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새벽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선거 결과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현대 역사에서 '최악의 대통령'으로 등극한 트럼프. 2006년 '최악의 대통령'으로 지목된 '아들' 조지 W. 부시를 간단히 젖히고, 트럼프가 그 불명예와 치욕을 떠안았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에릭 포너 역사학 교수는 2006년 12월 3일자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부시를 '최악의 대통령'으로 지목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의 무시, 인권 침해, 권력 남용, 정치적 리더십의 실종, 잘못된 정책 등으로 최악의 대통령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미국 저술가 아난드 지리드해러다스(Anand Giridharadas)는 11월 5일자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트럼프를 '현대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 지목했다.
이제 곧 미국 현대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법의 지배, 품격, 진실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이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수많은 이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전이 이처럼 접전이 된 것에 화가 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접전이라 하더라도, 미국 국민들은 우리 공화국을 독재의 소굴에서 구해냈다.
#4. 악(evil)
트럼프에 대해 그동안 적대감을 감추지 않고 직설적인 비판을 가해온 노벨 경제학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은 실패한 국가가 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칼럼(11.5)에서 미국 상원이 구조적으로 우파 쪽으로 경도된 점을 지적하면서, 바이든 당선 이후에도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의 존재로 제대로 된 정책 이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면서 "정상적이라면 미국의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오바마처럼 '선'(good)을 이룰 수도, 또는 트럼프처럼 '악'(evil)을 이룰 수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를 '악'을 추구하는 인물로 묘사한 셈이다.
#5. 디지털 혁명으로 달라진 언론환경
디지털 혁명 덕분으로 완전히 달라진 언론환경에서 미국 대선을 지켜볼 수 있었다. 미국의 CNN, FOX, 영국의 BBC 방송을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신문, 영국의 <가디언> 또한 내 손의 핸드폰에서 실시간 볼 수 있었다.
디지털 혁명의 막강한 힘과 영향, 그 결과를 체감했다. 한국 언론사의 해외 특파원, 기자하기가 참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이어졌다. 열심히 취재하고, 공부하고, 분석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금방 바닥이 드러나 보이고 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전문가, 지식인도 마찬가지다. 과거 배웠던 지식만 가지고 전문가 행세를 하던 시절은 끝난 것 같다. 열심히, 성실하게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금방 낙오하고 마는 시대다.
#6. 트럼프 시대 FOX 채널의 성장... 한국의 종편은?
트럼프 4년 동안 미국의 우파 세력이 크게 기승을 부리며 번성해온 것처럼 미국의 우파 언론의 본령인 FOX 채널도 4년 동안 크게 성장한 모습이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그렇게 사랑하고, 자주 출연하면서 뉴스거리를 만들어 주는 상황에서 FOX의 성장은 자연스럽다. 그 결과물이 이번 미국 대선 당일 저녁 황금시간대 시청자 숫자에서 확인됐다.
미국 동부시간 저녁 8-11시 사이 개표방송 시청자 숫자를 보면 FOX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FOX 1370만 명, CNN 910만 명, MSNBC 730만 명, ABC 610만 명, NBC 560만 명, CBS 430만 명 등 순이었다. 4년 전 대선 개표방송 당시 FOX가 2위를 차지한 성적에 비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이명박-박근혜 시대를 거치면서 온갖 특혜와 지원 속에 생존을 넘어 성장을 해온 한국의 종편이 연상된다.
#7. 매우 직설적으로 트럼프를 비판한 미국 주류 언론
FOX 채널은 바이든 후보의 승리 확전 전까지 집요하게 '선거 부정' '도둑맞은 투표' '사기' 등 트럼프의 주장과 이에 동조하는 패널의 발언을 전하면서 우파 펌프질을 계속했다.
그런가 하면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들은 대선 개표과정을 전하면서 매우 직설적으로 트럼프를 비판하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진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미국의 언론학자, 언론인들은 기사 제목이나 내용에 기자의 '감정'이 들어가는 표현을 삼가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강조해 왔다. 대표적인 언론학자가 '가짜 뉴스는 이렇게 생겼다'라는 글(<콜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2017.2.23)을 쓴 콜롬비아 대학 언론학 교수인 마이클 셧슨(Michael Schudson)이다. 그는 이 글에서 '저널리즘의 품격'을 지켜주는 원칙 가운데 하나로 '차분하고, 서술적인, 흥분하지 않는 표현'을 들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 개표 과정에서 트럼프가 끊임없이 '선거 사기' '불법 개표' '투표 도둑질' 등을 주장하자,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은 "거짓 주장(false claim)", "무모하게(reckless)", "아무 근거도 없이(baseless)", "거짓으로 가득 찬 (트럼프의) 짧은 성명(a brief statement filled with falsehoods)" 등의 직설적 표현을 사용했다.
개인의 견해를 밝히는 칼럼이나 기고문과는 달리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어서, 내게는 '새롭게' 보였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증오와 정파적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는 한국 언론현실에서 언론의 기본,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어떠해야 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8. CNN 앵커의 살찐 거북이 발언, 그리고 CNN 정치 분석가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