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대처' 울산과학대 청소용역들의 절규

계약 해지 후 지난달 26일부터 농성... "우리를 노예 부리듯 했다"

등록 2007.03.09 22:08수정 2007.03.1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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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 지부장. ⓒ 민주노총 울산본부

여성 해고자들의 농성장에 관리직 사원들이 들어오자 옷을 벗고 대처했던 울산지역연대 울산과학대 지부 조합원 8명이 '절대 학교 밖으로 못 나간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순자(55) 지부장 등은 울산과학대 본관 앞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울산과학대는 지난 7일 조합원들의 '알몸 대처'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과학대 경비·식당·청소용역 직원들은 지난해 7월부터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소속 울산지역연대노조에 직가입했다. 올해 1월 학교 측은 청소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했으며, 업체 측은 1월 22일 조합원들에게 도급계약 해지를 이유로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2월 23일자).

청소 아줌마 8명은 부당해고라며 2월 26일부터 탈의실에서 농성을 벌였다. 학교 측에서는 학교 밖으로 나가 줄 것을 요구했는데, 7일 관리직원들이 농성장에 들어오자 여성 조합원들은 '알몸 대처'했던 것.

9일 울산과학대 노동조합과 울산과학대 총학생회는 노조 지부 조합원들이 학교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울산과학대 노조는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학생 400여명은 이날 오전 조합원들의 농성장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이순자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과 9일 오후 전화로 나눈 대화 내용이다.

청소 아줌마들 "억울하다, 오죽하면 '알몸 대처'했겠나"

- 노동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먼저 경비하는 아저씨들부터 시작해 식당 아줌마, 청소 아줌마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경비부터 먼저 탄압했다. 당초에는 10명이 가입했는데 8명이 탈퇴했고 2명이 남아 복직투쟁을 했다. 그 중 1명이 복직 결정을 받아 복직했다. 탈퇴한 경비 아저씨들한테 물어보니 '학교에서 싫다고 해서 못 한다'고 하더라. 학교에서는 두 번째로 식당을 쳤다. 18명이 가입했다가 탈퇴했다. 세 번째 청소 아줌마를 쳤다. 우리는 한 발짝도 못 물러간다."

- 비인간적 대우를 받았나.
"학교에서는 점심도 주지 않았다. 우리가 도시락을 싸와서 먹었다. 겨울에 찌개를 데우려 하면 직원들이 냄새 난다고 난리 쳐서 못 먹었다. 창고 같은 데서 먹기도 했다. 탈의실에서 여자들이 옷을 갈아입는데 관리직들이 노크도 없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옷을 갈아입다가 팬티나 속옷을 보여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여름에는 하도 더워서 속옷에 작업복을 걸쳤더니 관리직이 와서 복장이 불순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있는 데서 창피를 주었다. 집에 가서 '더럽다' 싶은 생각에 얼마나 울었던지. 남자 직원이 여자 탈의실에 들어오려면 노크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는 청소만 한 게 아니다. 간이 책상을 1층에서 5층까지 옮기기도 했는데 오죽했으면 우리 돈으로 사다리차를 사자는 말까지 나왔겠느냐."

- 농성장에 관리직들이 들어왔을 때 이른바 '알몸 대처'를 했다는데 왜 그랬는가.
"지난달 23일 해고됐고, 26일부터 탈의실에서 철야농성을 해왔다. 관리직원들이 와서 나가라고 쫓아내기도 했고, 캐비닛도 드러내고 문도 뗐다. 심지어는 불도 껐다. 너무 억울했다. 그래도 먹어야 할 것 아니냐.

그래서 밥을 해 먹는데, 관리직원들은 냄새 난다고 난리를 쳤고, 하루 한두 번씩 와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밥을 먹는데 한 직원이 들어와서 누웠다. 우리는 '개도 먹는 데는 안 건드리는데 왜 그러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직원이 나가면서 조합원의 발등을 밟았다. 너무 억울해서 총무처장한테 가서 따지기도 했다. 그 직원은 사과는 하지 않고 성질만 부렸다. 내려오다가 그 사람과 마주쳤는데 웃통을 벗고 소방호스를 들면서 '죽인다'더라. 우리는 '왜 웃통만 벗느냐, 벗으려면 밑도 벗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틀 밤을 농성장인 탈의실에서 잤다. 관리직원들이 집기를 드러내면서 완전히 아수라장이 됐다. 우리 조합원은 8명밖에 되지 않는데, 관리직원들은 40~50명이 왔다.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물도 뿌려보고 심지어는 밥 해먹기 위해 두었던 쌀이며 소금까지 뿌렸다. 저항했지만 인원이 적다보니 힘이 부족했다.

그렇게 해서는 탈의실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해서 조합원들에게 옷을 벗자고 말했다. 옷을 벗고 있으면 직원들이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그래도 들어온다면 성폭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부 조합원은 팬티 차림으로 옷을 벗기도 했는데, 조금 있으니 남자직원 2명과 함께 여자 직원들이 들어와서 포대기에 싸서 바깥으로 들어냈다. 너무 억울하다."

