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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고대 100주년 기념 '삼성관'만찬장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 에버랜드는 16일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을 지분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생명 지분이 지분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될 경우, 에버랜드는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금융지주회사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서 벗어날 경우,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의 그룹지배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장남으로 에버랜드 최대주주인 이재용 상무로의 그룹 경영권 세습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에버랜드의 회계기준 변경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인지 금융감독 당국에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어서, 지주회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에버랜드의 생명주식 지분법이 바뀌게 된 까닭

이날 공개된 에버랜드 1/4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회사쪽이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지분 19.34%)에 대해 지분법 적용 투자 주식에서 매도가 가능한 증권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에버랜드쪽은 올해 1월부터 바뀐 기업회계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회계 처리 기준상 지분법 계산을 따르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다. 투자 회사 주식을 20%이상 갖게 될 경우 자동적으로 지분법 계산에 따른다. 만약 20%에 미치지 못하지만, 두 회사간 내부거래가 있다면 지분법 적용을 받아왔다.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주식 평가 방법에서 그동안 지분법을 적용한 이유는 내부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현재 삼성생명의 빌딩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업회계기준에서 바뀌면서, ‘중요한’ 내부거래에 해당될 경우에만 지분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체 매출 규모가 70조원이 넘는 삼성생명입장에선 에버랜드쪽에 빌딩 관리를 맡기면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500억원)가 매우 적어, ‘중요한’ 내부거래로 볼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에버랜드가 가지고 있는 생명 주식도 내부거래의 ‘중요성’에 밀려, 지분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쪽 설명이다.

2조원대 회사가 200조원의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 유지... 경영권 세습도 탄력

삼성쪽 설명대로,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 방법이 달라질 경우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 논란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생명주식에 대한) 지분법 평가 방법이 원가법으로 바뀌게 되면, 에버랜드 전체 자산에서 생명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50%이하로 크게 떨어지게 된다”면서 “따라서 공정거래법상의 금융 지주회사 요건에서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융자회사 지분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게 되면 금융지주회사로 규정해 비금융사 지분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만약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될 경우, 2년안에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등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삼성생명)가 원칙적으로 유사업종이 아닌 회사를 아래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룹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신 에버랜드가 지주회사 요건에서 제외될 경우, 삼성은 2조원대에 불과한 회사가 자산 규모로 200조원이 넘는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형태는 더욱 확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5.1%의 지분으로 에버랜드 최대주주에 올라와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 이종호
참여연대 "한달만에 말을 뒤집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관계자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분법 평가방법의 변경으로 에버랜드의 그룹 지배구조는 더욱 확고하게 될 것”이라며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이사직 사임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 이사직에서 물러났을때, 삼성은 500억원에 불과한 매출을 보였던 에버랜드의 생명 빌딩관리를 마치 ‘중요한’ 내부거래처럼 이야기했다”면서 “하지만 한달 만에 지분법 변경을 설명하면서, 이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거래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경제개혁센터는 이에 따라 이번 지분법 변경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센터 관계자는 “일단 변경된 회계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에버랜드의 평가 방법 변경 과정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에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 5개 계열사 이사직 사임... 전자 지배주주로 남아

이밖에 지난달 에버랜드 등기이사를 사임했던 이건희 회장은 삼성SDI와 삼성전기, 제일모직, 삼성물산, 호텔신라 등 5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도 모두 그만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회장은 이제 삼성전자와 삼성일본판매법인(SJC) 등 2개 회사의 등기이사만 맡게 됐다.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장의 다른회사 임원 겸직 현황에 그동안 등기이사로 돼있던 삼성 SDI 등 5개 회사이름 모두 빠져 있다.

특히 이 회장의 삼성물산 이사직을 그만둔 것에 대한 배경도 관심거리다. 삼성물산은 삼성 그룹의 모태가 된 회사다. 물산은 또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4.02%나 가지고 있다. 삼성생명 다음으로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물산이 그룹의 모기업적 성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별다른 뜻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이사직 사임은 전자 경영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며, (계열사 이사직을 그만둔다 하더라도) 회장으로서 그룹 계열사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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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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