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동 철거민들의 새해맞이 행사

악몽 같은 2002년, 결코 잊을 수 없다.

등록 2003.01.01 02:45수정 2003.01.0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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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 행정기관 4년 연속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드리워진 12월 31일 중구청앞에 거친 목소리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악몽같은 2002년을 보내고, 영원히 기억하고 픈 승리하는 새해를 맞이하려는 용두동철거민들의 '송구영신 새해맞이 집회'가 이 날 저녁 9시에 있었다.

a 송구영신의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한자리에 모인 철거민들과 자원봉사자들

송구영신의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한자리에 모인 철거민들과 자원봉사자들 ⓒ free

이 행사에는 40여명의 철거민과 이 철거민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등 철거민들을 돕는 데 앞장서 온 빈들교회 식구들,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그 동안 함께 투쟁해온 대학생 등 총 80여명의 사람들이 함께 참석하였다.

이날 행사 인사말에 나선 김규복 대전지역철거민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빈들교회 목사)는 "우리가 든 이 촛불이 새해에는 횃불이 되어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의 앞날을 밝혀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하였고, 이옥희 용두동 철거민 임시대표는 "다시는 우리와 같이 당하는 철거민들이 나오지 않도록 기필코 승리하자"고 말했다.

a 용두동 철거민의 새해맞이 투쟁선언문을 읽고 있는 이옥희 임시 대표

용두동 철거민의 새해맞이 투쟁선언문을 읽고 있는 이옥희 임시 대표 ⓒ free

이어 이들은'용두동 철거민의 새해맞이 투쟁선언문' 채택을 통하여 "서민출신 대통령 후보의 선출을 통해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갖게 된 2002년 마지막날, 맹추위와 찬바람 속에 노숙 170일을 맞은 용두동 철거민들은 다시 한번 눈물을 머금으며 빼앗긴 정주권과 행복권을 되찾기 위하여 촛불을 든다"고 말하고 '노무현 정부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의 근본적 개선과 주택공사의 강제철거로 인한 용두동 주민들의 가구훼손과 주민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 배상, 용두동 강제철거 관련 중구청과 주택공사 담당자 처벌 등'을 요구하였다.

새해 소망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 철거민 할아버지는 "이 비닐 움막을 보고도 그걸 묻느냐? 나는 그저 우리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앉아서 밥 먹고 함께 자는 것, 그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고 답하였다.


이날 행사장 정면 중구청에는 "경축 행정기관 4년 연속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를 보고 있던 한 참석자는 "용두동 철거를 잘해서 최우수상을 탔나보다"며 씁슬한 웃음을 지었다.

이 들은 행사를 마치고 함께 손잡고 '사노라면', '고향의 봄'등을 부르기도 하였고, 또 일년 동안 도움을 준 사람들과의 인사를 서로 나누면서 새해에 더욱 힘을 내자고 다짐하기도 하였다. 또한 철거민들은 추운데 고생한다며 참석자들에게 장작불을 지펴서 끓인 물로 탄 따뜻한 음료를 대접하는 등 비록 어려운 환경속에 처해 있지만 따뜻한 마음을 서로 나누는 훈훈한 연말연시를 맞고 있었다.


a 새해소망을 담아 비닐움막위에 꽂아 놓은 촛불!

새해소망을 담아 비닐움막위에 꽂아 놓은 촛불! ⓒ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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