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한 달이면 끝날줄 알았죠"

대전 용두동 투쟁 주민 인터뷰 1

등록 2002.09.04 15:57수정 2002.09.0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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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대전 중구청 앞엔 강제철거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집을 잃은 용두동 주민들이 앉아 있다. 용두동의 집들이 강제철거 당한지 35일, 철거 후 집을 잃은 사람들이 노숙 생활을 한지 꼭 한달째 되는 8월 23일 저녁, 늦은 식사를 하고 있는 용두동 주민들을 만나보았다.

종이박스와 돗자리 등을 깔고 삼삼오오 둥글게 모여 저녁식사를 한다. 무엇을 드시는가 보았더니 수제비다. 주민들의 끼니는 빈들장로교회에서 매일 실어나르지만 가끔 이렇게 도로변에서 직접 해먹는 경우도 있다.

저녁식사 후 한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그는 낯이 무척 익었는데, 7월 18일 강제철거 때 실신하여 구급차에 실려갔던 주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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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 철거때 병원에 실려가셨는데, 지금은 좀 어떠세요?
"요전날 머리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갔었어요. 주사를 맞았는데, 팔이 따끔하더니 그 뒤로 생각이 안나. 일어나보니 그새 한시간 반이 흘러갔지뭐야. 병원에서 멋도 모르고 내처 잔 거지. 깜짝 놀라서 다시 시위현장으로 왔어."

- 노숙한지 한달 정도 되었는데, 무엇이 가장 불편하세요?
"다 불편하지. 교회에서 잘 때에도 바닥이 너무 차서 잘 잠을 못잤어. 새벽에 일어나 혼자 울었어요.(웃음) 여기는 더하지. 난리(6·25) 때에도 이렇게 겪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배도 고플 때도 많고 몸도 아파요."

- 오늘도 싸움을 하셨다지요?
"네. 어제 밤에 비가 왔잖아. 그래서 새벽에 비닐 천막을 쳤는데, 글쎄 아침 먹기도 전에 (오전 8-9시 사이) 이놈들이 들이닥쳐서 막 비닐을 빼앗아 갔어. 한 5분후면 우리가 알아서 걷었을 텐데, 칼을 들고 달려들어서 너무 화가 났어요. 그래 오기가 나서 안 빼앗길려고 내가 비닐에 매달렸어. 그래서 비닐하고 같이 질질 끌려갔지 뭐야."

- 중구청 직원인가요? 경찰인가요?
"글쎄, 잘 모르겠어. 경찰들은 정복을 입고 우리를 늘 둘러싸고 있지만, 칼을 든 놈들은 다 사복을 입었어."


- 하루 일과가 어떻습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 집회하고, 점심 식사하고 또 집회하고, 저녁먹고 집회하고 그리고 잠들지."

- 하루종일 시위만 하시는군요.
"(웃음) 그렇지."


- 몸도 안좋은데, 왜 투쟁을 계속하시나요?
"내집 내땅을 가지고 살았는데, 빼앗긴 것이 너무 억울해서요. 간신히 마련한 보금자리인데…."

- 고생한 이야기좀 해주세요.
"남편 일찍 여의고 남매를 키우느라 섬유공장에 다녔어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한시간을 걸어서 공장에 갔지요. 팔이 너무 아파서 쉬다가 다시 신탄진에 있는 OO섬유에 들어가서 정년퇴직했어요."

- 싸움이 1년 8개월째인데, 처음 시작할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요?
"처음에는 한달이면 끝날줄 알았지. 이제는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 못해요.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도와줘서 힘이 나요. 빈들교회 목사님도 너무 좋으신 분이고. 지금 같이 싸우고 있는 주민들과 같이 살고 싶어요. 집을 옮겨도 이웃과 함께 살고 싶어요."

- 주택공사에서 임시주거대책을 마련했는데, 왜 안가세요?
"임대아파트 가라고 합디다. 싼 이자로 융자하준다고. 나는 내 집을 원해요."

주택공사가 제시하는 임시주거대책은 대전시내 곳곳에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들어가라는 것이다.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대문도 없이 살았던 주민들은 뿔뿔히 흩어져 사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정주권의 불확실성도 문제가 되지만, 박춘옥 아주머니는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주택공사를 한없이 원망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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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인한 철거민 정주권 및 생존권 보장과
폭력적 강제철거 근절을 위한
전국 1000인 선언단을 제안합니다 !

1. 1000인 선언단이란?
① 도시저소득 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의 시행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된 용두동 철거민들의 정주권 과 생존권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② 용두동 철거민에 대한 3월 21일과 7월 18일의 폭력적 강제철거로 벌어진 인권침해 사태가 정의로운 해결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선언입니다.

③ 관련법과 시행과정에 대한 위헌 소송과 구속주민들의 석방, 그리고 1년6개월 동안의 기나긴 용두동 철거민들의 몸부림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2. 1000인 선언단이 되시면?
ⓛ 삶의 터전을 잃고 외롭게 몸부림치고 있는 용두동 철거민들의 정주권과 생존권 싸움에 큰 힘이 됩니다. 
② 그리고 □공동성명단, □공동위헌소송단, □인터넷 선전단, □후원회원, □활동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3. 1000인 선언단이 되시려면?
1000인 선언단 참가신청서를 작성하시고 1만원 이상(학생 2,000원 이상)의 참가 약정액을 납부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중구청과 대한 주택공사 대전충남 지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주민들을 자주 방문하셔서 위로와 격려를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E-mail : liferights@hanmail.net 
★ 계좌번호 : 김규복(예금주) // 한빛은행 563-039690-02-007 (직접 납부하셔도 됩니다.)
★ 전화번호 : 집행위원회 018-863-7869 // 임시사무실(대화동 빈들교회) 042) 622-1815



대 전 지 역 철 거 민 공 동 대 책 위 원 회(준)

덧붙이는 글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인한 철거민 정주권 및 생존권 보장과
폭력적 강제철거 근절을 위한
전국 1000인 선언단을 제안합니다 !

1. 1000인 선언단이란?
① 도시저소득 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의 시행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된 용두동 철거민들의 정주권 과 생존권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② 용두동 철거민에 대한 3월 21일과 7월 18일의 폭력적 강제철거로 벌어진 인권침해 사태가 정의로운 해결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선언입니다.

③ 관련법과 시행과정에 대한 위헌 소송과 구속주민들의 석방, 그리고 1년6개월 동안의 기나긴 용두동 철거민들의 몸부림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2. 1000인 선언단이 되시면?
ⓛ 삶의 터전을 잃고 외롭게 몸부림치고 있는 용두동 철거민들의 정주권과 생존권 싸움에 큰 힘이 됩니다. 
② 그리고 □공동성명단, □공동위헌소송단, □인터넷 선전단, □후원회원, □활동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3. 1000인 선언단이 되시려면?
1000인 선언단 참가신청서를 작성하시고 1만원 이상(학생 2,000원 이상)의 참가 약정액을 납부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중구청과 대한 주택공사 대전충남 지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주민들을 자주 방문하셔서 위로와 격려를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E-mail : liferights@hanmail.net 
★ 계좌번호 : 김규복(예금주) // 한빛은행 563-039690-02-007 (직접 납부하셔도 됩니다.)
★ 전화번호 : 집행위원회 018-863-7869 // 임시사무실(대화동 빈들교회) 042) 622-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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