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폐업 여부 밝혀 주세요"

비비드 광학 노동자 3개월 째 길거리 '호소'

등록 2002.09.13 07:58수정 2002.09.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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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복종
비비드광학 노동조합 노동자들의 길거리 출근이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길거리를 전전하며 출근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측이 교섭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직장을 폐쇄한 때문이다.

비비드광학은 지난 4월 23일 '노조 전임인정', '임금협상' 등을 놓고 노조측과 교섭을 시작했으나 지난 7월, 8차 교섭을 끝으로 돌연 폐업공고를 통보한 후 곧바로 폐업을 신고(7월 20일)했다.

표면상 폐업이유는 '경영상 이유'. 하지만 노조측은 지난 1990년 회사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적자경영이 없었고 지속적인 사업확장으로 연매출 50억원에 매년 수억여원씩 순이익을 내온 건실한 중소기업이라며 '경영상 폐업 이유'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때문에 노조측은 사측의 폐업은 '노조깨기를 위한 위장폐업'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사측이 폐업신고 이후 '노조를 해산하면 다시 돌릴 수 있다', '노조 파업으로 회사가 문을 닫았다'고 공공연하게 말해 왔다는 것. 실제 사측은 노조측이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노조위원장 해고-직장폐쇄공고(6월 29일)-폐업공고 통보(7월 9일)-근로계약 해지통보(7월 12일)-폐업신고(7월 20일)를 한 달여만에 해치웠다.

손종표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폐업 이유로 공공연히 노조활동을 들고 있다"며 "위장폐업을 통해 노조를 깨고 노동자를 해고시키는 부당노동행위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이어 "비비드 광학의 지분 45%를 소유하고 실질적인 경영주인 현 D광학 이아무개 대표가 위장폐업의 장본인"이라며 "대화와 교섭을 촉구해왔으나 노조해산만을 되뇌이며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측은 대전지방노동청에 '위장폐업 여부를 밝혀 달라'고 요청하고 다른 한편 각계에 노사중재를 요구해왔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길복종
급기야 노조측은 9월 12일 한나라당 대덕구 지구당(위원장 김원웅)에서 농성을 시작하며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원웅 의원과 염홍철 대전시장이 직접 노사 중재에 나서 달라'며 촉구했다.

노조는 "장기파업으로 백 여명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내몰려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음에도 정·관계의 관심과 의지부족으로 중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요구가 받아들여 질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비비드광학은 플라스틱 안경렌즈를 생산하는 회사로 지난 1990년 설립(직원 수 90명), 연매출 50억여원, 연순이익 3-4억원, 부채율 0%의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평가받아왔으며 비비드 광학 노조는 지난 1999년 8월 설립해 51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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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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