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갯벌, 정치권 공세에 밀려 매립되나

'찬성'에만 귀 기울이는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

등록 2006.12.12 10:30수정 2006.12.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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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충청권 시도지사들이 11일 긴급회동을 갖고 장항산단 조성 지연은 충청권 홀대에 따른 것이라며 즉시 착공을 축구했다.(좌로부터 박성효 대전시장,이완구 충남지사,정우택 충북지사)

충청권 시도지사들이 11일 긴급회동을 갖고 장항산단 조성 지연은 충청권 홀대에 따른 것이라며 즉시 착공을 축구했다.(좌로부터 박성효 대전시장,이완구 충남지사,정우택 충북지사) ⓒ 충청남도

장항갯벌 매립 여부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장항산업단지 즉시 착공 목소리만 있을 뿐 갯벌 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이완구 충남지사와 박성효 대전시장, 정우택 충북지사는 11일 오후 5시 30분 충북에 있는 모 음식점에서 긴급 회동을 열고, 장항산업단지 조기 착공을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BRI@이들은 "3년째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착공을 안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로서 연내 반드시 착공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8조5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행정도시 건설을 이유로 충청권에 침묵을 강요하면서 전남 서남권 개발사업에 총 22조원을 투입하는 것은 지역 차별"이라며 '(가칭)충청권발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에는 도내 시장·군수들이 조기착공을 촉구하는 공동입장을 밝힌 데 이어 충남도의회도 같은 취지의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번 주에는 충남도와 충남도의회, 시장·군수, 시·군의회, 도내 사회단체 등이 서울에서 장항산단 즉시 착공 결의대회를 통해 대정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치단체-정치권, "장항산단 지연은 '충청권 푸대접'"

정치권도 장항산단 조기착공을 요구하며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는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성명을 통해 "대규모 국책사업이 17년째나 표류되는 것은 정부가 충청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노 정권의 충청권에 대한 푸대접이 극에 달하고 있어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이완구 충남지사(횐쪽)가 장항산단 즉시착공을 촉구하며 단식을 벌이다 입원한 나소열 서천군수를 찾아 위로 하고 있다.

이완구 충남지사(횐쪽)가 장항산단 즉시착공을 촉구하며 단식을 벌이다 입원한 나소열 서천군수를 찾아 위로 하고 있다. ⓒ 충청남도

한나라당의 강창희 최고위원과 홍문표·전용학 의원 등도 최근 단식으로 입원 치료 중인 나소열 서천군수를 찾아 "당 차원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나 군수는 지난 달 28일부터 '장항산단 대정부 투쟁 100인 결사대'와 함께 정부종합청사에서 단식을 벌이다 11일째 쓰러져 입원 가료중이다.

조기착공에 찬성하는 서천지역 주민들은 서천군 마서면 금강 하구둑 사거리에 트랙터 및 경운기를 갓길에 세워둔 채 "여차하면 금강 하구둑의 통행을 막아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연일 수 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즉시 착공'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지역 언론은 장항산단 조성이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 '충청권 홀대론'과 '지역 차별론'을 내세우며 지역과 중앙간의 대결구도라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갯벌 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존재 자체가 아예 없는 양 비춰지고 있다.

'개발론'에 묻힌 '매립 반대' 목소리

하지만 지역 어민들과 환경단체는 장항갯벌이 제2의 새만금이 될 것을 염려하며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갯벌을 내 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의 경우 장항갯벌살리기 서천주민대책위 소속 어민 500여명이 충남도청 정문 앞에서 '이완구 충남지사의 갯벌매립 촉구 망언 규탄대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관이 직접 나서 개발업자들의 비호를 받아 지역공무원과 주민을 동원하는 관제데모까지 벌였다"며 "왜 지자체장이 나서 갯벌과 지역민을 죽음으로 끌고 가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a 지난 8월,충남 장항어민들이 충남 도청앞에서 갯벌 매립을 통한 산업단지 조성을 촉구한 나소열 서천군수와 이완구 충남도지사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월,충남 장항어민들이 충남 도청앞에서 갯벌 매립을 통한 산업단지 조성을 촉구한 나소열 서천군수와 이완구 충남도지사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하지만 이들은 지금 공업도시를 꿈꾸는 거센 개발열풍 앞에 '일부 소수 의견'으로 치부받고 있다. 서천군은 김 양식업 등 피해를 우려하는 어민들에게는 "이미 90년 초반에 어민 보상이 끝나지 않았냐"며 면박을 주고 있다.

게다가 자치단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장항갯벌 현장을 방문한 뒤에는 아예 조개 조차 살지 못하는 죽은 갯벌로 단정하고 있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자료를 통해 "조개 조차도 살지 못하는 죽은 갯벌로 가치를 상실, 어민들에게 소득원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항에서 김 양식을 하고 있는 한 어민은 "새만금이 매립된 후 김 작황에 문제가 생겨 온 가족이 고전분투하고 있다"며 "정치권과 자치단체가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쫓아낼 생각만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 태도 '주춤'...장항갯벌 운명은?

서천환경운동연합 여길욱 사무국장은 "장항갯벌은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물떼새와 저어새 등 철새들의 서식지이자 휴식처"라며 "정치권은 더 이상 지역주민들간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마저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당초 사업 타당성 전면 재조사를 위한 민관특위 를 구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자치단체와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도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윗 사람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금강 하구내 유일한 갯벌인 장항갯벌(충남 서천군 장항읍과 마서면 서쪽에 이르는 374만여평). 17년 전 장항 군산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으로 계획됐으나 차일피일 사업추진이 미뤄져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맞붙어 있는 군산산단을 예로 들며 '지역홀대'라며 조기착공을 주장하는 목소리 속에 장항갯벌은 새로운 운명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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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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