- 임금은 어땠나.
"우리가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것만 달라는 것이었다. 학교에는 정규직 미화원 5명이 있다가 일부가 정년퇴직하고 일부만 남아 있다. 그들은 월 250~300만원씩 받고, 우리보다 1시간이나 적게 일한다. 우리보다 늦게 출근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보너스는 1000%다. 우리를 노예 부리듯 했다. 그래서 노조를 결성했다. 우리 권리를 끝까지 주장할 것이다."

-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부당해고다. 청소할 때 모든 지시를 학교에서 다 했다. 관리자가 전부 지시했다. 그리도 노조도 탄압했다. 너무 힘이 들어서 노조를 결성했다. 학교에 오면서 우리는 사람이 아닌 줄 알았는데 노조를 결성해 보니 인간이더라."

- 학생들이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나가라며 집회를 열었는데.
"총학생회 사무실에 가서 만났다. 총학생회는 무조건 나가라고 한다. 자기들이 주인이라더라. 우리도 학교의 구성원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학교를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6~7년 동안 더러운 일은 다 해주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러면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만 살아야 하느냐. 우리는 민주국가에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학생회가 힘으로 밀어 붙이겠다고 했는데, 그런 식이라면 정문 앞에 구덩이 8개를 파달라고 했다. 거기에 8명이 묻힐 각오다."

- 그동안 면학 분위기를 훼손하는 행동을 한 게 있는가.
"피켓시위만 하다가 한번 '흩어지면 죽는다'(파업가)를 틀어놓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시끄럽다며 자제해 달라고 해서 그 뒤로는 안했다. 탈의실을 농성장으로 썼는데 무슨 면학 분위기 훼손이냐. 지금은 본관 현관에 있는데, 이것도 안 된다면 먼저 있었던 탈의실로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도 막고 있다. 우리는 절대 학교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 현수막도 철거하라고 했던 것 같던데.
"현수막을 붙이지 말라고 한다. 학교 측에서는 5개나 걸어 놓았다. 우리는 1개다. 그것도 안 되나."

- 이사장인 정몽준 의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할 말이 많다. 국회의원이면 법을 만드는 분이다.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어 놓고 노동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가슴 아프다. 힘 없고 '빽' 없고 불쌍한 사람을 좀 더 챙겨 주면 좋겠다."

대학 측 "여직원이 이불로 감싸고 들어냈다"

울산과학대 측의 주장은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 지부의 이러한 주장과 다르다. 다음은 울산과학대 총무과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관리직 사원이 탈의실에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고 하던데.
"엄격히 말해 그 공간은 탈의실이 아니고 대기실이다. 위탁업체와 계약이 종료된 뒤 아줌마들이 불법점거를 하고 있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옷도 갈아입고 잠시 쉬기도 하고 취사도 하는 공간이다. 대기하는 공간이기에 관리과 직원들이 자주 드나들었던 것이다. 여자 탈의실에 남자가 무단으로 들어간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 정규직 환경미화원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낮았다는데.
"정규직 환경미화원은 매월 약 240~250만원 정도 받는다. 그 분들은 대학에서 30여 년 동안 근무했다. 아줌마들은 70만원 정도 받았다는데, 이것이 적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다른 업체와 계약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다. 우리도 최저 임금을 준수하려고 했다."

- 아줌마들은 학교 측의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하는데.
"위탁업체에서 중간관리자를 파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그 중간관리자가 한 달 만에 그만두기도 했다. 그 뒤 반장을 통해 업무를 전달하기도 했다. 부당노동행위라 보지 않는다. 그 문제는 노동부에서도 조사하고 있다."

- '알몸 대처'하고 있을 때 남자 직원들이 들어와서 끌어냈다던데.
"계획적으로 발생한 상황은 아니다. 아줌마들이 본관 지하를 점거한 상태였다. 거기서 숙식을 하고 밤에는 꽹과리를 치며 음주가무까지 했다. 그래서 교직원들의 감정이 좋지 않았다. 매일 마찰이 일어났다. 음식 냄새가 나기도 했는데, 건물 안에서는 취사가 허용돼 있지 않았다. 15명 정도가 거의 상주하다시피 했고 통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을 들어낼 때 남자들은 남자직원들이 담당하고 여자들은 여직원들이 담당했다. 여자 한 분이 옷을 벗었는데 남자들은 다 올라온 상태였고, 여직원이 이불로 감싸고 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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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대에 걸려 있는 현수막. ⓒ 민주노총 울산본부


울산과학대 노조 "학생수업 방해하고 직원 괴롭혔다"

한편 울산과학대 노조는 9일 '최근 민주노총의 학내 소요 사태와 관련된 진실'을 발표했다. 울산과학대 노조는 "즐거워야 할 대학생활이 민주노총 울산지역 연대노조원들의 각종 쟁의행위와 일탈행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 것에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울산과학대 노조는 "연대노조는 캠퍼스 본관 지하를 불법 점거한 뒤 각종 비상식적인 행위로 대학업무와 학생수업을 방해하고 대학 직원을 조직적으로 괴롭혔다"면서 "그런데도 이 문제의 모든 원인과 책임이 마치 대학에 있는 것처럼 알리고 자신들의 각종 일탈행위는 모두 숨긴 채 학생과 언론에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에서 기본적으로 보호돼야 할 학생들의 학습권과 대학업무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과학대에는 경찰 1개 중대가 상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8일부터 매일 저녁 울산과학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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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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