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물타기 금지 "쇠귀 경읽기"

건설산업연맹, 건설업계 구조적 비리 폭로

등록 2001.05.17 10:41수정 2001.05.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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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에서 암암리에 묵인돼 온 불량레미콘 유통 및 레미콘 폐기물 불법 매립 사례가 비디오 자료와 노조원들의 증언으로 사실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건설산업연맹(위원장 이용식)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1동 연맹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부분의 레미콘 업체들이 물을 섞은 레미콘을 타설하고 납품서류를 조작해 반품레미콘을 다시 현장에 유통시키는 등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같은 불법행위가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불량레미콘 버젓이 시중 유통

93년 청주 우암상가 아파트 붕괴사고 - 콘크리트 압축강도 부족(사망 28명, 부상 48명)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 빈번한 설계변경 및 부실시공(사망 501명, 부상 937명) - 96년 안양 연립주택붕괴 - 콘크리트 말뚝 부실시공(44세대 147명 이재민 발생)- 97년 안양시 박달우회도로 균열 - 불량레미콘 사용 (21일만에 갈라짐)...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이 같은 대형사고의 핵심 원인은 불량레미콘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된다는 데 있다. 건설교통부의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레미콘은 출하 후 1시간30분 안에 타설해야 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공기량과 강도에 문제가 생겨 철골의 레미콘 접착도가 현저히 떨어지며, 접착도가 떨어져 생긴 틈 사이로 공기나 물이 스며들어 철골을 부식시키고 부피팽창을 초래해 건물에 금이 가게 한다.

그러나 불량레미콘은 다양한 경로로 시중에 유통되면서 이 같은 건물붕괴와 대형 사망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이날 연맹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우선 시간초과나 제품불량 등으로 레미콘이 반품돼 왔을 때 폐기처분하지 않고 송장(납품확인서)을 조작해 다른 현장에 공급하거나, 잔량이 반품됐을 때에는 다른 레미콘과 섞어서 새 것인 것처럼 속여 유통시키는 사례가 많다.

조합원 박00 씨는 99년7월 삼성엔지니어링 고속철도차량기지 현장에 도착했으나 시간초과로 회차된 뒤 송장을 재발급받아 그 현장에 재출하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고, 조합원 이00 씨는 2000년12월 인천주안역사 공사에 납품한 콘크리트가 기준시간(1시간30분)을 1시간여 초과한 2시간41분만에 타설했다고 밝혔다.


또한 타설시간을 놓쳤거나 타설 뒤 잔량이 있을 때 폐기처분하지 않고 물을 채워 넣고 다시 출하를 하고 있으며, 레미콘 10대 당 1대 꼴로 시행돼야 할 레미콘 품질시험도 사전에 시험용 차량이 지정되는 등 조작이 빈번한 실정이다.

진술서를 제출한 조합원 위00 씨는 99년6월 동심주택 현장에서 제품불량으로 반품된 뒤 거기에 다른 레미콘을 더 받아서 물을 많이 탄 뒤 통합병원 현장으로 가서 타설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레미콘 출하차량 1대 당 1장의 송장을 발급해야 함에도 1명이 여러 장의 송장을 받거나 결근자 명의로 된 송장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빼돌려 적정량이 현장에 공급되지 못해 부실시공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도 남는 폐기레미콘 불법 매립·폐수 무단 방류

더군다나 레미콘 업체들은 이처럼 시중에 유통되다가 남는 레미콘 폐기물들을 그대로 땅에 묻거나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파렴치행위까지 일삼고 있다.

연맹이 이날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 포천군 소재 Y종합개발 포천공장은 농경지로 돼 있는 대지를 차량 정비공장으로 사용하면서 이 땅에 폐기될 레미콘과 폐타이어 등 산업폐기물을 매립했다.

