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매그나칩 노동자 12명, 충북도청옥상 점거농성

"집단해고 2년... 사태해결 충북도청이 나서라!"

등록 2006.09.15 14:18수정 2006.09.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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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이닉스-매그나칩 사태해결 촉구 충북도청 옥상 점거농성 모습.

하이닉스-매그나칩 사태해결 촉구 충북도청 옥상 점거농성 모습. ⓒ 민주노총충북본부

전국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 하청 지회(지회장 신재교) 소속 노조원 12명은 14일 오후부터 충북 청주시에 있는 충청북도청 서관 옥상을 기습 점거한 뒤 이틀째 복직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15일 현재 충북도청 서관 옥상에서 전날(14일)부터 문을 걸어 잠근 채 이틀째 농성 중이다.

이들은 "충북도민들이 해고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 "하이닉스 사태해결을 공약으로 내건 정우택 도지사는 도민과의 약속을 지켜라" 등 10여 종의 현수막을 옥상에 내걸었다. 또 자신들의 요구가 담긴 선전물을 뿌리며 도청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하고 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 하청 지회는 성명서를 통해 "노동자들이 2년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며 "길거리로 내몰린 하청 노동자들은 외면한 채 정규직 사원만을 위한 '가족 친화 경영'이라는 허울 좋은 감언이설로 충북도민을 우롱하고 있는 하이닉스·매그나칩 자본의 양면성에 격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충북 도정의 책임자인 정우택 도지사와 지역 유관기관 단체장들은 현 사태를 평화적이고 원만하게, 조속히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라"며 "현 사태의 원흉인 하이닉스·매그나칩 자본이 고용보장과 직접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이날 옥상 농성 소식을 전해들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조합원 100여명은 경찰의 공권력 투입을 저지하기 위해 도청 건물 아래서 밤샘 동조 노숙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들에게 자진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소방차를 동원해 사다리를 옥상으로 올리면서 진압에 나서려 했지만, 동조농성을 벌이던 조합원들이 소방차 앞에 드러누워 진압을 방해했다. 경찰은 조합원들을 에워싸는 등 한때 팽팽한 대치상태를 벌였다.


농성 중인 한 조합원이 "동지들 미안합니다. 내가 죽어서 교섭을 쟁취하고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건물 아래에서 동조농성 중인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조합원에게 보내 순간 긴급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에 금속노조 대전 충북지부는 옥상 위에서 농성 중인 조합원에게 전화를 걸어 "무모한 일을 하지 말 것"을 설득했고, 경찰에게도 "무리한 진압을 통해 일어나는 불상사는 모두 경찰의 책임"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경찰은 진압을 중단하고 대치 중이다.


조남덕 대전충북지부 사무국장은 "하이닉스 노사의 직접 대화와 문제 해결을 약속했던 충북도지사를 만나서 우리 요구를 전달하고자 한다"며 "도지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얘기하면 옥상에 올라간 조합원들을 내려오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북도청에서는 아직 대답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사내 하청 노조가 농성을 풀지 않을 경우 강제 진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동조 농성 조합원들을 도청 밖으로 몰아낼 계획 등을 세우고 병력을 증강하면서 옥상 위 노동자들이 벌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인 하이닉스·매그나칩은 2005년 1월 1일자로 단체협약 체결을 요청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사내 하청 조합원 200여 명을 집단해고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길거리에서 22개월째 집단 해고 철회와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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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지역에서 노동분야와 사회분야 취재를 10여년동안해왔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빠른소식을 전할수 있는게기가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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