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푸항에 도착정현순
그래도 피곤한 탓에 일행들 대부분은 잠을 잘 자고 선내에서 아침까지 잘 먹었다. 아침을 먹은 시간에도 파도가 좀처럼 끝나지 않아 배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난 후 커피까지도 아주 맛있게 마셨다. "배에서 마시는 커피의 맛이라니~" 이렇게 감탄을 하면서 말이다. 벳푸항까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우린 방으로 들어가 화장도 하고 짐을 꾸리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화장을 하던 친구 두명이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속이 미식미식 거린다고 했다. 얼굴엔 식은 땀까지 흘리면서... 배멀미가 시작된 것이다. 미처 멀미 상비약은 준비하지 못했다. 한 친구가 화장실로 급하게 뛰어간다. 토하고 싶다면서. 옆에 있던 다른 친구의 얼굴도 말이 아니다. 잠시 후 그는 등까지 땀이 났다면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로 뛰었다.
난리가 난 듯하다. 남은 일행들도 안절부절이다. 두 친구가 토하고 나더니 속이 좀 괜찮단다. 파도가 없었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대충 준비를 마치고 우린 선실로 나갔다. 선실로 나가니 두 친구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면서 갑판으로 나갔다. 시원한 바람을 쏘이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면서. 그곳에서도 두 친구는 나머지 음식물을 모두 토했다. 그런 후 조금 안정이 찾아왔다. 그리고 30분 정도 가니 벳푸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난 그들의 고통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수년 전에 홍도로 가는 배를 타고 배멀미를 얼마나 했는지 여행의 고달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속으로 이번에도 배멀미를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다. 그때 몸에 면역성이 저축되었는지 이번에는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음~ 내가 무척 건강해졌구나'하면서 음미해 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