지역환경단체의 고발로 지난 7일부터 불법 매립한 레미콘을 파내고 있으나 7일 만인 13일 현재까지 퍼낸 레미콘 폐기물이 800톤에 달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Y종합개발 인천공장 역시 레미콘을 불법으로 매립하고 그 위를 포장해서 주차장으로 위장했다. 불법 매립물이 묻혀 있는 관계로 이 주차장은 주변보다 1m 이상 높다.

특히, Y종합개발 광주공장은 상수도 보호구역인 경인천 지류에 콘크리트 세척수를 무단 방류해 국민의 식수를 양잿물로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연맹 이용식 위원장은 "현행법에서는 강알칼리로 돼 있는 레미콘은 별도의 폐기시설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레미콘 업체들은 레미콘 1대 당(6루베·6㎥) 가격이 30만원 선인데 비해 불량레미콘 폐기비용은 이와 같거나 높은 30~40만원 수준이라는 이유로 비용절감차원에서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하는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업체 불량레미콘 유통 거액 착복... 건설업체와의 커넥션 의혹도 제기

연맹은 이와 함께 레미콘 업체들이 불량레미콘을 유통시킴으로서 거액을 착복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연맹은 7개 레미콘 공장을 거느리고 있는 Y그룹의 Y회장(한국레미콘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의 경우 불량레미콘 사용으로 지난 10년 동안 1152억원을 착복했다고 추정했다.

Y계열사 소속 레미콘운송기사들이 1인당 월 평균 8대 가량 불량레미콘을 출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평균 8회 * 30만원(레미콘 1대당 가격) * 12개월 * 400명(Y계열사 레미콘운송기사) * 10년 = 1152억원'이란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연맹은 불량레미콘 납품, 송장조작, 폐수무단 방류 등의 혐의로 Y회장과 관련자를 검찰과 국세청에 고발할 방침이다.

또한 연맹은 레미콘 업계와 건설현장의 뿌리깊은 커넥션 관계가 이같은 불량레미콘 투입과 물량 빼돌리기를 가능케 했다고 주장했다.

연맹은 이날 J레미콘이 S사 관계자에게 지난 99년 10월부터 2000년 7월까지 6차례에 걸쳐 매회 200~250만원씩 입금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레미콘을 납품하고 건설업자로부터 돈을 받아야 할 레미콘 회사가 오히려 돈을 상납한다는 것이 뜻하는 바가 뭐겠냐"며 레미콘 업계와 건설현장의 뇌물수수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연맹 불량레미콘 근절 자정운동... 건교부·산자부에도 책임 추궁


이같은 불법사례들을 폭로한 연맹은 앞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실공사의 대명사인 불량레미콘 근절운동을 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맹은 우선 Y계열의 레미콘이 40% 이상 투입된 것으로 밝혀진 서울 마포구 도원동 S아파트 현장, 인천주안역사 현장, 조달청 보급창고 현장 등에 대한 안전진단을 요구하면서 특히 아파트 현장에 대해서는 불량레미콘 타설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시민단체와 지역주민과 연대해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또한 건설공사 안전의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건설교통부에 대해 불법 사례가 많이 밝혀진 Y계열사 레미콘에 대한 강력한 사법조치와 함께 건교부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로 인해 설계가의 절반 가격에서 입찰이 이뤄지는 등 부실공사를 초래하고 있다며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레미콘 제품품질검사를 당사자인 제조업체들의 연합체(한국레미콘협동조합연합회)에 맡기고 있는 산업자원부에 대해 즉각적인 해명과 연합회의 KS품질 인증취소를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이같은 연맹의 주장에 대해 Y레미콘쪽은 "생산 후 1시간30분이 지난 레미콘은 회사로 회차해 폐기처리토록 하고 있고, 송장 조작도 사실이 아니며 연맹 주장같이 일부 물을 탄 레미콘이 공급되었다면 그것은 레미콘 제조사의 가수금지를 무시한 레미콘 기사의 자의적 행동으로 인한 것"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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