명서에서 "울산과학대가 열악한 조건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있는 청소용역노동자들을 해고했다"면서 "대학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해고사유는 '용역업체의 계약해지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노조가입 노동자가 있던 업체들만 연달아 계약 해지된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그 해고가 노조가입에 대한 보복조치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교협은 "대학사회 구성원의 일원인 청소용역노동자들이 해고되고 탄압받고 있는 것도 충격적인데, 현재 울산과학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우리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고 밝혔다.

민교협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교직원 노동조합이 농성장 침탈, 성폭력, 회유와 협박, 폭력 등의 방식으로 청소용역노동자들의 투쟁을 가장 앞장서서 탄압하고 있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고 밝혔다.

"약자 짓밟는 곳에서 지성은 꽃필 수 없다"

그러면서 "더욱이 총학생회가 학생들을 동원해 '면학분위기를 위해 농성장을 떠나라'고 주장하며 집회를 개최하고, 교수협의회가 농성장 퇴거 요청 성명을 낸 것은 학생과 교수 전체의 명예를 한없이 추락시킨 몰지성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울산과학대 교수협의회가 이 여성노동자들에게 밖으로 나가줄 것을 요구했던 것과 관련해, 민교협은 이 대학 교수협의회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민교협은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최소 수준에서라도 누려야 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데, 연대는 못할지언정 그들의 투쟁과 이 투쟁을 지원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투쟁을 '일부 집단의 이기적인 요구 관철을 위한 투쟁'으로, '교내에서 이뤄지는 불법 행위'로 매도하는 것이 과연 진리를 탐구하는 학도다운, 교수다운 행동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길거리에서 강도당한 사람이 도둑 잡으라고 외치는 소리를 시끄럽다고 비난하는 것이나 강도당한 사람을 돕기 위해 길거리에 뛰어든 사람을 교통질서를 위배했다고 몰아세우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라며 교수협의회를 비판했다.

민교협은 "학내 평온을 회복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진정한 이유는 최소한의 권리라도 찾기 위해 일어선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과 이 투쟁에 연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투쟁이 아니라, 이들이 그런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원인제공자인 대학당국의 불법적, 반노동자적 처신이지 않은가"하고 반문했다.

민교협은 "자신의 직접적인 이해에 손해가 된다고 해서 약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짓밟는 곳에서 지성은 꽃필 수 없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에 단순한 기능적 지식을 넘어서는 지성의 의미에 대해, 지성이 대변해야 할 사회정의의 의미에 대해 한번쯤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교협은 "울산과학대는 해고된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의 고용을 승계하고 직고용하며, 농성장 침탈과 일상적으로 행해진 성폭력 등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교수협의회·총학생회 등 여성노동자들에게 "나가달라" 요구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용역업체에 고용돼 있다가 지난 2월 23일자로 해고됐으며, 본관 건물 지하 탈의실에서 농성하다 지난 7일 쫓겨난 뒤 지금은 본관 후문 계단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울산과학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는 성명서와 호소문 등을 통해 이들에게 대학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교수협의회는 "교수님들의 명예를 걸고 교정에 농성하고 있는 외부세력들의 철수를 강력히 요구한다, (중략) 외부에서 본 대학의 시설 일부를 점거하고 있는 민주노총 관련 인사들에게 자라나는 청년들의 교육을 위해 대학을 떠나주기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도 "곤경에 처해있는 청소용역노동자들을 무조건 몰아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총학생회 측에서도 아주머니와 교섭 후 요구 사항들을 어기지 않을 시 이렇게까지는 완강하게 반대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학우들의 강의수강 시간에 교내에서 민주노총 인원 대략 100여명이 집회를 해 저희 학우들의 수업을 방해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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