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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긴급 입수한 미국 하원의원 56명의 연명으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보내진 서한. ⓒ 오마이뉴스


F-15 기종이 '한물 간 전투기'라는 것이 미 의회에서도 거론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3월 3일 <한겨레>가 입수해 공개한 '차기전투기(F-X) 시험평가 결과보고서'에서 지적된 것과 거의 일치한다. <오마이뉴스>가 긴급 입수한 '서한'은 지난해 3월 2일 미국 하원의원 56명이 연명해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이다.

이 서한에 따르면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F-15는 지금까지 그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왔지만 현재 급속한 속도로 노후화되고 있다"면서 "2005년 F-22가 실전 배치될 즈음에 F-15는 서른 살을 먹게 되며 현재 미국의 잠재 적국이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첨단 지대공, 공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위협 하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한은 또 "아울러 다른 국가들이 앞 다투어 개발하고 있는 첨단 전투기는 가까운 장래에 F-15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F-15 전투기는 미국 본토에서도 대체가 시급한 '한물 간 단종 기종'라는 것이다.

물론 미 하원의원들이 미 공군의 차기 전투기인 F-22로의 대체가 시급하다고 촉구한 문제의 '한물 간 전투기'(rapidly aging)가 보잉사가 한국 공군의 F-X사업 후보기종으로 제시한 F-15E의 개량형인 F-15K를 '콕 찍어' 가리킨 것은 아니다. F-15는 30여 년 전에 태어났지만 적자생존을 위해 F-15C/D를 거쳐 F-15E까지 '진화'해왔는데 이 서한은 그냥 '낡아빠진 F-15'라고만 적시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F-15C 기종 생산이 이미 단종 되었고 F-15E 기종 생산 또한 한국 공군의 F-X사업을 의식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고 보면, F-15K가 미 하원의원들이 지적한 '구식'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F-X사업의 기종 선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로비전이 전개되는 가운데 F-15K에 대해 그 동안 '미국이 만만한 한국에 한물간 전투기를 떠넘기려 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에 비추어 미 의회 서한은 이런 의혹이 결코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 3월2일 미국 하원의원 56명이 서명해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보낸 이 서한(제목:F-22의 초도생산을 촉구하는 의회 서한)은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빌 코헨 국방장관 시절부터 추진해온 미 공군의 차세대 전략 전투기 F-22(2005년 배치 예정)의 소량 초도(初度)생산(Low Rate Initial Production;LRIP)의 결정을 촉구하는 서한이다.

F-22는 지난 76년부터 미 공군에 처음 배치된 F-15의 대체 기종이고, 초도생산은 전면 대량생산의 전 단계를 뜻한다.

JSF?
JSF(Joint Strike Fighter)는 장거리 항속능력과 단거리/수직이착륙 기능을 보유하고 스텔스화된 다목적 차세대 전투기로, 미 해·공군 및 해병대, 영국 해·공군이 공동으로 확보를 추진하고 있고, Boeing 및 Lockheed Martin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JSF 발주규모는 현행 미국주력기인 F-16을 대체하는 데 2250억 달러 및 향후 25년간 미국 동맹국들에게 판매할 1175억 달러 등 도합 4천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이다. 미 공군은 오는 2008년부터 JSF 3천대 가운데 60%를 우선 구매하고, 나머지는 해군과 해병대, 그리고 영국 몫으로 배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미 공군은 현재 F-15E를 공대지 공격용으로 쓰지만, 미 공군의 주력 공대지 공격기는 F-16(록히드마틴사)이다. 그런데 미 공군은 앞으로 F-16 후속기종으로 단일엔진, 1인 조종, 초경량 초음속, 스텔스, 전천후인 JSF로 대체할 예정이다. JSF는 다목적 첨단 전투기로 2013년 이후에도 계속 생산될 유일한 유인 기종이 될 것으로 알려진다. 즉 미 공군은 차후 공대공은 F-22, 공대지는 JSF로 공군기를 구성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결국 F-15E는 JSF가 본격 생산돼 완전 배치될 때까지 쓴다는 것이 미국 공군의 의지라는 거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이번 F-X사업을 통해 우리가 F-15K를 도입할 때쯤 미 공군은 JSF를 도입할 것이고, F-15K는 한국으로의 공급을 마지막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07년 F-X사업이 끝나면 한국 공군은 다시 40대에서 최고 1백20대까지의 전투기를 도입하는 2차 F-X 사업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는 미국에서는 JSF가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한국이 지금의 F-X 사업에서 F-15K를 선정했는데, 2차 F-X에서는 이와 다른 JSF나 라팔 혹은 타이푼을 선정한다면, 한국 공군은 작전 운용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또한 F-15K의 생산이 시나리오대로 종료될 경우 부품 부족에 의한 운항 불가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벨사는 지난해 10월 우리 나라 육군이 운용중인 AH-1S 코브라 헬기 70여대의 부품 10년치 정도를 한꺼번에 구입할 것을 요구한 선례가 있다.

