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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박람회가 열리는 안면도 주차장에 관광객들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들이 가득차 있다. ⓒ 심규상


"객실 예약 가능한가요?"
"몇 분이 묵으실 건데요?"
"4명인데요."
"호실 당 12만 5천원인데요. 특실은 15만원입니다. 오늘이요? 주말이잖아요. 오늘은 방 없습니다"

27일 오전 안면읍에 있는 'H 모텔'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다. '국제 꽃박람회'가 열리는 태안군 안면도에서 전화 예약을 통해 하루를 묵을 방을 얻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꽃박람회장에는 연일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 신문웅
특히 꽃박람회장과 인접한 안면읍내 일부 업소에서는 주말 특수를 기대, 아예 예약마저 사양하는 곳도 있었다. 가격이 얼마나 뛸지 업주 스스로도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받으면 손해라는 손익계산을 한 때문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꽃박람회 조직위 관계자는 "대개 바가지 숙박요금을 받는 곳은 이곳 주민들이 아닌 외지인들이 들여와 차린 기업형 숙박업소"라고 말했다. 실제 이곳 주민들이 살던 집을 고쳐 민박을 하는 경우와 외지인이 들여와 임대를 하는 민박업을 하는 경우와는 곱절 이상 가격 차이가 났다.

태안읍에 사는 김모 씨는 "이곳에 사는 사람이지만 말하기 창피한 일"이라며 "어렵게 준비해 마련한 큰 행사에 난데 없이 나타나 모텔이다 식당이다 차려놓고 바가지 요금으로 일시적 돈 벌이에 급급해 하는 사람들을 보면 몰매라도 때려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바가지 요금은 숙박업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박람회장 주변의 유일한 방포 먹거리 장터. 이곳에서 가장 간단한 잔치국수는 그릇당 4천원이다. 순대 한 접시 1만원, 산낙지 2만 5천원, 조개구이 3만원 등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당초 꽃박람회 기간동안 영업을 하는 조건으로 한 부스당 1천만원에 공개입찰 했으나 입찰을 받아 외지업자에게 프리미엄을 받고 넘기고 넘겨 5-6천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팔렸다"며 "이러다 보니 본전 빼고 이문을 남기려고 음식값이 치솟았다"고 귀띔했다.

▲천연기념물은 모감주나무에 걸려있는 식당 선전용 플래카드 ⓒ 심규상


천연기념물 군락지 주변이 먹거리장터로

횟집, 식당 등 꽃박람회 지정 먹거리 장터가 차려진 바로 뒤는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천연기념물 모감주 나무 군락지가 있는 곳이다.

우려했던 대로 식당 주인들이 손님을 더 끌기 위해 모감주 나무에 식당 천글씨를 내거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군락지 안에서 음식을 먹는 관람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어쩌려고 천연기념물 바로 앞에 수 십곳의 집단 먹거리 장터'를 내준 걸일까?

이곳에서 아침 일찍 잠을 깨우는 것은 꽃 향기가 아니다. '퉁탕퉁땅, '드르륵'... 기계음 소리다. 가는 곳마다 집짓기에 여념이 없다. 꽃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모텔, 여관, 식당 짓기 시합이 벌어진 느낌이다.

24일간 열리는 꽃박람회를 차치하면 이곳은 이미 숙박업소, 식당이 포화상태다.

조직위원회 발표에 따르더라도 박람회가 열리는 안면읍에만 228개 업소에 객실수만 2516개, 수용인원은 1만2천여명(호텔, 콘도, 여관, 모텔, 민박)에 이른다. 태안 인근 서산, 홍성, 당진 등을 포함하면 객실 수 2만여개에 수용인원만 6만여명에 이른다.

꽃박람회 이후를 내다 보고 모텔, 식당 짓기에 정신 없는 모습속에서 전국 어디에서나 똑같은 형태의 특색 없는 안면도 개발 방향을 보게 됐다면 너무 성급한 것일까?

▲꽃박람회에 전시되어 있는 꽃들. ⓒ 심규상

ⓒ 심규상

ⓒ 심규상


꽃 구경 못하고 사람 구경만..

꽃박람회장 안은 쏟아져 들어오는 관람객을 수용하기에 역부족이다. 입구로 향하는 인파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고 전시관마다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 상태다. 때문에 '금강초롱관' '야생화관' '무궁화관' 등 주요 전시관에는 아예 들어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람회장 주 진입구부터 방포 삼거리∼해안고속도로 4-5㎞ 구간도 하루 온종일 극심한 정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 박람회장을 찾은 여인구(36, 구로구) 씨는 "야외 정원만 돌아보다 지쳐서 그냥 나왔다"며 "당초 박람회장 규모 자체가 하루 수 만명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도 적정 관람 인원에 대한 고려없이 준비해 놓고 무조간 사람만 많이 받으면 어쩌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다 이미지만 버릴라..

조직위원회 집계 결과 개장일인 첫 날 관람객은 6만 6천여명을 넘어섰고 27일과 28일 주말에는 하루 8만-10만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태안 참여자치연대 관계자는 "이러다가는 애써 박람회를 준비해 놓고 태안과 안면도에 대한 이미지만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바가지 요금을 받는 업소가 없도록 주민 스스로 계도에 나서고 조직위원회는 박람회장 운영 시스템 정비 등 문제점 보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직위원회는 "관람객의 대중교통수단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 고속, 시외.시내버스 노선을 확충하거나 연장 운행하고 있고 대천항과 영목항간 여객선도 운항하고 있다"며 "되도록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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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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