미 의원 56명이 잠재적 적국의 신무기 위협 아래 놓인 낡아빠진 F-15를 대체해 미 공군의 완벽한 우위를 보장해 줄 F-22의 초도생산 결정을 더 이상 지연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 이 서한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미 의회가 국방부 장관 럼스펠드에게 F-22에 대한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서한

친애하는 국방부 장관께.

▲<오마이뉴스>가 긴급 입수한 미국 하원의원 56명의 연명으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보내진 서한. 서한 하단에는 연명한 미국 하원의원들의 이름이 보인다. ⓒ 오마이뉴스
장관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미국의 최첨단 전술 전투기인 F-22의 초도생산 (Low Rate Initial Production, LRIP) 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01년 3월 31일로 이에 대한 예산은 고갈될 것입니다. 이 결정이 또 다시 지연된다면 전 국방부 장관 빌 코언이 "21세기 미 공군력의 초석"이라고 언급한 미 공군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체계 현대화 계획이 폐기될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공기 F-15는 지금까지 그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왔지만 현재 급속한 속도로 노후화되고 있습니다. 2005년 F-22가 실전배치될 즈음에 F-15는 서른 살을 먹게 됩니다. 또 F-15는 현재 미국의 잠재 적국이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첨단 지대공/공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위협 하에 놓여 있습니다.

아울러 다른 국가들이 앞 다투어 개발하고 있는 첨단 전투기는 가까운 장래에 F-15를 능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F-22는 미래의 전쟁에서 적을 맞아 승리할 수 있는 우리의 최신예 전투기입니다. 또한 F-22는 JSF(Joint Strike Fighter)와 같은 폭격기가 자유자재로 적의 지상 전력을 파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제공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입니다. 즉 F-22와 JSF는 상호 보완적인 것입니다. F-22는 하늘을 지배하기 위해 스텔스 기능, 초음속 순항, 그리고 통합형 항공전자시스템을 결합하고 있습니다(F-15는 이 모든 것을 채택하고 있지 않음).

잘 아시다시피 JSF는 주로 지상 목표물 공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될 것입니다. 그리고 JSF는 F-22 생산을 위해 개발된 첨단 기술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사실 F-22가 없었다면 JSF는 미군이 장래 직면하게 될 작전요구성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재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는 JSF 프로그램의 지연과 비용 상승을 야기할 것입니다.

F-22는 15년이라는 개발 기간을 거쳐 공화-민주 양당의 전폭적 지지 속에서 탄생한 개념입니다. 우리는 이미 F-22를 테스트하는 데 18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테스트 일정이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의회 및 국방부는 F-22 초기 생산을 중도에 그만두는 방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 이런 선례로 인해 앞으로의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은 초도 생산 전에 테스트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둘째, F-22 프로그램은 모든 기술적 요구사항을 충족하거나 그 이상을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1998년 4월 27일 귀하와 여섯 명의 다른 전직 국방장관들이 공동 서명한 성명서, 즉 "F-22는 예산의 지원을 받아야 하고 이는 이 계획의 성공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는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F-22의 초도 생산을 추진하는 결정을 뒤로 미루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F-22는 21세기 중반까지 전 세계 하늘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는 지금 F-22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이는 2005년까지 배치된다는 계획이 없습니다.

F-22의 실전 배치가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군사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최대 강점 중의 하나인 '하늘의 통제'라는 포기될 수 없는 가치를 상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미군이 우리의 영토 및 해외에서의 우리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최고의 무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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